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로 맞는 명절.."살아 돌아올 것 같은 마음 버리지 못해"

황희규 기자 2021. 9. 2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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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9일 오후 4시22분.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지역에서 철거 중인 건물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붕괴 참사로 어머니를 잃은 한성은씨(유족 대변인)는 "아버지와 함께 어머니 계시던 곳에서 조용히 지낼 것 같아요"라며 "(아버지와) 서로 울면서 앉아 있겠죠"라고 덤덤하게 말했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슬픔을 억누르려 애쓰는 듯했다.

돈을 위해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내버렸던 광주 붕괴 참사를 용인한다면 참사는 변형돼 또 다른 모습으로 반드시 찾아온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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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붕괴참사 유족들, 참사 뒤 첫 추석 맞아
"보상보다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가 우선"
광주 학동참사 시민대책위 출범 기자회견에서 한성은 유족 대변인이 눈물을 흘리며 사고 재발 방지 대책 촉구 등을 호소하고 있다. /뉴스1 DB © News1 황희규 기자

(광주=뉴스1) 황희규 기자 = 지난 6월9일 오후 4시22분.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지역에서 철거 중인 건물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절차를 무시하며 철거하던 5층 건물은 삽시간에 무너져 내렸고, 이로 인해 승객 승·하차를 위해 정차 중이던 시내버스가 매몰됐다.

버스 안에는 기사와 승객 17명이 타고 있었고, 이 중 9명이 숨지고 8명이 큰부상을 입는 참사가 벌어졌다.

석 달이 지나고 첫 명절을 맞는 희생자 유가족. 가족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고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대화를 이어가는 '즐거운' 한가위는 먼 이야기가 됐다.

유족들은 유명을 달리한 아버지와 어머니, 아들, 딸 등 가족이 아직까지도 돌아올 것만 같은 마음을 버리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그동안 슬픔을 잊으려 노력했지만 모두가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명절이 찾아와 먼저 떠난 가족이 더욱 그리워지는 자리가 됐다.

붕괴 참사로 어머니를 잃은 한성은씨(유족 대변인)는 "아버지와 함께 어머니 계시던 곳에서 조용히 지낼 것 같아요"라며 "(아버지와) 서로 울면서 앉아 있겠죠"라고 덤덤하게 말했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슬픔을 억누르려 애쓰는 듯했다.

8일 오전 광주시청 앞에서 열린 학동참사 시민대책위 출범 기자회견에서 붕괴 참사 유가족 대표가 눈물을 흘리며 사고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1.9.8/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유족들은 가족을 잃어 가슴이 찢어지는 상황에서 근거 없는 유언비어에 더 큰 상처를 입고 있다.

'수십억에 사고 난 아파트 한 채를 받기로 했다'는 등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유족들 귀에까지 전해졌다.

한 대변인은 "그 출처가 어디인지 모르겠으나 참 구체적이고 그럴싸하게 만들어냈다"며 "왜 저희를 구걸하는 사람들로 모함하는지 모르겠다. 당연히 사실무근이니 유언비어를 삼가해주길 바란다"고 울분을 토해냈다.

이어 "어디에선가 시작됐겠지만, 거짓말을 근거 없이 입에서 입으로 전할 때마다 많이 상처받는다"며 "돈으로 시작된 사건이 또 돈으로 저희에게 상처를 주니 정말 힘들다"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거기에 더해 붕괴가 일어났던 곳의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 측의 '보상금을 세월호 유족보다 더 줄 테니 합의하자'는 말이 우리를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광주 붕괴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은 보상이 우선이 아니다. 철저한 수사로 진실이 규명되고, 책임자를 밝혀내 처벌해야 이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돈을 위해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내버렸던 광주 붕괴 참사를 용인한다면 참사는 변형돼 또 다른 모습으로 반드시 찾아온다는 것이다.

한 대변인은 "현대산업개발은 아마 저희가 조용히 지나갈 거라고 안심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전혀 변화도 없고 반성도 없는 그들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h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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