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정주행 추천 콘텐츠] '그깟 공놀이'가 이렇게나 마음을 움직이다니

차형석 기자 2021. 9. 21.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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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기간 집에 머무는 독자를 위해 〈시사IN〉 기자들이 각자의 취향이 담긴 콘텐츠를 추천합니다. 드라마에서 게임까지, 재미있고 감동적인 콘텐츠와 함께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3부 리그로 강등된 축구팀과 이 팀을 응원하는 팬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죽어도 선덜랜드>. ⓒ넷플릭스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17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1.9%가 올해 추석에 귀성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설문에서 57.7%가 귀성을 포기한다고 답했는데, 2년 연속 귀성 포기자들이 절반을 넘었다. 어느 때보다 집에 머물 시간이 많은 추석이다. 〈시사IN〉 기자들이 ‘방콕 정주행’에 적합한 콘텐츠를 추천한다. 타이완 드라마, 자연 다큐멘터리, 스포츠 소재 다큐·드라마, 애니메이션, 웹툰, 게임 등 각자의 취향을 담았다. 랜선을 통해 세상과 감동을 만나는 추석 연휴가 되기를 소망한다.

〈죽어도 선덜랜드〉 〈리버풀FC:엔드 오브 스톰〉 ‘그깟 공놀이’가 마음을 움직인다

OTT에 접속해 망설이는 편이긴 하지만, ‘뭐 볼까’ 하다가 이내 손이 가는 콘텐츠가 있다. 바로 ‘스포츠 다큐’다. 승부의 세계, 긴장과 환호의 순간은 지켜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들썩인다.

〈죽어도 선덜랜드〉 시즌 1·2가 그중 하나다. 이 다큐멘터리를 처음 볼 때만 해도, 선덜랜드라는 팀의 존재조차 몰랐다. 한때 기성용·지동원 선수가 몸담았던 영국 프로축구팀이라고 하는데, 그들이 뛰는 경기 중계를 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도 클릭해 시즌1을 후딱 보고, 시즌2를 기다렸다. ‘죽어도 선덜랜드’라고 외칠 정도는 아니지만 선덜랜드의 실제 경기 결과가 핸드폰에 뜨게끔 ‘자동설정’ 해두게 되었다.

이 다큐는 2017년 여름 1부 리그(프리미어리그)에서 2부 리그(챔피언십)로 강등된 선덜랜드 AFC를 조명한다. 인색한 구단주는 다큐 제작으로 인기를 끌어 투자금을 유치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고, 다큐 제작진은 2부 리그에서 1부 리그로 올라가는 ‘감동 스토리’를 예상했으리라.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선덜랜드는 2017/2018 시즌에 최하위를 기록하며 3부 리그(리그원)로 추락했다. 카메라는 경기장의 안과 밖, 선수와 구단 운영진과 팬들의 반응을 촘촘히 기록한다.

이 다큐가 흥미로운 것은, 상업 스포츠의 이면을 그대로 드러내 보여준다는 점이다. 구단은 1부 리그에 걸맞은 규모로 커졌는데, 2부 리그로 강등되면서 적자에 허덕인다. 팀 내에서 고액 연봉을 받는 선수는 사고를 치거나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팀 공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선수는 이적 시기가 되자, 속내를 감추고 있다가 결국 다른 팀으로 떠나버린다. 이적 시한이 닥쳐서 구단 운영진은 부족한 예산과 새 선수 충원 사이에서 전전긍긍한다. 유명 선수가 등장하지 않아도, 낯선 구단 사무실 속 풍경은 시선을 잡아끈다.

무엇보다 눈길이 가는 건 선덜랜드의 팬들이다. 선덜랜드는 영국 동북부 지역의 산업도시다. 한때의 영광을 뒤로하고 쇠락해가는 도시. 선덜랜드의 축구는 이 도시의 노동자들에게 큰 위안거리였다. 마을 신부는 미사에서 선덜랜드의 승리를 기원하고, 나이 많은 택시 운전기사는 자신의 팬심과 그 이력을 술회한다. 3부 리그로 떨어졌는데도 3만 관중이 모여든다. 수많은 인파가 경기장으로 걸어가는 광경은 이 도시의 사람들과 축구가 꽤 오랫동안 동행해왔다는 걸 보여준다. 연이은 패배 앞에서 ‘죽어도 선덜랜드’를 외치는 팬들의 모습은 적잖이 감동적이다.

〈죽어도 선덜랜드〉가 패배의 기록이라면, 〈리버풀 FC:엔드 오브 스톰〉은 승리의 기록이다. 30년 만에 1부 리그에서 우승한 리버풀 FC의 2019/2020 시즌을 담았다. 시즌 종료 7경기를 남기고 우승을 확정지었다. 무난한 우승이었지만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폭풍’이 몰아쳤다.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리그 중단과 ‘무관중 경기’. 인류가 대재난을 겪을 때, 축구는 어떤 의미인가? 질문을 던지게 된다. 카메라는 여러 나라의 리버풀 팬을 비춘다. 중국 우한에서 한 청년은 리버풀 경기를 보며 ‘봉쇄의 시간’을 견딘다. 꼭 리버풀 팬이 아니더라도, 영화의 마지막에 흘러나오는 리버풀 응원가 ‘유 윌 네버 워크 얼론(You will never walk alone)’이 달리 들린다. ‘그깟 공놀이’가 이렇게 마음을 움직일 줄이야.

(작품 볼 수 있는 OTT:〈죽어도 선덜랜드〉/넷플릭스, 〈리버풀 FC:엔드 오브 스톰〉/왓챠)

차형석 기자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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