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셰프 정호영도 3억 적자..그의 힐링은 '또깡이'[그셀럽의 반려생활-끝]
이런이런, 견생(犬生) 첫 제주도 여행인데, 이렇게 비가 오다니요. 아쉽네요 멍멍. 제 이름은 정또깡이고요, 올해 다섯...아니 제 프라이버시이니 나이는 비밀이고요, 엄마는 정씨 성에 이름은 순 자, 이 자를 쓰신답니다. 엄마와 저 모두 새하얀 털에 왕방울 눈이 매력 포인트인 말티즈에요. 서울 연희동에서 저희 미모는 유명하답니다. 저희의 반려인은 맛있는 우동과 안주를 만드는 정호영 셰프 부부인데요, 세상에선 스타셰프라고 부른다라나 뭐라나요. 지난 15일엔 한라산과도 가까운 공기 좋은 교래리에 새롭게 식당을 열었다고 해서, 제가 참 바쁜 몸인데도 불구하고 비행기까지 타고 축하하러 왔답니다.
엄마는 참 순한 성격이라 이름도 순이인데요 저는 켄넬 속에서 몇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게 참 답답한 활달한 성격이거든요. 그래도 꾹 참았어요. 이번 레스토랑 오픈이 얼마나 중요한지 저도 잘 알고 있거든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반려인 아빠와 엄마가 힘들어하는 걸 곁에서 보고 항상 마음이 아팠는데 이번은 진짜 큰 맘 먹고 준비했다고 해서 저도 힘을 보태고 싶었답니다.
최애 간식인 닭가슴살을 먹는데도 하루가 짧거든요. 스타셰프인 아빠가 손수 손질해 말린 닭가슴살인데 맛이 없을 수 없죠. 제가 식탐이 아주 조금 살짝 과해서요, 예전에 아빠가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할 때, 강형욱 훈련사님에게 상담을 한 적도 있어요. 글쎄 강 훈련사님이 “주인 닮아 그렇다”고 답했다고 하더라고요. 아빠도 저도 그냥 웃었죠 뭐.
하지만 저도 알 건 다 알아요. 지난해 1월 이후에 이상하게 말이죠, 손님들 숫자도 줄고, 최근엔 저녁 6시가 넘으면 테이블에 두 명씩밖에 앉아 계시질 않아요. 아빠가 최근에 한 방송에 출연해서 “코로나19 이후 적자가 3억원 이상 난 것 같다”고 한 걸 보고 제 마음도 철렁했어요.
더 마음이 아픈 건요, 힘든 게 아빠만이 아니라는 거에요. 더 힘든 분도 많이 있다고 들었어요. 산책 다닐 때 보면 ‘폐업합니다’ ‘그간 사랑에 감사했습니다’라는 팻말이 많이 붙기 시작했더라고요. 다행히 제 반려부모님은 저와 엄마와 함께 산책도 다니고 저희들 재롱을 보며 위안을 얻는다고 해요. 우리나라 모든 자영업자 분들, 소상공인 분들 힘내셨으면 좋겠어요. 정부 발표한 거 보면 외식 창업에 도전한 3명 중 2명은 창업 후 3년 안에 폐업한다고 하더라고요. 팬데믹 이전의 데이터를 근거로한 2020년 통계라고 하니 지금은 더 심하지 않을까 걱정 되네요.
자 이쯤에서 아빠에게 마이크를 넘길께요. 그리 길지 않은 견생이지만 그래도 어떤 어려움도 영원하진 않다는 것 정도는 저도 알만큼 컸어요. 아빠가 다이어트 한다고 저를 자꾸 산에 데리고 가서 괴로워도 결국 등산은 끝이 나고 맛난 간식도 냠냠할 수 있고요. 코로나19도 어서 끝나기를 또깡이가 힘차게 기도합니다, 멍!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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