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돈의 화신'이 스타트업에 뛰어든 이유

임경업 기자 2021. 9.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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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창업가에게 돈은 어떤 존재일까요. 어떤 창업가는 당당하게 말합니다. ‘돈 벌려고 한다’고요. 대한민국에서 흙수저로 태어나 단 시간내에 부(富)를 가져다줄 수 있는 방법은 창업뿐이라고요. 그의 ‘부자가 되려는 창업론’을 듣고 있으면 일각 타당하다는 생각에, ‘이것도 창업의 강력한 동기가 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을까요. 고위드 창업가 김항기 대표는 젊었을 때 자신을 ‘돈의 화신’이었다고 합니다. “일주일 7일, 하루 18시간씩 일했던 것 같아요. 돈 버는 것이 아주 좋고 즐겁고 재밌었다”고요. 증권가 톱 애널리스트에서 자산운용사대표까지 금융업계 25년을 종사하면서 알려진 그의 개인 자산만 2000억원이 넘습니다.

이미 충분한 부를 갖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48살의 김항기 대표는 작년 금융그룹 지주사였던 회사를 사업지주사로 바꾸고, 사실상 스타트업 창업에 뛰어들었습니다.

비가 세차게 쏟아지던 8월 어느 날 고위드 사무실에 갔습니다. 청바지에 후드티 차림의 직원들이 반쯤 누워서 회의하고 있더군요. 김 대표에게 물었습니다. ‘대표님, 여기 띠동갑들이랑 일하고 있을 것 같은데요’라고요.

“두 바퀴를 돌아요. 제가 얼마 전에 호랑이띠 직원 셋과 충주로 MT를 갔어요. 제가 74년생 한국 나이로 마흔여덟, 직원 둘이 서른여섯, 그리고 휴학하고 인턴으로 들어온 직원이 스물넷. 모두 호랑이띠입니다. 엄청나죠? 저보고 누가 ‘스타트업 할배’라고 하더군요.”

직원은 40명인데 금융업계 출신은 김대표 본인을 포함해 셋뿐. 25명이 개발자랍니다. 그래서 양복차림 여의도 증권맨이 없습니다. 그래도 본인은 “내일 망할 것처럼 꿈꾸는 스타트업이 즐겁다”고 합니다.

“돈이요? 돈을 더 버는 것이 주는 한계효용이 저에게는 거의 없어요. 이젠 의미있는 일을 해보고 싶어요. 제가 금융업에 25년을 종사했는데, 제가 봤을 때는 지금 이 순간이 지난 100년 금융업 역사 중에서 정말, 절대적으로 변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이런 시기에 내 능력이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이 무엇일까. 그걸 고민했어요. 그래서 고위드를 하게 됐고요.”

김 대표는 ‘성장하는 기업에 투자를 못 하는 이상한 금융 시대’라며 지금이 중요한 변곡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시대일까요.

고위드 창업가 김항기 대표

◇25년 일했지만, 지금은 정말 이상한 금융 시대

‘이상한 금융 시대’가 뭔가요

투자자 생활을 하면서 시장이 좀 이상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금융의 사전적 정의는 돈이 필요한 곳에 돈을 흐르게 하는 행위거든요. 시장의 성장축이 변했고, 돈의 가치와 흐름이 달라졌는데, 기존 금융이 전혀 그 흐름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었죠. 지금 금융은 산업혁명 시대 방식이 지속하고 있어요. 산업혁명 금융은 오프라인에 공장을 지으면 공장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고요, 이익이 나면 이익이 난다는 이유로 대출을 해줬어요.

그런데 전세계 100대 기업을 보면, 80개 기업 정도가 이런 성격을 갖고 있지 않아요. 공장을 온라인에 짓고 있거든요. 그래서 첫째, 담보 대출을 해줄 수 없어요. 둘째 이유가 더 중요해요. 기업의 가치는 그 기업이 장기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현금 흐름을 현재 가치로 디스카운트를 해서 매겨요. 과거 기업은 역성장했어요. 기업의 규모가 어느 정도 커지면 성장이 정체되죠. 비즈니스 규모가 커지면 설비나 원자재 비용도 같은 규모로 늘어나니까요. 지난 400~500년 동안 기업의 역사가 그랬어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아직도 분기 성장률이 전년 대비 20~30%가 찍히더군요.

네. 인터넷 시대가 오면서, 기업의 서비스와 제품에 사람이 몰려도 서버비용밖에 더 들지 않아요. 인터넷을 보니까 사람이 몰려요. 인터넷 기업들이 초기에 적자를 감수하고 사람을 확 모아두면, 이게 다 돈으로 바뀐다는 걸 이미 확인했어요. 이때부터 기업들이 일부러 적자 시기를 늘리기 시작했어요.

2000년대 중후반에는 또 데이터의 힘을 확인했죠. 데이터로 고객의 관심을 더 고도화시키면 성장률이 더 빨라지는 거예요. 기업가치가 1000조가 넘는 기업들이 전년 대비 40%씩 성장하는 일이 미국에서 일어나요. 기업들이 이제 데이터에 투자를 하겠다고 적자를 더 보고 있어요.

지난 400~500년전 기업 성장 역사를 보면 말이 안 되죠. 그런데 이 기업들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어요. 중요한건 금융이 장래 이렇게 될 기업들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는 거에요. 온라인에다가 건물을 짓고, 공장을 짓고 있는데 말이어요.

그래서 느꼈죠. 지금 금융은 뭔가 잘못됐다. 성장하는 쪽에 돈이 안 가고 있다는 걸요. 이 페인포인트를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해서 고위드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스타트업, 혁신 기업 투자는 벤처캐피털(VC)이 있잖아요.

전체 금융시장에서 VC같은 에쿼티(equity)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아시나요? 6% 도 안 돼요. 금융은 본질적으로 대출입니다. 그런데 스타트업에 대출을 안 해주요. 쿠팡을 보세요. 쿠팡이 상장까지 대출을 받은 적이 없어요. 소프트뱅크 같은 에쿼티에서 돈을 끌어다 썼죠. 유니콘인데 창업자 지분이 10%인 이유가 대출이 안 됐기 때문이에요. 왜냐. 은행이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대로 하면 스타트업은 정말 부도를 코앞에 둔 회사들이거든요. 그러니 대출이 될 수 없죠. 미래 성장할 기업에 돈이 흘러가지 못하는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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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원문에 실린 사진과 그래픽입니다.

김항기 대표가 작성한 프로젝트 모시스의 데이터 수집 및 축적 모델
고위드의 사스 트래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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