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자영업자의 편지 "이런 지원방안, 한국이었다면.."

2021. 9. 20.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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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지난 9월 1일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인근 한 가게에 폐업을 알리는 문구가 붙어 있다. 이석우 기자
서울 마포구의 호프집 사장, 전남 여수의 치킨집 사장, 대구의 닭꼬치집 사장….

이들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생활고에 시달리다 세상을 등진 자영업자들이다. 자신의 원룸을 빼서 직원 월급을 주고 극단적 선택을 한 호프집 사장의 사연이 알려진 후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가 제보를 받았더니 금세 20여명의 사연이 모였다고 한다.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은 자영업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차려진 합동분향소에는 추석 연휴에도 자영업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많은 자영업자들이 분향소와 인터넷커뮤니티에서 “남 일 같지 않다” “나일 수도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자영업자가 벼랑 끝에 내몰린 현실은 ‘감염병의 비극’이라기 보다는 ‘정책의 비극’에 가깝다. 지난 11일 주간경향 은 <“여기선 코로나로 2억원씩 받았죠”…세도시 사장님 이야기>를 통해 해외 선진국의 자영업자들이 얼만큼의 코로나19 지원금을 받았는지 살펴봤다. 프랑스 파리, 미국 애틀랜타, 캐나다 토론토, 일본 도쿄의 식당 운영 자영업자들(한국 교민)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받은 지원금은 한화로 각각 1억1300만원(파리), 1억9000만원(도쿄), 2억1000만원(도쿄), 1억1000만원(캐나다), 2억8000만원(미국)이었다. 최소 1억원씩 받은 셈이다. 같은 기간 충남 천안에서 대형 카페를 운영하는 허희영씨(45)가 받은 지원금은 600만원이다.

네 도시의 사장님(토론토, 파리, 도쿄, 애틀란타의 한국 교민 자영업자)은 현재 무리 없이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일부는 정부의 정책자금 대출을 받았지만 개인적인 빚을 지지는 않았다. 반면 충남 천안의 허씨의 채무는 현재 사채빚만 1억3000만원에 달한다.

코로나19 국면에서 한국은 방역 선진국이었지만, ‘재정대응’의 측면에서는 선진국과 다른 길을 걸었다. 프랑스·미국·캐나다·일본은 코로나19 재정지출에 국내총생산(GDP)의 9.6%(프랑스), 25.4%(미국), 15.9%(캐나다), 16.5%(일본)를 투입했다. 한국의 코로나19 재정지출 규모는 4.5%였다.

경향신문의 취재에 응한 해외교민 사장님들은 자영업자들이 고통 받고 있는 한국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특히 캐나다 토론토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김모씨는 “한국 자영업자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캐나다 정부의 코로나19 지원금 정책과 자신의 의견을 편지글 형식으로 자세히 보내왔다.

김씨는 자신이 받은 지원금의 내역을 소개하면서 “한국에서 이런 방안이 나왔다면 타당성 가지고 싸울 것이고 수혜 대상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놓고 한참을 시간을 보냈을 것”이라면서 “캐나다는 ‘일단 살려놓고 보자’는 생각이 우선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또 매출을 허위 보고해 부정수급을 받은 사례도 나왔지만, “캐나다는 이런 부작용을 감수하고라도 경제가 굴러가도록 만드는 일이 급선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캐나다의 김씨가 지금까지 받은 코로나19 지원금은 11만8900만캐나다달러(약 1억1000만원). 정책 대출금까지 포함하면 약 15만달러(약 1억4000만원) 수준이다. 그는 “저를 캐나다 사례로 일반화하기에는 지원폭이 크지 않은 편이다. 매출 하락율이 작아 (지원금이) 평균보다 많이 낮다”면서 “규모가 있는 식당의 경우 25만~30만불(캐나다달러) 가량 받았다”고 전했다.

김씨는 그러면서 “적어도 제 주변엔 점포 문을 닫거나 파산한 사람이 한명도 없다”면서 코로나19 직후엔 직원 대다수를 내보냈지만 “배달 매출이 늘고 정부 지원을 받으면서 직원 대부분 불러들였다”고 했다.

김씨가 영업을 하며 틈틈이 작성해 취재진에게 보내온 편지글을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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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토론토 인근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여기도 코로나19로 인한 자영업 피해는 막심했습니다. 작년 3월 팬더믹이 선언되고 바로 다음주부터 모든 식당 영업을 배달만 허용하고 금지시켰습니다. 암담했습니다. 이대로 망하는구나 싶었습니다. 직원들을 모두 돌려보내고 한 사람만 남겼습니다. 직원들도 기약없는 해고이니 수입이 모두 없게 된 셈이고요.

정부의 조치는 매우 신속했습니다. 수입이 줄어든 사람들에게 ‘캐나다 긴급 자금지원’(Canada Emergency Response Benefit)으로 일주일에 500캐나다달러(약 47만원)씩 지급했고, 자영업자들에게는 일시불 4만캐나다달러(약 3721만원)의 대출을 해 주었습니다. 이중 2년내에 3만캐나다달러를 갚으면 나머지 1만캐나다달러는 안 갚아도 되는 조건이었고 팬더믹이 길어지자 2만캐나다달러(1만 상환, 1만 무상)가 추가되었습니다.

여기서 한국의 상황과 비교 해볼 만한 점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정부 또는 어느 정당에서 이런 방안을 내 놓았다면 어찌 되었을까요. 타당성 가지고 싸울 것이고, 수혜 대상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가지고 또 한참의 시간을 보내겠지요. 캐나다에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매우 신속했습니다. ‘일단 살려놓고 보자’는 생각이 우선이었던것 같았습니다.

