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만에 전면개편 공정거래법..혁신·준법 두마리 토끼 잡을까

조용석 입력 2021. 9. 21. 07:00 수정 2021. 9. 21.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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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만의 전부개정된 공정거래법..12월30일부터 시행
강화된 대기업집단 규제..해외계열사의 국내투자 '공시의무'
신설된 '사인의 금지청구제'..전속고발권 논란 잠재울까
재계 "외국 대비 규제 과도"..사익편취 규제대상 확대 '주목'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제정된 후 40년 만에 전부개정된 새 공정거래법이 오는 12월 30일부터 시행된다. 재계와 야당에서는 시행 전부터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와 여당이 의도한 ‘기업의 법 위반행위 억제 및 혁신 지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 강화된 대기업집단 규제…해외계열사의 국내투자 ‘공시의무’

새 공정거래법에서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공시대상 기업집단 및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먼저 현 공정거래법은 공시대상 기업집단 소속 회사가 총수 일가 지분율 30% 이상인 상장사(비상장은 20% 이상)에 대해서만 일감몰아주기 등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하지만 새 공정거래법은 상장 여부 관계없이 총수일가 지분율 20% 이상인 계열사 및 이들 회사가 50%를 초과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로 크게 확대했다.

이에 따라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는 265개(2021년 기준)에서 새 공정거래법을 적용하면 444개가 더해져 709개로 2배 이상 늘어나게 된다. 앞서 공정위가 ‘사익편취 규제 사각지대’로 분류만 했던 대기업집단 소속 기업이 모두 규제대상에 들어가게 된다.

또 지주회사가 자회사·손자회사를 신규편입할 경우 의무 지분율을 10%포인트 상향(상장사는 20%→30%, 비상장사는 40%→50%)해 적은 자본을 통한 지배력 확대를 억제한다.

공익법인을 통한 총수 지배력 강화를 막기 위해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경우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금지한다. 또 금융보험사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도 예외적으로 인정해온 사유(적대적 인수합병 방어)를 더 엄격히 적용, 적대적 인수합병과 무관한 계열사 간 합병 및 영업 양도에 대한 의결권 행사도 새 공정거래법에서는 금지한다.

또 새 공정거래법은 동일인(총수)에 대해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국내 계열회사에 직·간접적으로 출자한 국외 계열회사 등에 관한 공시의무도 부과했다. 이에 따라 호텔롯데 대주주인 일본 롯데홀딩스, 롯데홀딩스를 통해 간접출자하는 광윤사도 공시대상이다. 5월 기준 총수가 있는 22개 대기업집단 소속 60개 해외계열사가 58개 국내계열회사에 출자 중이다. 국내계열회사에 출자한 해외계열사가 많은 집단은 단연 롯데(16개)로 2위 네이버(5개)보다 3배 이상 많다.

박상기(왼쪽) 법무부 장관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018년 8월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공정거래법 전속고발제 개편 합의문 서명식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전속고발권은 검경수사권 조정과 맞물려 현행대로 공정위가 보유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사진 = 뉴시스)
◇ 신설된 ‘사인의 금지청구제’…전속고발권 논란 잠재울까

공정거래법 집행체계 관련 부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사인(私人)의 금지청구제도’ 신설이다. 이 제도는 거래상 지위 남용 등 불공정 거래 피해자가 현재처럼 공정위에 신고한 후 조치만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피해자가 직접 해당 침해행위의 금지 또는 예방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미국과 일본 등은 이미 도입해 운영 중이다.

사인의 금지청구제도는 전속고발권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당초 정부여당은 공정거래법 전면개정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했던 전속고발제(담합 등 공정거래법 위반사건에 대해서는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 검찰이 수사와 기소를 할 수 있게 한 제도) 폐지를 추진했으나 검경수사권 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를 유지키로 했다. 전속고발제를 폐지하면 검찰이 기업 수사를 더 활발히 하도록 길을 열어 검찰 수사권을 축소하는 수사권 조정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여야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윤석열 모두 전속고발권 폐지를 주장하고 있어 대안으로 여겨지는 사인의 금지청구제도가 제 역할을 못 한다고 판단될 경우 정치권에서 다시 논란에 불이 붙을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

이외에도 분쟁조정 신청 대상이 제재 조치를 완료한 사건에도 가능토록 하는 등 확대되고, 법위반 행위별 과징금 상한도 2배 상향 조정된다. 이에 따라 담합 과징금은 관련 매출액의 10%에서 20%로 시장지배력 남용 과징금은 3%에서 6%로 올라간다. 또 가격·생산량 등 경쟁 제한적 정보 교환행위도 금지행위에 포함, 추후 가격 공동인상 등이 발생 시 법 위반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공정거래법 발전 방향 모색 토론회’에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재계 “외국 대비 규제 과도”…사익편취 규제대상 확대 ‘주목’

대기업의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및 인수합병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일반 지주 회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보유를 허용하는 것도 새 공정거래법에 달라진 부분이다. 규율 강화가 주요 골격인 새 공정거래법에서 기업의 규제를 풀어주는 부분 중 하나다. 다만 일반지주회사는 CVC를 100% 자회사로만 소유토록 하고, 부채비율을 200%로 제한, 외부자금을 40% 제한하는 등의 규제도 함께 포함된다.

시행 전부터 재계에서는 새 공정거래법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불만이 나온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최근 ‘공정거래법 발전방향 모색 토론회’에서 “우리 기업들이 경쟁국에 비해 더 과도한 규제로 변화에 뒤처지거나 외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더 많은 부담을 가져서는 안될 것”이라고 엄격한 일감몰아주기 규제 및 지주회사 규제 등을 예로 들었다. 새 정무위원장인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은 보완입법을 시사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새 공정거래법 중 사익편취 규제대상 확대가 가장 기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기도 한다. 한국신용평가는 “지주회사 요건 강화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 등은 기존 대기업 집단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며, 금융회사 의결권 제한도 삼성을 제외하면 해당하는 사례가 많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사익편취 규제는 대상이 크게 확대됨에 따라 해당 그룹의 지배 및 사업구조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용석 (chojur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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