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징계' 법정공방 2라운드..금융권 내부통제 쟁점은

민선희 기자 2021. 9. 21. 07:5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내부통제 미흡'으로 제재?..법적 근거 없지만 해석 여지도
금융사 자율규제 실효성 의문..협회 "공시 통해 견제"
© News1 DB

(서울=뉴스1) 민선희 기자 = 금융감독원과 우리금융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사태 징계 관련 행정소송이 2라운드에 돌입하면서 금융권 내부통제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주요 쟁점은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미흡'을 이유로 금융사 임직원을 제재할 수 있는지, 내부통제 규제를 금융사 자율에 맡겨둘 경우 실효성이 있는지 등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증권·보험·여신·저축은행 등 금융권 협회장들은 지난 6일 '금융산업 내부통제제도 발전방안'을 내놨다. 금융회사 이사회의 내부통제에 대한 역할을 강화하는 대신 금융당국은 제재 중심의 감독 방식이 아닌 개선 방향 제시 등 원칙 중심으로 감독하는 등의 규제 환경을 조성해달라는 것이 골자다.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미흡'으로 임직원 제재할 수 있나…판결 해석 갈려

금융권이 내부통제제도 발전방안을 내놓은 배경에는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미흡을 이유로 금융사 임직원을 제재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금융당국이 제재를 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내려졌기 때문에 금융사가 자율적으로 규제를 하겠다는 것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27일 손태승 회장이 금융감독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문책 경고 등 중징계 취소 청구소송 1심에서 "금감원이 내부통제기준 자체의 '흠결'이 아닌 '내용상의 미흡' 또는 '운영상 문제'를 근거로 내린 징계처분은 취소돼야 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원은 "현행 금융사지배구조법령 아래에서는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이 아닌 '내부통제기준 준수의무' 위반으로 금융회사나 그 임직원에 대해 제재조치를 가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헌법상 법률유보의 원칙에 따라 제재의 필요성만으로는 법적 근거 없이, 혹은 제재처분의 근거법령을 문언의 범위를 벗어나 확장 해석해 기본권을 제한할 수는 없다"고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법에서 규정하는 항목들이 내부통제 기준에 포함돼 있다면, 설령 일부 미흡한 부분이 있더라도 제재를 할 수 없다는 게 법원 판단"이라며 "금융당국이 직접 제재할 수 없게 됐으니, 규제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권 내부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부통제기준 준수 의무 위반으로는 임직원을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부분에 주목한 것이다.

반면 금융당국은 내부통제기준 위반으로 금융사 임직원을 제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법원도 1심에서 내부통제 마련 의무 위반을 판단할 때 외형적 의무 뿐 아니라 필수적으로 들어가야할 '핵심사항'을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이같은 해석 가능성을 열어뒀다.

재판부는 "내부통제기준에 반드시 포함될 내용이 빠져있는지 여부가 쟁점"이라며 "형식적·외형적으로 포함해야 할 의무 뿐 아니라, 법령이 해당 사항을 포함하도록 한 목적과 취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핵심적 사항이 결여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법정사항에 대한 흠결이라고 봐야한다"고 했다.

특히 법원은 우리금융 측 손을 들어주면서도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미비사례를 낱낱이 지적했다. 또한 금감원의 징계 처분 사유 5가지 중 '상품선정위원회 운영 관련 기준 미비'는 핵심사항이 빠져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이라고 봤다.

법원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내부 통제를 위한 상품선정절차인 '상품선정위원회'를 마련했지만, 위원회 위원들에게 의결 결과를 통지하는 절차도 마련하지 않는 등 내부통제절차에 포함해야 할 최소한의 정보 유통 절차에 흠결이 있었다. 그 결과 DLF 상품 선정 과정에서 상품출시 부서 의도에 따라 Δ투표결과 조작 Δ투표지 위조 Δ불출석·의결 거부 위원 찬성표 처리 등 왜곡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지난 17일 항소하면서 "내부검토·법률자문 결과 개별 처분 사유에 대해 법원의 추가적인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는 점, 동일 쟁점의 하나은행 소송이 진행 중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는데, 징계 사유의 정당성을 다퉈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 News1

◇금융사 이사회 통한 내부통제 실효성 있나…"CEO 거수기 불과" vs "공시로 보완"

금융권이 '금융산업 내부통제제도 발전방안'을 발표하고나서, 학계·시민사회에서는 금융사 이사회 중심의 내부통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최고경영자(CEO)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이사회가 경영진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금융정의연대·참여연대 등은 지난 7일 공동 성명을 내고 "금융기관들은 자율적으로 내부규제를 강화하겠다고 하면서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기준 규정과 관련해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며 "금융기관들이 지난 과오에도 불구하고 책임 부담을 회피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사모펀드 사기·불완전판매 사건 당시에도 금융기관 이사회는 리스크관리와 관련된 사항들을 정기적으로 보고받았고, 위험사항을 충분히 살펴 견제할 수 있었음에도 그 역할을 수행하지 않았다"며 "이는 금융기관 이사회 구성이 지주사 회장에게 호의적인 인사들로 구성돼 있어 경영진 영업방침에 별다른 견제 역할을 수행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금융권에서는 이사회가 제대로된 견제를 할 수 있도록 이사회의 내부통제와 관련된 활동 내역을 지배구조 연차보고서 등을 통해 공시하겠다고 했다. 각 협회는 이를 위해 지배구조 연차보고서 작성 기준 개정 등을 업권과 협의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사회의 내부통제 활동이 당국에 보고되지만, 공개는 되지 않고 있다"며 "지배구조 연차보고서를 통해 이사회의 내부통제 관련 활동이 공시되면 언론·연구자 등을 통해 효과적인 견제가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금융권의 내부통제제도 발전방안 건의를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내부통제제도 개선 방안을 준비 중이나 당초 계획했던 3분기보다는 발표가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DLF 소송)재판 결과가 원래 예상보다 늦게 나오면서 아무래도 3분기 중에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앞서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16일 금융협회장들과의 간담회 이후 "내부통제제도의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어 자세하게 검토하고 금융업계, 금감원과 소통과 협의를 통해 개선방안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minssu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