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00 참여 안 하면 반도체 수출 31% 감소한다

2021. 9. 2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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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재생에너지 전환을 서두르지 않으면 한국의 주력 수출 산업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KDI 공공정책대학원과 에너지경제연구원 등 공동연구진이 최근 발표한 ‘RE100이 한국의 주요 수출산업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백서에 따르면 RE100에 한국 기업들이 참여하지 않을 경우 반도체 수출액이 31%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RE100은 생산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한다는 자발적 캠페인이다. 이번 조사를 후원한 나이키와 애플은 물론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GM, BMW, SK그룹 등 2021년 9월 기준 331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이번 백서는 RE100 캠페인을 시작한 영국의 비영리기구 더 클라이밋 그룹(The Climate Group)의 의뢰로 RE100 참여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한 결과물이다. 주요 제조업 국가이자 수출국이면서도 글로벌 녹색 공급망 재편에 뒤쳐진 한국의 RE100 참여를 독려하려는 목적에서 제안된 연구이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한화큐셀)은 독일 베를린의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태양광 도시 계획(Solarcity Master plan)’의 도심 지붕형 태양광 사업에 참여한다고 지난 9월 1일 밝혔다. 사진은 독일 브란덴부르크 상업시설 지붕에 설치된 한화큐셀 태양광 모듈. 한화큐셀 제공


■탈탄소 속도 내지 않으면 주력 수출 산업 타격

글로벌 공급망의 녹색 흐름에 동참하지 못할 경우 자동차,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에서 주요 수요국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연구진은 한국 기업들이 RE100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와 참여할 경우의 수출 감소 효과를 분석했다. 우선 RE100에 한국기업들이 참여하지 않을 경우 자동차, 반도체, 디스플레이 패널 산업의 수출액이 각각 15%, 31%, 4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세 품목을 주로 수입하는 해외기업들이 RE100에 가입할수록 수출 감소 폭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만든 부품을 생산하는 다른 기업으로 공급선을 바꿀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기업들이 RE100에 참여할 경우에도 수출액은 세 업종이 각각 8%, 9%, 22% 감소했다. 하지만 그 폭은 참여하지 않을 경우에 비해 작았다. 수출 감소 폭은 타 수출국가의 경쟁하는 기업들이 RE100에 가입할 경우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의 전력비용이 상승함으로써 국내 수출 기업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것이다. RE100에 가입한 기업들이 많아질수록 가입하지 않은 기업들을 향한 압박이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 부품사는 거래처를 잃고 국내 대기업들은 재생에너지 구입이 용이한 해외로 생산시설을 이전할 가능성도 높다.

글로벌 RE100기업들이 늘어날수록 정부가 보다 적절한 가격에 재생전력을 공급하지 못한다면 우리 부품 공급업체들의 영향력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도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재생전력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 이번 조사를 총괄했던 배정환 전남대 경영대학 교수는 “에너지 전환은 한국과 같은 수출중심의 경제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면서 “정부는 기업들이 RE100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지원을 통해 적정한 가격에 재생에너지인증서(REC)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우선 기업들의 에너지 전환 비용을 낮추기 위해 전력시장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 정부는 국내 기업의 자발적인 재생전력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지난 1월 ‘K-RE100 제도’를 도입했다. K-RE100 제도는 녹색 프리미엄,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시장, 제3자 전력구매제(PPA), 자산취득, 자가 발전으로 구성된다. 녹색 프리미엄은 전기 소비자(기업)가 기존 전기요금과 별도의 녹색 프리미엄을 한전에 납부해 재생에너지 전기를 구매하는 제도이다. REC 시장은 재생에너지의무화제도(RPS·발전사가 총발전량의 일정비율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토록 의무화하는 제도)에서 활용되지 않는 REC를 RE100 인증서(REC) 거래 플랫폼을 통해 구매해 RE100 이행에 활용한다. 제3자 PPA는 한전 중개로 전기소비자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 간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해 재생에너지전력을 구매하는 것이다. 전기소비자는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하고 발급받은 ‘재생에너지 사용 확인서’를 RE100 및 온실가스 감축 이행에 활용하게 된다.

K-RE100 제도로 RE100에 가입하고자 하는 기업이 재생전력을 이전보다 더 구하기 원활해지고, 직접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을 갖춰 자가발전하는 곳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추가적으로 ‘직접 전력구매제(PPA)’도 도입해 오는 10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한전을 거치지 않고, 재생전력공급자들이 직접 전력 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되면서 보다 경쟁적인 시장 환경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두산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과 해상풍력발전기 설치선박에 사용되는 기자재인 랙앤코드(Rack & Chord)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9월 15일 밝혔다. 사진은 지난 5월 대우조선해양이 모나코 선사인 에네티로부터 수주한 해상풍력발전기 설치선 조감도. 두산중공업 제공


■재생에너지,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해야

전기요금 현실화도 필요하다. 아직 국내 전기료는 선진국 평균의 60% 수준이다. 기업과 가계의 눈치를 보면서 전기료를 값싸게 유지하니 아직 발전단가가 높은 재생에너지가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제성 확보가 어려우니 재생에너지 사업 확대도 더디게 된다. 각국에서 태양광 발전을 빠르게 늘리면서 이미 세계적으로는 가장 값싼 발전원이 됐는데도 국내에선 여전히 화석연료에 비해 비싼 편이다. 전기료를 현실화해야, 에너지 전환에 드는 비용을 충당하고, 재생에너지 보급도 확대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보급을 늘리면 태양광 발전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이 높은 중국만 이득을 볼 것이라는 주장도 달리 봐야 한다. 태양광 패널 시장에서 중국 외에 그나마 유의미한 점유율을 유지하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전체 태양광 밸류체인에서 중국 의존도가 압도적이지만 우리나라는 모듈의 경우 국내산 점유율이 70% 수준을 유지해 다른 나라에 비하면 굉장히 높은 수준이다. 중국 신장위구르에서 인권을 착취한 결과로 얻은 값싼 태양광 패널에 대한 수출 제한 등 미국의 중국 견제는 한국 기업이 파고들 기회가 됐다. 정우식 태양광산업협회 부회장은 “글로벌 태양광 시장은 현재 200조에서 2025년 500조 정도로 늘어날 것인데 지금 국내 수요를 늘리고 투자를 하지 않으면 이 시장을 전부 중국에 내주게 된다”며 “태양광 시장의 10%만 점유해도 반도체와 배터리를 이을 국가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전환이 탄소중립과 기업 경쟁력 확보에 필수적이라면, 과감한 투자와 지원으로 선도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K-RE100 제도의 성공여부가 녹색 프리미엄제와 재생에너지의무화제도(RPS)의 목표 상향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현재 RPS 의무비율 목표 상한치(10%)를 향후 25%로 확대할 계획이라 500㎿이상의 주요 발전사들의 REC 수요는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정환 교수는 “RE100에 대응하려면 산업체에서 쓸 수 있는 충분한 재생에너지 설비가 있어야 한다”면서 “RPS 의무비율이 상향조정될 경우 발전공기업이나 주요 발전사들이 REC를 수요하면서 REC 공급 부족 사태가 올 수밖에 없다”면서 “산업계에서 저렴하게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상황이 오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도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설비를 확충하고 관련 전력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시대적인 요구”라고 말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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