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업·공산품으로 전이되는 원자재·농산물 가격 급등.." 인플레, 추석 후 장기화될 듯"

세종=이민아 기자 2021. 9. 2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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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업제품·외식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한번 오르면 안 내리는 품목들 가격 올라
"인플레 없다는 건 정책 당국의 바람일 뿐"

석유나 농산물 등 일시적인 공급 요인을 제거해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 물가’의 상승세가 지난달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반기에는 물가가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내다봤던 당초 정부의 전망이 무색하다.

국제 유가 상승과 농산물 가격 급등이 한번 오르면 쉽사리 내려가지 않는 서비스업과 공산품 가격 인상으로 전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기조로 접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추석 이후에도 물가 상승을 자극할 요인들이 산적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추석 물가를 각별히 챙겨라’라는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들이 전방위적으로 물가 관리에 나섰지만, 인플레이션이 하반기 경기회복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일을 방지하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8월 근원물가 연중 최고치...2017년 8월 이후 가장 높아

근원 물가의 상승세가 주목된다. 21일 기획재정부의 ‘2021년 9월 최근경제동향’에 따르면, 석유류・농산물 등 공급 측 변동요인을 제거해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 물가는 지난달 1.8% 올랐다. 근원 물가는 올해 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2017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로, 7월에 이어 2개월 째 연중 가장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물가 상승률이 5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17년 1∼5월 이후 4년 만이다.

근원물가의 상승은 국제유가 등 원자재와 농축산물 가격 오름세에서 시작된 물가 대란이 연쇄적으로 연쇄적으로 공산품과 서비스 가격을 밀어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맞아떨어지고 있는 증거다.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로 7월에 19.7%, 8월 21.6% 상승했다. 국제 유가는 한번 오르면 장기간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지난 6월 리터당 1577원이었던 휘발유 가격은 7월 1626원, 8월 1646원을 기록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당초 국제 유가는 3분기에 정점을 찍고 4분기에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근 미국 석유 재고가 허리케인 여파로 시장 예상보다 적게 나타나 국제 유가가 하락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1년 9월 최근경제동향

높은 유가는 기업의 생산 비용을 높여 재화 가격에 전이된다. 이에 따라 전반적인 소비자 물가를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난달 공업제품은 3.2% 올라 2012년 5월(3.5%) 이후 9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공업제품 물가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마이너스(-)를 나타냈지만, 유가 상승에 따라 4월부터 2% 넘게 상승하고 있다.

같은 기간 농축수산물 가격은 각각 9.6%, 7.8%씩 올랐다. 이를 재료로 하는 외식 물가의 상승세도 두드러졌다. 전년 동월 대비로 7월에 2.5%, 8월 2.8% 상승했다. 재료비와 문재인 정부 들어 높은 수준으로 올랐던 최저임금, 임대료 등 고정비용이 커진 영향이다. 한번 오른 외식 가격은 제자리로 돌아가는 법이 거의 없다.

기재부 관계자는 “추석 전에는 성수품 공급 할인 행사로 8월 31일 대비 14개 품목의 물가가 내렸다”면서도 “추석이 지나면 농축수산물의 물가가 떨어지는 것은 물가 하락 요인이지만, 추석 이후 줄어드는 공급 물량은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면밀하게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근원물가 상승률./기재부

◇전문가들 “물가상승 단기적 아냐...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전문가들은 물가 상승이 단기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고 추석 이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에 물가 상승 요인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11조원 규모의 5차 재난지원금(코로나19 상생 국민지원금)이 이달부터 풀리는 것도 물가 상승 압력 중 하나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인플레이션이 없을 것이란 정책 당국의 전망은 그들의 바람과 목표”이라며 “물가는 앞으로 올라갈 것이란 기대가 있으면 더 올라가기 때문에 이를 억누르기 위해 일시적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물가 상승은 일시적인 수준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전국민 재난지원금 등 시장에 풀린 유동성도 물가 상승 압력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추석 이후 물가 상승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 교수는 “이전에는 공급측 요인만 물가를 자극했는데, 이제는 수요측 요인도 물가를 자극하기 시작해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도 있다”며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얼마가 될지 쉽사리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를 동반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달 26일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5월 발표한 1.8%에서 2.1%로 0.3%P(포인트) 상향했다. 특히 올해 하반기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4%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인 2%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 올해 하반기 내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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