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히기냐 뒤집기냐"..민주 경선 '호남대첩' 시작됐다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2021. 9. 21. 09: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추석연휴 구애 경쟁..與 대선주자들 앞 다퉈 호남行
'본선 직행 vs 역전 드라마'..호남 경선 관전 포인트
여론조사 '혼전'..'추석 밥상민심' 경선 향배 결정할 듯

(시사저널=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 시사저널

'대세 굳히기냐 뒤집기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의 최대 승부처인 호남대첩이 시작됐다. 추석 연휴가 끝나는 25~26일 치러지는 호남 경선에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의 정치적 명운이 걸렸다. 호남지역 경선 결과가 사실상 민주당 대선 판도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각 예비후보 진영에서는 '호남 결전'을 앞두고 지역 민심과의 접촉면을 늘리고 호남에 대한 진정성을 강조하는 등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일단 호남지역 경선의 화두는 '이재명의 과반 유지'와 '이낙연의 텃밭 반전' 여부다. 이 지사가 호남서 대선 '본선 직행' 티켓을 거머쥘지, 이 전 대표가 '역전 드라마'를 쓸 것인지가 호남 경선의 핵심 관전 포인트다. 하지만 여전히 변수가 많다. 민주당 호남 경선을 코앞에 두고 이상 기류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 재직시절 추진한 정책인 대장동 택지개발 특혜의혹이라는 악재가 터졌다.

또 친문들이 뒤늦게 이낙연 캠프에 합류해 이낙연 지원에 나섰고, 호남에서 이낙연 후보가 열세를 딛고 이재명 후보를 앞섰다는 여론조사도 등장하고 있다. 여기에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선전한다면 결선투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북출신 정세균 전 총리가 후보직을 사퇴한 전북 표심의 향배도 관심사다. 
 

이재명, 과반 압승으로 '승부 쐐기' 

초반 지역 순회 경선과 1차 슈퍼위크에서 과반 지지를 확보한 이 지사 진영에서는 여세를 몰아 호남지역 경선에서도 과반 지지를 확보, 승부에 쐐기를 박는다는 방침이다. 호남 경선 압승을 통해 대세론의 날개를 본격적으로 펼치고 '본선 직행'의 드라이브를 건다는 것이다. 

9월 18일 오후 광주 서구 서부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부인 김혜경씨가 한 청과상회에서 사과를 구입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민주당 경선 선거인단은 216만명이다. 결선투표 없이 본선 진출이 이뤄지려면 투표율 70%를 기준으로 75만 명 정도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현재 이 지사는 지역순회경선과 슈퍼위크를 합쳐 누적 득표수 28만5856표로 2위 이낙연 전 대표(17만2790표)를 10만 표 이상 따돌리고 있다. 호남에서 14만 표(투표율 70% 기준) 중 9만 표 이상 획득한다면 누적 득표수는 37만 표 이상이 되면서 매직넘버 카운트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지사는 17일 광주에서 지지 의원들과 함께 광주시 동구 전일빌딩 245 다목적 강당에서 '호남 선언'을 통해 호남민심의 전폭적인 지지를 호소했다. 이어 함평과 장성을 돌며 바닥 민심을 훑었다. 18일에는 광주 청년드림은행~엔젤하우스~서부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한 뒤 전남 나주를 찾는 광폭행보를 했다. 이 지사가 19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호남에서 표심을 공략하는 동안 부인 김혜경씨도 콜라보 민생투어로 힘을 보탰다. 

이 지사 대선캠프도 광주로 총출동했다. 이 지사와 40여명의 지지 의원들은 호남선언 회견장에서 큰절을 올렸다. 이어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를 잇는 4기 민주정부 창출을 위해 호남의 지지를 호소했다. 열린캠프 소속 의원들은 이날 광주에 총집결한 뒤 추석 연휴기간 광주와 전남·전북으로 나눠 호남 민심 잡기 총력전에 돌입했다. 

이 지사의 최측근인 정성호 총괄특보단장과 우원식 캠프 선대위원장, 조정식 총괄본부장 등 캠프 지도부는 일찌감치 지난 11일부터 호남에 머물러 왔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이 전 대표의 고향이기 때문에 호남에서의 승리를 섣불리 장담할 수는 없지만 호남의 상징성을 감안해 이 지사가 1위를 차지한다면 사실상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낙연, 고향서 밀리면 끝…배수진 치고 반전 준비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정치적 고향에서 '반전' 노리고 있다. 앞서 경선에서 연패한 이 전 대표의 행보에는 절박함이 가득하다. 20만여명이 참여하는 호남 경선에서 '이재명 대세론'을 깨지 못하면 경선 조기 패배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배수진을 쳤다. 1차 국민선거인단 투표 발표 이후 이 전 대표는 의원직 사퇴했다. 국회의원직 사퇴라는 초강수로, 이 지사의 '대세론'을 꺾고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포석이다. 

큼직한 쇼핑백을 맨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후 목포 동부시장에서 버섯을 구입하고 지역상품권으로 대금을 지불하고 있다. ⓒ 시사저널 정성환

이 전 대표 측은 호남에서의 '민심의 변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 호남 경선에서 최소한 이 지사의 과반 득표를 저지하는 것은 물론 역전도 기대하고 있다. 말 그대로 역전의 드라마를 쓰겠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변화는 시작됐다"며 "이 전 대표가 전남과 전북에선 확실한 우위를, 광주에선 이 지사와 비슷한 지지세를 얻고 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나아가 최근 세 확산에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이 전 대표 측은 17일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장차관 출신 35명의 캠프 합류를 알렸다. 전날 친문재인계 핵심 홍영표·김종민·신종근 의원을 영입한 데 이어, '호남 대첩'을 앞두고 세 불리기를 이어갔다. 

