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시대 대입은?..수능+교과+학종 혼합될까
학생 진로적성 따라 이수하는 선택과목 제각각
"수능 자격고사로 바뀌고, 교과·학종 통합" 예측
교과평가·권장과목 도입 예고 서울대 사례 주목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대입제도가 또 한 번의 대대적 개편을 앞두고 있다. 고교학점제가 2025년 전체 고등학교에 전면 도입되기에 이에 맞는 대입제도가 필요하다. 2년 뒤에 나올 새 대입제도는 현 초등학교 6학년이 대학에 갈 때 첫 적용된다. 고교학점제 시대의 대입은 과연 어떻게 바뀔까.
2025년 전면 도입되는 고교학점제
20일 교육부에 따르면 현 초등학교 6학년이 고등학생이 되는 2025년부터 학생들은 적성·진로에 따라 선택과목을 골라 들을 수 있게 된다. 대학처럼 자신이 이수할 과목을 선택하고 학점이 쌓이면 졸업이 가능해진다. 학생들은 1학년 때 공통과목을, 2~3학년 때 선택과목을 이수하게 된다.
학생들의 진로·적성에 따라 이수하는 교과목이 다르다는 점에서 대입 개편이 불가피하다. 교육부도 오는 2024년 2월까지 새 대입제도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아직 2년 남짓 시간이 남았지만, 학부모들은 사이에선 ‘학점제형 대입개편’이 초미의 관심사다.
입시전문가들의 의견은 크게 △수능 개편 △학생부종합전형(학종)과 학생부교과전형(교과전형)의 통합 △대학별 고사 강화 등으로 수렴된다. 특히 수능 개편은 현 상대평가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과 절대평가로 바뀔 것으로 전망으로 갈린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능을 절대평가로 바꾸면 변별력에 문제가 생기기에 이에 대한 반발이 클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현 수능의 큰 틀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 수능의 기본 틀이 유지되더라도 객관식 위주의 출제방식에 서술형이 가미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임 대표는 “전체 문항 중 약 20% 정도가 서술형으로 바뀔 것”이라며 “대신 정답이 정해진 서술형 답을 요구하는 문제가 출제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수능에 서술형 문항을 가미하는 방식은 수능이 절대평가로 바뀔 것으로 보는 쪽에서도 동의하고 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능은 절대평가로 전환되고 자격고사화 될 것”이라면서도 “서술형 문제가 전체의 20% 정도로 출제되는 객관식·서술형 혼용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능, 대입자격고사로 바뀌나
임진택 경희대 입학사정관도 수능이 절대평가로 바뀌고 자격고사로 변화될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실었다. 그는 “과거의 예비고사처럼 수능은 대입자격을 얻는 시험으로 바뀌고 평가방식도 절대평가로 변화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수능이 대입자격고사로 변모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는 1969학년도 대입부터 도입된 대입예비고사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에는 대학별 본고사 이전에 대입자격을 얻는 예비고사에 합격해야 대학에 지원할 수 있었다.
수능이 절대평가·자격고사로 바뀐다면 변별력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수능+교과+학종이 혼합된 새로운 대입제도를 예측하는 의견도 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학종의 자기소개서·교사추천서 등이 폐지되기에 교과전형과 학종 간 구분이 모호해질 것”이라며 “교과전형과 학종이 통합된 대입형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임진택 사정관도 “자격고사로 바뀐 수능으로 선발인원의 3배수 정도를 가린 뒤 교과성적을 평가하고 대학별고사인 면접으로 최종합격자를 가리는 형태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능·교과·학종이 혼합된 새 대입제도를 전망한 셈이다.
선택과목에 대한 평가는 난제 중의 하나다. 학생들이 1학년 때 필수로 듣는 공통과목(국어·영어·수학·한국사 등)은 상대평가가 유지되기에 대입전형 자체가 용이하다. 문제는 학생 개개인이 진로·적성에 따라 달리 이수하는 선택과목이다. 교육부는 지난 2월 고교학점제 종합추진계획을 통해 선택과목의 경우 절대평가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선택과목까지 상대평가를 적용할 경우 학점이 잘 나오는 과목으로의 쏠림현상이 불가피해서다.
이 때문에 학점제 시대에는 학종이 강화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학점제 시대에는 학종으로 과육과정 중심의 평가가 이뤄질 것”이라며 “학종이 지금보다 강화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주목받는 서울대 2024 입시안
입시전문가들조차 향후 대입제도가 어떻게 바뀔지 의견이 갈리는 상황에서 서울대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서울대가 지난 7월 발표한 ‘2024학년도 입학전형 예고사항’의 핵심은 정시에서의 교과평가 도입이다. 지금까지 정시는 수능위주의 전형이 이뤄졌다. 서울대는 정시에서도 교과평가를 반영, 학생들의 학업능력을 살필 방침이다. 이는 사실상 수능과 교과전형을 혼합한 형태다.
임진택 사정관은 “자기소개서와 교사추천서 등이 폐지되고 학생부에서 각 교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만 남게 된다”며 “서울대는 정시에서도 수능만 보지 않고 이를 통해 학업역량을 평가하는 형태의 대입제도를 선제적으로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울대의 2024학년도 입학전형 예고사항을 ‘고교학점제 대비용 입시안’으로 보고 있다. 이를 분석하면 학점제 시대의 대입제도를 미리 가늠해볼 수 있다는 의미다.
학과별로 이수할 선택과목을 정하는 방식도 향후 학점제를 대비한 방식이다. 서울대는 2024학년도 입학전형 예고사항에서 전공연계 교과 이수과목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각 학과마다 권장과목을 정해놓고 고교에서 해당 과목을 이수한 학생을 우대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의과대학의 경우 생명과학Ⅰ·Ⅱ, 미적분, 확률과 통계, 기하 등이 권장과목에 포함된다. 이는 대학에서 배울 전공과 무관한 선택과목을 이수할 경우 대입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앞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지난 달 2일 전국 고교교사 220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72%(1595명)가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에 반대했다. 지난 7월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 교사 548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설문조사에서도 65.8%가 재검토나 개선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신하영 (shy11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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