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성 정치인들 키워낸 '에밀리리스트'에 첫 흑인 수장 취임

이윤정 기자 2021. 9. 20.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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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라폰자 버틀러. 에밀리리스트 유튜브


미국에서 첫 여성 흑인 부통령이 탄생하면서 여성 정치인들을 키워낸 단체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이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원했던 ‘에밀리리스트’에 첫 흑인 수장이 탄생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에밀리리스트는 흑인 여성 노동운동가이자 민주당 정치 고문으로 활동한 라폰자 버틀러(36)를 대표로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에밀리리스트는 여성 정치인들을 지지하는 정치활동위원회(PAC) 중 하나다. 여성운동가이자 IBM 창립자 워드 포드의 손녀인 엘런 맬콤(74)이 1985년 창설했다. 여성 낙태권을 찬성하는 여성 정치인 후보자를 지지하는 에밀리리스트는 ‘초기 자금이 이스트와 같은 효과를 갖는다(Early Money Is Like Yeast)’는 문장의 머리글을 딴 것이다. 능력과 자질을 겸비한 여성 후보들에 초기 선거자금을 지원하면 이후 더 많은 지지와 후원금이 모인다는 뜻이다. 정치활동위원회는 특정 후보를 당선 또는 낙선시키기 위해 이익단체들이 결성한 선거운동 조직이다. 1974년 연방선거운동법 개정으로 정치활동위원회는 합법적인 정치자금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에밀리리스트는 창설 이후 36년 동안 1500명이 넘는 여성을 공직자로 만들었다. 1984년까지 민주당에서 여성이 상원의원에 당선된 사례가 없었고, 규모가 큰 주에서 여성 주지사가 배출된 적도 없다. 당시 민주당 여성 하원의원 수는 12명으로 전체의 3%에도 못 미쳤다. 에밀리리스트는 1980년대 여성 후보가 선거에서 이길 승산이 없다고 여긴 당 지도부가 여성 후보 공천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여성 정치인 만들기에 앞장섰다. 여성 후보들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후원금을 모집해 여성 국회의원, 주지사를 당선시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에밀리리스트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낙태권을 넘어 최저임금 인상, 사회 보장 확대, 인종문제 등 더 다양한 진보적 의견을 담아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진 것이다. 창립자 말콤에 이어 2010년부터 에밀리리스트를 이끈 정치전략가 스테파니 슈리오크는 지난 13일 버틀러에게 대표 자리를 물려주며 “버틀러가 새롭게 쓸 에밀리리스트의 다음 챕터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버틀러는 미시시피주 매그놀리아에서 자랐고 지역 명문대 잭슨주립대학을 졸업했다. 버틀러는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큰 노조인 북미서비스노동조합(SEIU)를 이끌며 최저임금 인상, 여성임금 불평등 개선 등에 목소리를 높여왔다. 지난해 미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부통령 후보 해리스 선거캠프에서 수석 고문 중 한 명으로 일하며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

미국 첫 흑인 부통령을 탄생시킨 공로자이기도 한 버틀러는 에밀리리스트가 보다 더 많은 유색인종 여성들이 정치에 참여하도록 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버틀러는 트위터를 통해 “텍사스주의 임신중단 금지법 등으로 여성들이 전례없는 위협에 직면해 있다”면서 공화당이 우세한 주에서 임신중단 금지법이 퍼져나갈 것을 우려했다. 그는 “자신의 건강에 관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리, 투표를 할 수 있는 권리 등 민주주의 가치가 전례없는 위협에 직면해 있다”면서 에밀리리스트를 통해 진보적 가치와 다양성을 지켜나가겠다고 했다.

한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버틀러는 “내 딸과 미국의 모든 딸들이 정치의 얼굴이 될 수 있도록 그동안 과소평가 받았던 모든 여성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에밀리리스트를 이끌겠다”고 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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