[박상진의 e스토리] 첫 롤드컵 앞둔 '구마유시' 이민형이 온 길과 갈 길

박상진 입력 2021. 9. 2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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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LCK 무대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은 팀은 T1이다. 단순히 방송 최고 시청자 수만 보더라도 T1의 경기는 최상위권에 있었을 정도. 이렇게 관심을 받은 팀에 2년 만에 롤드컵에 복귀하게 되자 올해 롤드컵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특히 롤드컵을 앞둔 서머 후반 T1의 경기력이 살아나며 결승까지 오르자 T1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졌다.

이러한 T1은 지금 변화의 시기를 겪는 중이다. 2019 시즌 대규모 영입으로 롤드컵 4강에 오른 후 2020년에는 팜에서 성장시킨 선수들을 기용하며 롤드컵에 진출하지 못한 아쉬운 순간도 있었지만 지금 T1은 '페이커' 이상혁을 중심으로 새로운 선수들이 주축이 된 팀이 되었다.

'구마유시' 이민형 역시 T1에서 성장한 선수다. 원거리 딜러로 활동하는 이민형은 작년 선발전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후 올해 서머 중후반부터 본격적으로 경기에 나섰다. 선수 본인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과거 같은 팀 스타크래프트2 종목 선수였던 이신형의 동생이라는 점에서도 이민형은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민형 역시 형의 커리어 덕분에 자신의 인지도가 올랐다는 것을 알고, 이러한 관심을 실력으로도 받겠다고 전했다.

아래는 자신의 첫 롤드컵 출전을 앞두고 만난 이민형과 나눈 이야기다.

월드 챔피언십 선발전이 끝나고 이제 출국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대회가 끝나고 휴가를 받아서 쉬는 시간을 가졌고, 이외는 솔로 랭크나 개인 방송을 했습니다. 아직도 롤드컵에 간다는 게 실감이 잘 안나네요. 집에 가서 친구들을 만나고 예정보다 이르게 연습실로 복귀했습니다. 집에 있어도 크게 할 일이 없었고, 막상 쉬니 연습을 하고 싶더라고요. 롤드컵은 모든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 게이머라면 꿈꾸는 무대인지라 저 역시 기대되고, 그 무대에서 잘하고 싶다는 생각에 연습에 대한 욕심이 났습니다. 연습도 충분히 해야 자신감도 생길 테니까요. 신형이 형이 세계 대회 간다고 했을 때는 사실 잘 실감이 안 났어요. 그런데 제가 직접 가게 되니 정말 기대되고 설레요. 가족들 모두 잘 됐다고 같이 기뻐해 줬죠.

이민형 선수 같으면 친형인 이신형 선수가 종목은 다르지만 스타크래프트2 프로 게이머로 이름을 알렸고, 대회 결승마다 가족들이 와서 응원하던 게 생각나네요. 이민형 선수가 프로 게이머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을 때 큰 반대가 없었을 거 같습니다
반대가 아예 없지는 않았어요. 집에서 아들 중 하나는 공부를 하면 어떻겠냐는 이야기가 있었거든요. 공부에 아예 머리가 없던 편은 아니었지만, 당시에는 공부보다 게임이 더 좋았어요. 지금은 만약 상황이 여의치 않아 공부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렇게 하고 잘할 자신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프로 게이머 생활이 더 좋습니다.

지금 T1에서 원거리 딜러 포지션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프로 게이머를 준비하면서 포지션은 어떻게 준비하게 됐나요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하다가 진이 출시됐는데 정말 제 마음에 들었어요. 그래서 진만 계속하다가 원거리 딜러 포지션이 됐습니다. 이동 속도가 빠른 편이고 원거리 스킬을 맞췄을 때 기분이 정말 좋더라고요.
 

그리고 예전 이신형 선수가 활동하던 SK텔레콤 T1에 입단하게 되었습니다. 종목은 다르지만 형제가 같은 팀에서 활동하게 된 게 재미있는데, 어떻게 T1에 입단하게 되었나요
입단할 팀을 찾는 상황에서 형과 아버지가 조언을 해 줬어요. 그리고 T1이라는 팀 자체가 상징적이기도 해서 입단하게 되었습니다. 형과 아버지가 회사는 큰 쪽이 좋다는 이야기를 해줬는데, 저 역시 입단해 활동하니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입단 후에는 라인전 경험을 먼저 쌓고, 이후에는 운영과 상황 해결에 대한 부분에 집중해 훈련했고요.

작년 이맘때 즈음 공식 대회에 첫 출전을 했는데, 아쉽게도 결과는 좋지 못했습니다
드디어 저한테도 기회가 온다고 생각해서 출전이 결정되었을 당시에는 많이 기대했는데, 마지막에 탈락해서 정말 아쉬웠습니다. 후보 선수로 오래 활동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그래도 가족들이 많이 격려해줘서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많은 이야기를 해주시는데, 격언이나 사자성어를 예로 들어서 이야기를 해 주세요. 가장 기억에 남는 사자성어는 '낭중지추'라는 말인데, 제가 실력이 있다면 날카로운 송곳처럼 주머니를 뚫고 나올 거라는 이야기였죠. 지금 돌아보면 아버지의 격려를 듣고 꾸준히 노력한 게 결국 빛을 봤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올해 드디어 선발 출전 기회도 잡았죠. 그렇게 원하던 LCK 무대에 서보니 어땠나요
재미있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고, 여러 가지 경험을 했던 한 해였습니다. 후보 선수로 있을 때는 내가 언제 대회에 나갈지 하는 기약 없는 생활을 하면서 주전이 되면 마냥 좋을 줄만 알았어요. 그런데 막상 주전으로 나가니 내가 이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도 들고, 승부 자체가 부담이 되는 상황도 있었죠. 어느 자리에서든 각자의 고민이라는 게 있더라고요.

