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 6개 오색 케이블카는 안 되는데.. 홍천에만 73개 고압 송전탑은 괜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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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압 송전탑이 우리 마을을 지난다는데."
강원 홍천군과 횡성군이 고압송전탑 문제로 시끄럽다.
홍천군은 동해안~신가평 송전탑 사업으로 지역 내에 73개 고압 송전탑이 꽂힐 것으로 보고 있다.
"송전탑을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기 전에 지중화나 초전도 시설 등 기존 방식에 대한 대안이 제시됐어야 한다"고 지적한 최 지사는 "정치권이 이 문제에 미온적"이라는 것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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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횡성군 이어 지방의회 백지화 촉구
"수도권 위한 희생" 이중잣대 논란 제기
"고압 송전탑이 우리 마을을 지난다는데."
강원 홍천군과 횡성군이 고압송전탑 문제로 시끄럽다. 한국전력이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를 제대로 된 주민 의견수렴 없이 추진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논란의 중심에 선 송전탑은 동해안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 등지로 보내기 위한 것이다.
이달 들어 홍천군과 횡성군에 이어 시민단체, 지방의회까지 일제히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 백지화를 촉구했다.
허필홍 홍천군수는 "수도권에서 필요한 전력은 당연히 수도권에서 해결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피해를 최소할 수 있도록 직선화, 지중화를 통해 최단구간으로 정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한전을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다.
허 군수는 "이 문제가 바로 잡히지 않는다면 앞으로 한전이 추진하는 사업에 절대 협조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천군은 동해안~신가평 송전탑 사업으로 지역 내에 73개 고압 송전탑이 꽂힐 것으로 보고 있다. 거리도 홍천이 48㎞로 인접군 20㎞, 타 시도 두 지역 19㎞ 보다 월등히 많다고 알려지자 불만이 거세다.
더구나 노선을 정하는 입지선정위원회가 객관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더해져 백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같은 이유로 불만이 거세긴 인근 횡성군도 마찬가지다. 이미 설치된 765㎸ 송전탑으로 여러 피해를 보는 가운데 추가로 산지에 철탑이 꽂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횡성에서도 입지선정 과정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횡성군의회는 이달 초 "지선정위원회가 반대대책위의 의견에 귀 기울이기는커녕, 오히려 갈등을 조장해 주민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백지화 투쟁을 선언했다.
횡성에선 기존 보다 더 강경하게 투쟁하겠다고 선언한 송전탑 백지회위원회가 등장했다. 한전과 정부를 향한 투쟁수위가 강해지는 모양새다.
최문순 강원지사 역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수도권 전력 공급을 위해 강원도민을 포함한 비수도권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전탑을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기 전에 지중화나 초전도 시설 등 기존 방식에 대한 대안이 제시됐어야 한다"고 지적한 최 지사는 "정치권이 이 문제에 미온적"이라는 것도 분명히 했다.
일각에선 정부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훼손이 우려된다"며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에 제동을 건 정부는 무려 수백 개의 송전탑을 꽂아야 할 이 사업엔 별다른 의견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40m 지주 6개를 설치하는 케이블카를 반대한 정부가 100개가 넘을 지 모를 송전탑을 강원지역 산지에 꽂겠다는 건 것은 결코 논리적이지 않다는 볼멘소리다.
강원도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송전탑 백지화 요구는 해당지역 주민들과 지자체의 반발에도 좀처럼 공론화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정치권의 측면지원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강원도의 약한 정치력 때문이다.
이미 대선국면에 들어선 가운데 정치력 마저 미미해 송전탑과 싸우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거의 전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정가의 한 관계자는 "본격적으로 시작될 대선 국면에서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시해 후보 별로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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