신청만 하면 특별한 심사절차 없이 무조건 지급 해 주었습니다. 물론 “나중에 심사해서 부적격자가 신청한 경우 패널티를 포함해서 환수하거나 고의적인 경우는 감옥에 갈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기는 했습니다.

한국의 경우 나랏빚이 늘어나면 어쩔거냐고 반대하는 정당, 사람들이 많았던 것으로 압니다. 나랏빚이 안늘어나겠지만 개인빚이 늘어나고, 개인들이 파산하면 그게 그대로 나라의 부담으로 남지 않을까요. 나라 재정만 건전하면 국민들은 다 빚쟁이가되고, 파산을 해도 괜찮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죽어가는 사람에게 약을 주고, 응급조치를 해 주는것이 죽은 사람을 살려내는것 보다 천배 만배 효과적인 방법 아닐까요.

코로나19 이후 정부로부터 받은 도움을 열거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주요 지원금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이런 지원들의 부작용도 분명히 있습니다. 정부 지원을 받기위해 허위 직원을 만들거나 보고되는 매출을 떨어뜨리기 위해 현금만 받는 업소, 또는 개인의 경우 일할때보다 일 안하고 정부지원을 받는것이 더 커서(일부 파트타임잡을 가진 사람들에 해당합니다) 일자리가 있음에도 복귀를 안 하는 사람, 정부 보조를 계속 받기 위해 임금으로 현금을 요구하는 사람 등….

정부에서 모를리가 없겠지요. 그러나 지금은 약간의 부작용을 감수하고라도 경제가 굴러가도록 만드는 일이 급선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여기도 한국처럼 당리당략에 따라 정부가 제시하는 여러 정책들이 의회에서 막히는 일이 자주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팬더믹으로 인한 정부 지원은 한차례도 의회에서 거부된 일이 없는 것으로 압니다. 정부가 발표를 하고 몇월 몇일 의회에서 통과되면 바로 시행된다 하면 탈없이 진행이 되더군요.

대부분 기억과 제 개인 장부에 의해 작성된 글이라 조금의 오류가 있을지도 모르나 정부의 신속하고 전폭적인 지원덕에 소 상공인이 점포 문을 닫거나 파산을 한 경우는 적어도 제 주변에는 한사람도 없습니다.

또한 저의 경우 처음에는 직원 한 명만 남겨 놓았다가 배달 매출이 늘고 정부 지원을 받으면서 직원 대부분을 불러들였습니다. 정상 영업대비 70% 수준의 고용이 이루어졌던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0월과 지난해 12월의 가게 내부 모습. | 김씨 제공
누구나 알다시피 대한민국은 짧은 기간 급속도의 발전을 이루어 낸 세계에 유례가 없는 나라입니다. 그 과정에 얼마나 많은 국민들의 노력과 희생이 있었습니까. 국가나 소속된 단체(직장)의 발전을 위해 개인이 조금 희생되는것이 당연시되었던 시절이 있었지요. 이젠 그런 논리로 개인의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입니다.

제가 첨부한 사진(위 사진)에서 보시듯 COVID19 전에는 저녁시간에는 좌석이 꽉차고 라인업까지 생기던 내 사업장을 국가가 강제로 장사를 못하게 했습니다. 물론 국민, 사회 전체의 안전을 위해서였지요. 그러나 아무리 국가, 정부라 해도 내 사업장을 강제로 문닫게 할 권리는 없는겁니다. 어쩌면 협상(사업자와 국가간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코로나로 상황이 이렇게 어렵게 되었다. 당신의 사업장이 코로나 확산의 온상이 될 수 있으니 당분간 문을 닫아 줘라. 그대신 이렇게 보상을 해 줄게’라는. 국가가 내 사업장의 모든 의자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장사를 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거기에 대한 책임, 보상은 당연히 나라에서 해 주는게 맞지요. ‘코로나가 발생한게 국가의 책임이냐? 어려운 상황이니 당신들이 좀 희생 해’ 라고 한다면 너무 유치합니다.

한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우리의 의식도 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받은 자와 못 받은 자의 갈등, 많이 받은 자와 좀 덜 받은 자, 혜택을 못 받은 사람의 반발을 의식해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는 상황도 많더군요.

사실 저도, 저보다 많이 받은 사람을 보면 살짝 배가 아프기는 했습니다. ‘저 사람은 꼼수를 부려 매출 보고를 낮게 해서 나보다 많이 받았는데…’ 또는 ‘매출하락 1% 차이로 나는 2만불 받고 저사람은 4만불 받는 건 좀 속상하네’ 정도였습니다. 저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런 불만을 갖고 있었지만, 지원금 정책을 뒤집거나 멈추게 할 정도로 컸던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남이 얼마 받았느냐가 아니라, 내가 살아남느냐라고 생각합니다. ‘남이 나보다 많이 받아 나는 이것을 수용할 수 없다’ 라는 생각도 고쳐졌으면 합니다.

쓰다보면 이야기가 너무 길어질것 같아 이쯤에서 마쳐야겠습니다. 가게도 바빠지는 시간이고요.

내 조국의 위정자들이 그야말로 국민들만 보고 정책들을 입안·결정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대한민국이 그저 돈 많은 선진국이 아닌 국가와 사회 그리고 국민 모두가 한수준 높아지는 그런 선진국이 되었으면 합니다.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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