스프링 스플릿에서는 출전 기회를 몇 번 잡았는데, 서머 초중반까지는 경기에 나오지 못했죠
올해 시작하기 전에 스프링 스플릿에서는 최상의 조합을 찾기 위해 다양한 선수 조합으로 경기를 치를 거라는 이야기를 미리 들어서 주전이 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야기 하신 대로 서머 초중반에는 선발로 나오지 못했는데, 작년에 배운 교훈이 있어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죠. 작년 서머가 시작하고 대체 나에게 기회라는 것이 올지 의문이 들었던 시기가 있었고, 그때 나태하게 시간을 보냈었습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선발전에 나가게 됐죠. 선발전이 끝나고 나서 제가 의미 없이 보냈던 시간이 너무 아쉽더라고요. 정말 과거의 제가 원망스러울 정도로 한이 되었고, 올해 같은 상황에서는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도록 나태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서머 중반 기회가 왔을 때 당황하지 않았죠. 작년에 비해 올해의 저는 팀에 잘 맞출 수 있는 선수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팀플레이나 오더에서 많이 나아졌고요.

다만 플레이오프에는 결승전 두 세트 출전에 그쳐 아쉬웠을 거 같습니다
아쉬웠죠. 그래도 LCK에서 가장 큰 무대인 결승전에 출전에 한 세트를 따냈다는 게 더 좋았습니다. 큰 무대에서 승리를 했다는 점이 좋은 경험이 됐죠. 신형이 형이 결승에 갔을 때 가족들이 함께 갔던 게 기억나는데, 경기장에서 결승 경기를 보는 게 즐거웠다는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제가 막상 결승에 서니 그때도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다만 가족들이 오지 않았다는 게 좀 아쉽기는 했어요. 가족, 그리고 팬들이 와서 응원해주면 더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서머 스플릿 잠시 관중 출입이 허용됐을 때 분위기가 기억나요. 경기장에 있는 기분이 완전 다르더라고요.
 

그러고보니 이신형 선수가 입대한지도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는데 연락은 가끔 하나요
전화를 한 번 했어요. 길게 통화하지는 않았는데 저에게 꼭 아시안게임 대표가 되어서 메달을 따고 돌아오라고 하더라고요. 군대가 생각보다 쉬운 곳이 아니라는 이야기였는데, 정말 고생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신형이 형은 지금 돌이켜봐도 언제나 많이 고생을 했던 거 같아요. 선수 생활이 힘들때는 가족들이 응원을 많이 해주는데, 그게 큰 힘이 되었죠. 팬들의 응원도 마찬가지에요. 프로 생활을 하면서 편지도 많이 받았는데, 내용도 내용지만 편지라는 거 자체가 정말 크게 힘이 되고 감동받게 되더라고요.

가족과 팬의 응원에 힘입어 첫 국제 대회에 나서게 됐는데, 이신형 선수의 동생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두는 해외 팬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롤드컵에서 만나고 싶은 선수도 있을 거 같고요
신형이 형 덕분에 저라는 사람을 아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정말 흔한 상황이 아니니 기회를 살려서 이민형이라는 이름도 널리 알리고 싶어요. LCK 무대는 경험했지만 롤드컵 무대는 처음이니 제가 얼마나 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기대보다 잘하는 선수라는 걸 알리고 싶고요. 딱히 만나고 싶은 선수는 없습니다. 프로 게이머가 되면서 '우지' 지안 지하오처럼 맞라인에 서는 선수들이 만날 때마다 라인전부터 부담을 느끼는 선수가 되고 싶었고, 목표는 '뱅' 배준식의 최다 우승 기록을 제가 깨는 거고요.

프로 게이머가 되기 전 이야기를 들으니, 이전에 여러 가지 일이 있었죠. 같은 팀 동료인 '페이커' 이상혁이 이민형 선수의 생일날 인터뷰에서 "생일 축하하고 사고 그만치라"라는 축하 겸 농담을 전하기도 했고요
데뷔 전에는 어른이 아니라 애 같았는데, 데뷔를 하고 여러 일을 겪으면서 좀 더 어른스러워진 거 같아요. 더 나아지고 문제가 될 행동은 안 하려고 노력하고 매사 조심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저도 제 생일날 상혁이 형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가슴에 와닿기도 하고 재미도 있었어요. 먼저 상혁이 형이 저를 생각해서 해준 말인데, 저를 생각해서 이야기를 해 줄 정도의 관계가 되었다는 게 정말 좋았거든요. 상혁이 형은 오래 선수 생활을 했는데 게임에 관해서는 지금도 열정적이죠. 상혁의 형의 프로 게이머로서 마음가짐이나 태도를 배우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민형 선수의 활약을 기대하는 분들이 많을 텐데 인터뷰를 마치며 한 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항상 응원해주시는 팬들에게 감사드리고, 처음으로 나가는 국제대회가 롤드컵인데 큰 무대에서도 충분히 잘할 수 있는 선수라는 걸 보여드리겠습니다.
 
 
박상진 vallen@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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