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성 양호' 대장동 개발이 땅짚고 헤엄치기인 이유는?

박윤예 2021. 9. 21.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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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성 우수한 대장지구에
무리하게 성남시 주도 도시개발 추진
택촉법보다 덜 엄격한 도시개발법
적용돼 시행자 재량권 커져
민간사업자 특혜 의혹 불보듯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가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성남의 대장동 개발과 관련한 특혜 의혹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9.14 [이승환 기자]
이재명 경기지사의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2015년초 사업공모 단계에서부터 '대장동 지역의 탁월한 입지 여건에 따라 분양성과 사업성이 양호'하다는 연구용역 결과가 당시 나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성이 우수한 대장지구에 무리하게 성남시 주도의 도시개발(도시개발법 적용)을 추진하면서 민간 사업자(성남의뜰)에 대한 특혜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시개발공사 연구용역 내역
추진 타당성 결과
2015년 12월 성남시의회 성남도시개발공사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따르면 성남도시개발공사는 2015년 1월에 2300만원을 들여 대장동 도시개발의 사업 타당성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검토 결과 사업의 순현재가치(NPV) 335억7000만원, 내부수익률(IRR) 6.66%, 비용편익분석(B/C) 1.03으로 나타나 각각 '타당성 있음'으로 판단됐다. 비용편익분석이 1.00 이상이면 경제성이 있는 사업으로 평가된다. 이를 검토한 다른 도시개발공사 관계자는 "2015년 주택경기가 활황이지 않았음에도 이정도 사업 타당성이 나왔다면 굳이 민간을 끼어들이지 않고 공공 주도로 택지개발이나 도시개발을 추진해도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시 분당구 주택종합 매매가격 지수 및 변동률
NPV 등 전문적인 개념은 차치하더라도 2015년 당시 주택경기 역시 나쁘지 않았다. 대장동 개발사업은 2015년 1월에 사업자를 공모해 3월에 성남의뜰로 선정됐다. 2014년부터 대장지구가 포함된 성남시 분당구의 주택경기는 서서히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대장동 개발사업은 주택용지비율이 전체의 45%(약 5900가구)를 차지하여 주택경기가 분양성과 사업성과 직결돼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성남시 분당구 주택종합 매매가격 연간변동률은 2012년 -8.41%로 큰 폭으로 하락한 이후 2013년 -1.48%, 2014년 3.13%을 기록했다. 2015년 한해도 3.29%를 기록했는데 2015년 들어서도 매달 꾸준히 주택가격이 상승했다.

성남판교대장도시개발구역
연구용역 결과가 나왔듯이 대장지구는 판교에 인접한 지역인 만큼 위치적으로 좋은 지역이다. 용인서울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가 가까워 강남, 판교, 광교 등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대장IC를 통해 분당 중심지구로 빠르게 이동이 가능하다. 2015년초 당시에도 판교의 마지막 노른자위라고 불렸다.

이재명 경기지사 측은 성남의뜰이 사업위험 부담을 모두 감수했다고 했지만 성남의뜰이 땅짚고 헤엄치기해서 배불리는 구조인 셈이다. 성남의뜰 보통주를 보유한 화천대유와 SK증권을 경유한 자금의 실제 소유주들은 3억5000만원으로 2018년부터 3년간 4000억원 규모의 배당금을 받았다.

사업성이 우수한 대장지구가 정부 주도의 택지개발(택지개발촉진법 적용)이 아니라 성남시 주도의 도시개발(도시개발법 적용)로 추진되면서 특혜 의혹을 낳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시개발법은 택지개발촉진법보다 덜 엄격해 시행자의 재량권(수익성)이 크다.

원래 대장지구는 정부 주도의 택지개발로 추진되었다가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이 민간이 참여하는 도시개발 사업으로 밀어붙였다. 토지의 용도변경을 해주는 개발사업은 개발이익이 날 수밖에 없어 정부 주도로 해왔는데 사업성이 우수한 대장지구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이 '시어머니' 격인 국토교통부·LH 없이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도시개발사업을 도입한 것이다. 도시개발은 택지개발에 비해 사업 진행 속도가 빠르지만 지자체는 자금여력이 약해 대장지구처럼 직접 사업을 수행하지 못하고 민간사업자를 끌어들여서 한다. 결국 사업성이 우수한 대장지구에 무리하게 도시개발을 추진하는 바람에 개발이익 대부분이 몇몇 민간사업자에게 돌아갔다.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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