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보면 잊을 텐데"..추석 맞아 요양병원서도 '간만의 상봉'

2021. 9. 2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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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멘트 】 코로나19가 터진 이후 요양병원과 시설에 계신 어르신들은 명절에도 가족들 손 한 번 마음껏 잡지 못했습니다. 유리벽을 사이에 둔 비접촉 면회만 허용되거나 그마저도 못하기 일쑤였는데요. 이번 추석엔 처음으로 접종완료자에 한해 접촉 면회가 허용됐습니다. 유호정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 기자 】 4단계 격상 이후 아내와 또 생이별을 해야 했던 최병록 씨. 두 달 만에 아내를 만났습니다.

- "얼굴 좀 봅시다. 몇 개월 만에 보는데. 내가 누군지 알겠어요? 알아?"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아내가 코로나19로 못 보는 동안 자신을 잊는 건 아닐지 애가 탑니다.

- "다른 사람 다 잊어버려도 나 잊어버리면 큰일 나."

▶ 인터뷰 : 최병록 / 요양병원 면회객 - "(아내는) 인지력도 없고 말도 못하니까 계속 얼굴을 보지 않으면 깜빡하면 잊어버릴 것 같아요. 아침 점심 저녁 하루 꼭 3번씩은 전화를 드려요. 목소리라도 잊지 말라고."

또 다른 병원에선 치매를 앓는 80대 할머니가 오랜만에 남편과 딸의 손을 잡아봅니다.

- "엄마 많이 사랑해." - "나도 많이 사랑해."

이마저도 허용된 시간은 고작 15분 남짓, 그간의 그리움을 달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입니다.

▶ 인터뷰 : 심기순 / 요양병원 면회객 - "명절 돼서 더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것 같아요. 만나서 만질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접종완료자가 아닌 이계행 씨는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엄마를 만났습니다.

- "팔 좀 이렇게 들어봐. 잘하는데? 이제 이렇게 쭉 봤으면 좋겠다. 그치?"

병원에선 이번 면회로 환자들의 건강도 개선될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김기주 / 요양병원장 - "(면회가 금지되면) 우울해하시거나 불안해하시는 건 당연하고 불면증 증상이라든가 치매 증상이 있으신 분들은 정신행동 증상이 나타나시는 경우도….

부디 다음 명절엔 더 자유롭게 만날 수 있길 바라며 가족들은 아쉬운 발길을 돌렸습니다.

MBN뉴스 유호정입니다.[uhojung@mbn.co.kr]

영상취재 : 임채웅 기자 영상편집 : 이유진 그래픽 : 최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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