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정주행 추천 콘텐츠] 네가 늑대가 되고 싶다면, 늑대인거지 뭐

나경희 기자 2021. 9. 21.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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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17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1.9%가 올해 추석에 귀성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설문에서 57.7%가 귀성을 포기한다고 답했는데, 2년 연속 귀성 포기자들이 절반을 넘었다.

랜선을 통해 세상과 감동을 만나는 추석 연휴가 되기를 소망한다.

"개 나이로 환산한 거야?" "정확히는 늑대 나이지." "개였으면 87세야." "우리가 계산했어." 케이크를 둘러싸고 오가는 동료들의 따뜻한 목소리는 무심한 듯 다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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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기간 집에 머무는 독자를 위해 〈시사IN〉 기자들이 각자의 취향이 담긴 콘텐츠를 추천합니다. 드라마에서 게임까지, 재미있고 감동적인 콘텐츠와 함께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프로레슬러의 세계에 입문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드라마 <글로우:레슬링 여인천하>. ⓒ넷플릭스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17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1.9%가 올해 추석에 귀성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설문에서 57.7%가 귀성을 포기한다고 답했는데, 2년 연속 귀성 포기자들이 절반을 넘었다. 어느 때보다 집에 머물 시간이 많은 추석이다. 〈시사IN〉 기자들이 ‘방콕 정주행’에 적합한 콘텐츠를 추천한다. 타이완 드라마, 자연 다큐멘터리, 스포츠 소재 다큐·드라마, 애니메이션, 웹툰, 게임 등 각자의 취향을 담았다. 랜선을 통해 세상과 감동을 만나는 추석 연휴가 되기를 소망한다.

〈글로우:레슬링 여인천하〉 네가 무엇이고 싶든 그 자체로 존엄하다

지난 3월 제주퀴어문화축제를 조직했던 트랜스젠더 김기홍씨가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그의 부고를 담은 기사가 미처 인쇄되기도 전에 변희수 하사의 비극적 소식이 연달아 전해졌다. 성전환 수술을 했다는 이유로 군에서 강제 전역을 당했지만 “기갑의 돌파력으로 그런 차별 없애버리고 살 수 있다”라고 말하던 그였다.

국방부 앞에서 열린 변희수 하사 추모 시위를 취재한 날, 밤에 잠이 오지 않았다. 휴대전화로 포털 뉴스를 들락날락했다. 기사마다 변희수 하사가 ‘진짜 여자가 아니다’라는 댓글이 꽤 많이 달려 있었다. 이 링크 저 링크를 누르며 타고 들어간 곳은 여성주의 책을 만든다는 출판사의 SNS 계정이었다. 트랜스젠더는 생물학적 여성이 아니므로 인정할 수 없다는 글로 도배돼 있었다.

고양이 가면을 쓴 사람이 춤을 추는 영상이 특히 시선을 끌었다. ‘트랜스 고양이’가 ‘인간의 몸에 갇혀버린 고양이의 정신적 고통을 표현’하고 있다고 했다. “트랜스젠더가 여자라고? 그럼 난 고양이가 되고 싶으니까 이제부터 나를 고양이라고 불러줘”라는, 전형적인 트랜스젠더 혐오 논리였다. 그 영상을 보고 한 캐릭터가 떠올랐다.

여기 스스로를 늑대라고 생각하는 한 여성 ‘실라’가 있다. 실라는 단 한 번도 늑대 분장을 벗어본 적이 없다. 늑대 얼굴처럼 짙은 화장을 하고, 뮤지컬 〈캣츠〉 배우들이 입고 무대에 등장할 법한 털 달린 옷을 입고 다닌다. 네 발로 걸어 다니거나, 생고기를 먹기도 한다. 처음에는 함께 일하는 동료들도 그를 꺼린다. 하지만 수많은 갈등 끝에 오해가 풀리고, 실라 역시 공동체의 일원이 된다.

실라의 생일날, 동료들은 롤러스케이트장에서 그의 깜짝 생일파티를 준비한다. 동료들의 진심을 안 실라는 스케이트를 신고 신나게 질주한다, 늑대처럼 포효하며. 동료들은 실라의 행복한 모습을 보고 즐거워하며 생일 케이크를 준비한다. 케이크에는 ‘106’이라는 숫자가 꽂혀 있다. “개 나이로 환산한 거야?” “정확히는 늑대 나이지.” “개였으면 87세야.” “우리가 계산했어.” 케이크를 둘러싸고 오가는 동료들의 따뜻한 목소리는 무심한 듯 다정하다.

동료들은 초가 녹기 전에 실라를 부르지만, 그는 이미 스케이트를 타느라 무아지경이다. 동료들은 웃으며 케이크의 촛불을 대신 분다. “실라도 우리의 마음을 알 거야.” 서로를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서로의 인정을 바라지 않고 그 자체로 각자 존엄한 상태. 미드 〈글로우〉는 그 상태를 이렇게 우화적인 방식으로 보여준다.

〈글로우〉는 우여곡절 끝에 프로레슬러의 세계에 입문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각자의 꿈과 상처를 서로 배려하며 합을 맞춰나가는 과정이 담겨 있다. 그들은 서로를 함부로 평가하지 않고 다름을 인정하되 한 팀으로 움직인다. 1980년대가 배경이지만, 그 속에 녹아 있는 페미니즘 사상은 2017년이다. 현재 시즌3까지 나왔고, 시즌마다 10부로 이뤄져 있다. 한 편 길이가 30분 내외이니, 부담스럽지 않게 볼 수 있다.

(작품 볼 수 있는 OTT:넷플릭스)

나경희 기자 did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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