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한쪽은 이 악물고 버티는데..'당당히 술판' 홍대의 밤

이예원 기자 입력 2021. 9. 20. 19:19 수정 2021. 9. 20.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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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단계적 일상회복'이 아니라 자신들만의, '한 방에 일상회복'을 누리는 곳들이 있습니다. 지난 금요일 밤부터 어제(19일)까지 사흘 동안의 홍대 거리를 밀착카메라가 담아왔습니다.

이예원 기자입니다.

[기자]

구청 직원과 경찰, 시민 순찰대까지 마포구에서 나온 130여 명이 홍대 거리에 모였습니다.

추석 연휴, 방역 수칙이 잘 지켜지는지 점검하기 위해선데요.

저도 한번 따라 가보겠습니다.

금요일 밤, 사람들이 골목마다 모여있습니다.

[귀가하세요, 귀가! 귀가하세요.]

밤 10시가 되자 많은 사람이 거리로 쏟아져나왔습니다.

점검단이 계속 호루라기를 불면서 사람들을 해산시키고 있습니다.

[해산, 해산. 귀가하세요.]

방역지침에 따라 밤 10시가 되자 영업을 끝낸 상인.

[상인 : 이기적이다, 이기적이야…저렇게까지 술을 마시고 싶을까…]

집단감염 두려움에 20번가량 신고했다고 합니다.

[상인 : 7월에 홍대에서 외국인 감염이 퍼졌었잖아요? 한 번 발생지가 되면 주변 상권은 아주 초토화되거든요.]

점검단이 한 공원으로 이동했습니다.

사람이 붐비는 거리에서 점검반이 일정한 간격을 따라 인간 띠를 만들어놨습니다.

이곳에 워낙 많은 사람이 밤에 모이다 보니까 모여있지 말라고 홍보하는 건데요, 그래서 이쪽을 보시면 영어로도 마스크를 착용해달라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배달노동자 : 이게 진짜 한 몇 개월 전부터 이랬어요. 픽업지가 여기인데 더 가지를 못하는 정도니까. (사람이 많아서요?) 그럼요.]

밤 11시가 가까워지며 구청 점검반이 떠나고, 취재진이 현장을 지켜봤습니다.

20여분 만에 차가 지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들로 붐비고, 음악 소리가 더 커집니다.

대부분 외국인들인데, 왜 홍대에 왔는지 물었습니다.

[A씨/외국인 : 즐기러 왔어요. (친구들이랑요?) 다른 문화권, 다른 사람들이랑 대화도 하고요.]

[B씨/외국인 : 주말에 시간이 있으면 홍대가 재밌어서 와요. 친구가 홍대에 살아요.]

마스크를 내린 채 서로 얘기를 하고 한 손엔 음료를 들었습니다.

[C씨/외국인 : 코로나가 심각하지만, 제가 어울리는 사람들은 모두 백신을 맞았어요. 그게 제가 지금까지 마시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D씨/외국인 : (매일 2천명 넘는 확진자가 나왔는데…) 우린 그렇게 걱정은 안 돼요. 백신 맞았거든요. 유럽에서 왔는데, 유럽의 백신 접종률은 매우 높아요.]

거리두기 4단계인 서울은 백신 접종 여부에 상관 없이 실내외에서 모두 마스크를 착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곳은 전혀 다른 도시 같습니다.

마스크 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경찰차가 나타나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

[이동하세요! 이동하세요!]

자정이 가까워져도 사람이 가득하고, 취재진에게 말을 걸기도 합니다.

[한국 사람이에요?]

합동 점검이 없던 토요일과 어제 밤도 현장을 찾았습니다.

이곳에 질서란 없었습니다.

'이겨내자 코로나'란 문구가 무색하게 막아 둔 공원 펜스를 뛰어넘습니다.

[인근 주민 : (순찰하는 건) 많이 봤어요.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은데요. 다 만취 상태로 다들 사리 분별을 못 해서.]

[김연하/서울 연희동 : 학원이 홍대 클럽거리 앞에 있어가지고 (다니는데) 약간 시끄럽기도 하고 좀 무섭기도 하고요.]

거리두기를 위해 이번 추석도 고향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방역지침을 따르기 위해 매일 이를 악물고 밤 10시면 문을 닫는 자영업자들도 있지요.

1년 8개월째 버텨온 사람들에게 홍대의 이런 모습은 어떻게 비춰질까요.

(VJ : 박선권 / 인턴기자 : 이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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