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몰 물건 속에서 문학의 맛이 느껴진 거야~

박수지 2021. 9. 21. 12:0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남편이 면을 집어 후룩후룩 넘기기 시작했고 나도 한입을 떴다. 그건 아주 차고 달고 구수한 그러면서도 어떤 기품을 띠고 있는 생생하고 진한 맛이었다. 그렇게 갑작스러운 위안이 입안에 퍼져서일까, 마음이 풀어지면서 조금은 울고 싶어졌다."

언짢은 마음으로 떠난 여름휴가에서 '나'는 맛있는 멸치국수를 먹으며 위안을 받는다.

라이프스타일 온라인몰 29CM(이십구센치미터)도 다양한 작가들이 참여한 사물 관련 수필 '위클리 에세이'를 진행하면서 기대보다 큰 반응을 얻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온라인몰 현대식품관 투홈, 29CM
"소비자 성향이 '목적형 소비자'에서
'발견형 소비자'로 변화하고 있어"
체류시간·PV 증가, 매출 확대로 이어져
‘현대식품관 투홈’에 실린 현대식품문학 갈무리.

“남편이 면을 집어 후룩후룩 넘기기 시작했고 나도 한입을 떴다. 그건 아주 차고 달고 구수한 그러면서도 어떤 기품을 띠고 있는 생생하고 진한 맛이었다. 그렇게 갑작스러운 위안이 입안에 퍼져서일까, 마음이 풀어지면서 조금은 울고 싶어졌다.”

언짢은 마음으로 떠난 여름휴가에서 ‘나’는 맛있는 멸치국수를 먹으며 위안을 받는다. 김금희 소설가가 쓴 짧은 소설 ‘여름의 앤초비’는 문학지가 아닌, 현대백화점의 식품 배송앱 ‘현대식품관 투홈’에 실렸다. 소설 끝엔 국물용 멸치를 바로 살 수 있는 링크와 함께 소설 속 ‘냉 멸치국수 레시피’도 덧붙여있다.

온라인몰에 문학이 들어왔다. 라이브커머스(온라인 라이브방송)같은 새로운 형식이 주목받는 시대지만, 이야기가 가진 힘으로 소비자들의 앱 체류시간과 페이지뷰를 늘리면 상품 구매까지도 이어진다는 게 이들의 전략이다. 현대식품관은 올해 초부터 매달 한편씩 식품을 주제로 한 소설과 수필을 선보이는 ‘현대식품문학’이라는 코너를 운영 중이다. 미나리·무화과·콩국수 등 제철 식품을 다룬 글들은 독자들의 입맛을 다시도록 한다. 소설가 정세랑·김연수, 가수 겸 작가 요조 등이 글을 썼다.

현대백화점은 온라인몰 소비자들의 소비행태 변화에 착안해 이런 문학 콘텐츠를 기획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성향이 단순 상품 구매를 위해 방문하는 ‘목적형 소비자’에서 최근 들어 콘텐츠를 보다가 마음에 드는 상품을 사게 되는 ‘발견형 소비자’로 변화하고 있어, 이색 콘텐츠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목적 없는 읽을거리를 읽다가 마음이 동해 제품 구매까지 연결된다는 것이다. 실제 현대식품관 투홈은 문학 콘텐츠를 선보인 뒤, 이전보다 고객 1인당 앱 체류시간이 30%가량 늘었다.

온라인몰 29㎝에 연재된 위클리 에세이.

라이프스타일 온라인몰 29CM(이십구센치미터)도 다양한 작가들이 참여한 사물 관련 수필 ‘위클리 에세이’를 진행하면서 기대보다 큰 반응을 얻었다. 지난해 8월, 올해 3월부터 각각 6개월씩 시즌을 나눠 진행한 ‘위클리 에세이’는 작가가 사물 하나하나에 고유한 이야기를 부여하면서 독자들의 공감을 끌어냈다. 29CM의 위클리 에세이를 진행한 콘텐츠 실무자는 “위클리 에세이만큼은 매출 목표를 설정하지 않고 운영하면서 ‘판매자와 구매자’가 아닌 ‘작가와 독자’로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토요일 아침마다 공개된 에세이는 자연스레 주말 트래픽과 매출 확대로도 이어졌다고 한다. 위클리 에세이 페이지뷰(PV)만 85만건이 넘었고, 해당 에세이에 언급되면서 구매 버튼 클릭까지 이어진 주문 건수도 3천여건으로 집계됐다. 29CM 관계자는 “이용자들의 반응이 좋아 시즌3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