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버'로 입증한 가요계 희망의 아이콘들 [추석특집]
[스포츠경향]
코로나19 펜데믹 장기화로 침체된 가요계에 불어온 ‘역주행’ 열풍은 ‘끝까지 버티면 승리한다’는 정신을 불러온 응원의 메시지가 됐다.
‘역주행’이란 이미 공개된 노래가 음원차트의 순위를 거슬러 올라가 인기를 얻는 것을 말한다. 경쟁이 치열한 가요계에서 노래가 공개되자마자 음원차트 상위권 오르는 ‘정주행’은 쉬운 일이 아니다. 코로나19로 앨범 프로모션 마저 어려워진 상황에서 ‘역주행’은 가수와 기획사에게는 그야말로 한 줄기 빛이 아닐 수 없었다.
‘역주행’ 열풍의 첫 물꼬를 튼 주인공은 데뷔 5년 만에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브레이브걸스다. 민영, 유정, 은지, 유나로 구성된 브레이브걸스는 지난 2016년 2월 데뷔해 5년여간 무명의 시간을 보냈다. ‘군통령’으로 군위문 공연에서 활약하며 팬덤을 쌓았지만, 일반 대중에게는 낯선 이름이었다. 그러다 지난 2월 유튜브를 통해 매 무대 웃음을 잃지 않고 열정을 다하는 위문 공연 영상이 화제가 됐다. 이에 2017년 발매돼 ‘밀보드’(밀리터리+빌보드) 1위였던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은, 2021년 실제 음원차트 1위에 오르며 역주행에 성공했다. 이후 톱스타들만 꿰찬다는 소주 광고 모델을 비롯 광고와 예능 프로그램을 휩쓸며 정상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들의 드라마 같은 성공 스토리는 인기 견인에 큰 몫을 했다. 멤버들은 “길어진 무명 기간에 결국 해체를 결정했다. 그런데 그 다음날 역주행 영상이 터졌다”고 기적 같은 이야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존버’는 승리한다”며 묵묵히 최선을 다해 걸어온 끝에 결국 꿈을 이뤘음을 밝히며 희망과 위로를 안겼다.
2000년대를 풍미했던 남성 보컬 그룹 SG워너비 역시 역주행으로 음원차트를 휩쓸며 가수인생 2막을 열었다. 2004년 데뷔한 SG워너비는 ‘타임리스(timeless)’ ‘죄와 벌’ ‘살다가’ ‘광(狂)’ ‘내 사람’ ‘라라라’ 등 수많은 히트곡을 탄생시키며 사랑받았다. 그러나 보컬 그룹의 인기가 쇠퇴하며 잊혀졌고, 멤버 김진호는 “사비를 들여 산 장비를 싣고 다니며 고등학교 졸업식이나 병원에서 노래를 했다”고 이후의 삶에 대해 전하기도 했다.
SG워너비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MSG워너비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다. SG워너비를 롤모델로 남성 보컬 그룹 MSG워너비를 제작하고 나선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SG워너비가 완전체로 출연해 화제를 모은 것. 이날 방송에서 SG워너비가 메들리로 부른 곡들은 추억여행을 선사함과 동시에 아이돌 위주의 가요계에 새로운 자극을 안기며 반향을 불러왔다. 과거 히트곡들이 음원차트와 음악방송 1위에 오르며 탄력을 받은 SG워너비는 지난 7월 새 앨범 ‘넌 좋은 사람’을 발매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역주행’의 아이콘 그 자체인 가수도 있다. 이무진의 신곡 ‘신호등’이 역주행으로 질주하고 있다. 지난 5월 발매한 신곡 ‘신호등’은 발매 당일 110로 진입했던 음원차트에서 3개월 만인 지난달 방탄소년단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정상에 올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도 인기를 얻어 두 달에 걸쳐 70계단 이상을 올라뛰며 화제가 됐다. 이후 음악방송 2관왕, 가온차트 3관왕 등 성적을 거두며 대세로 떠올랐다. 이무진의 첫 자작곡인 ‘신호등’은 자신이 겪었던 혼란스러운 감정을 진정성 있게 담아낸 곡으로, 사회초년생을 도로 위 초보 운전자에 비유한 가사 등이 청춘의 공감을 얻으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지난 2월 종영한 JTBC ‘싱어게인’을 통해 ‘63호’로 불렸던 무명가수에서 ‘유명가수’로 거듭난 만큼 희망을 노래하는 그의 목소리에 대중은 귀를 귀울이고 있다.
김원희 기자 kimw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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