정 전 장관은 17일 "현재 서남풍이 거세게 불고 있어 역전의 기운이 일고 있다"며 이 전 대표 역전을 호언했다. 정 전 장관은 이어 "중요한 것은 풍향뿐만 아니라 풍속"이라며 "풍속도 빨라지고 있는데, 정치의 세계에서 1일은 일반의 평생과 같기 때문에 20일이면 큰 바람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이달 초부터 문지방이 닳도록 호남을 오가는 모습이다. 승부수로 던진 의원직 사직안이 전날 국회에서 처리된 이 전 대표는 16일 광주시의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가 저를 지지해주지 않으면 제 역할은 여기서 끝난다"며 "민주당이 광주에서 반전을 일으켜 결선 투표로 가는 드라마를 만들어 달라"고 간곡하게 호소했다. 또 "검증 한 방에 무너지는 것이 대선이다. 불안한 후보 대신 안심되는 후보를 내놔야 한다"고 이 지사에게 견제구를 날리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다음날 광주 광산구 광주글로벌모터스와 광주 서구 양동시장을 방문했다. 19일에는 무등산 등반은 물론 추석 연휴 기간 광주·전남북을 돌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최초로 대선에 도전하는 지역 주자라는 점을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20일 목포 동부시장~여수 수산시장 등을 누볐고, 추석 당일에는 영광 선영을 방문한 뒤 전북 전주로 이동해 표심잡기에 나선다. 

추미애 선전여부 주목…사퇴 정세균, 전북 표심도 관심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김두관·박용진·추미애 예비후보(기호 순) ⓒ 시사저널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의 선전 여부도 관심사다. 추 전 장관은 1차 슈퍼위크에서 11.35%의 득표율로 돌풍을 일으켰다. 진보·개혁 성향이 강한 호남지역 경선에서 추 전 장관의 선전 가능성도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추 전 장관이 호남 지역 경선에서 두 자릿수 득표율을 기록한다면 이 지사의 과반 지지가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관전 포인트다. 

추 전 장관은 17일 시댁이 있는 전북 정읍을 방문했고, 전북도청에서 지역 지지자들과 비전 발표회를 개최했다. 그는 1차 슈퍼위크를 치르면서 누적득표율이 두 자릿수대로 올라선 만큼, 호남에서 추가 동력을 마련해 경선 판을 흔들어 놓겠다는 전략이다. 

박용진, 김두관 의원도 호남에서의 선전을 바탕으로 경선완주에 필요한 동력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박 의원은 20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군산부터 전주, 장수, 고창, 광주, 목포, 보성, 나주 등을 돌며 호남 민심 다지기에 나섰다. 김두관 의원도 18일 전남 여수·순천·광양을 방문하는 등 호남 민심 잡기에 공 들였다. 

이와 함께 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전북의 맹주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중도사퇴로 무주공산이 된 전북 민심 잡기에도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이 지사는 정 전 총리와의 인연과 함께 본선 경쟁력을 토대로 하는 대세론을 강조하며 바닥을 다지고 있다. 반면, 이 전 대표는 호남을 고리로 정 전 대표가 이루지 못한 꿈을 잇겠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여론조사 '혼전'…'추석 밥상민심' 경선 향배 결정할 듯

이 전 지사와 이 전 대표는 광주전남일간지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내 혼전을 벌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지사가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안팎에서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데다가, 이 전 대표의 국회의원직 사퇴 승부수가 일정 부분 통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6일자 무등일보와 리얼미터가 지난 13~14일 광주·전남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이낙연 전 대표(44.1%)가 이재명 지사(35.4%)를 오차범위 밖에서 누르고 역전한 것으로 나타났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 2.5%포인트) 반면 같은 날 발표된 광남일보 의뢰 모노리서치 여론조사에선 이 지사 40.6%, 이 전 대표 38.4%로 오차범위 내에서 각축을 벌이는 것으로 조사됐다.(12~14일 실시,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 3.1%포인트) 

여론이 불과 일주일 사이에 혼전 양상으로 돌아서면서 추석연휴 이후 호남 표심이 누구에게 쏠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21일부터 광주·전남지역은 온라인투표를 시작하기 때문에 '추석 민심'이 투표로 이어질 전망이다. 정치권에선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던 가족과 친지들이 모여 나누는 '추석 밥상머리 민심'이 호남지역 경선의 향배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호남지역은 전국 71만9847명인 민주당 대의원·권리당원 중 28.28%(20만1532표)가 밀집돼 사실상 승부를 결정짓게 된다. 더구나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에 호남 연고 권리당원이 40% 정도로 추산되고 있어 호남지역 경선 결과는 전체적인 경선 판도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역 민심은 대세론의 이 지사와 지역 주자인 이 전 대표를 놓고 막판 고민을 하는 분위기"라며 "지역 권리당원과 대의원들은 추석 연휴 기간 형성된 여론을 토대로 최종 결정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의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Copyright ⓒ 시사저널(http://www.sisajournal.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