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령 "대변인, 말만 잘해서 신뢰감을 주는 건 아냐"

장슬기 기자 2021. 9. 20.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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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예령 전 국민의힘 대변인 "문 대통령에 한 '자신감 근거뭐냐' 질문 후회 안해"
여당 비판받고 야당직행 지적 "비판 감수하겠다" "2019년 기자회견뒤 정치권서 연락, 정치뜻 있었다면 그때 갔을 것"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경기방송 공채 1기 PD로 입사, 이후 사회부·정치부 기자, 2020년 3월부터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 지난 6월까지는 국민의힘 대변인. 4·7 재보선 당시엔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캠프 대변인. 전직 대변인 김예령에게 붙는 수식어는 기자 시절 대통령에 대한 질문 태도 논란과 언론인의 정치권 직행이다. 비판이 많았지만 그는 한번도 제대로 입을 열지 않았다.

2019년 1월10일 신년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경제상황과 관련해 “현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으려는 이유를 알고 싶다. 그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그 근거는 무엇인지 좀 단도직입적으로 여쭙겠다”라고 질문한 뒤 대통령 지지층에게 비판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싸가지 문제보다 실력 부족”(이재정 원내대변인), “술 한잔 먹고 푸념할 때 할 얘기”(홍익표 수석대변인) 등의 평가를 받았다.

이듬해 2월 김예령 기자는 사직서를 냈다. 그가 회사를 관두던 시기 경기방송은 한 임원의 '불매운동 비하발언'으로 한창 시끄러웠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경기방송을 조건부 재승인했는데, 그 조건이 해당 임원의 해임권고 등이었다. 하지만 김 기자가 “내 질문이 경기방송 재허가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결단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는 말을 남기면서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경기방송 경영진은 이례적으로 방송사 폐업을 결정하면서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김 전 기자는 다음달 미래한국당에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하면서 정치를 시작했다. 언론인의 여의도 직행으로 다시 비판을 받았다. 기자로선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질문을 할 수 있다지만 여권에서 비판받은 뒤 야당으로 갔으니 비판은 거셌다. 정치인이 되는 순간 모든 언행은 그 의도를 의심받는다. 2019년 초의 질문은 정치권행의 사전작업이란 비난까지 따라붙었다. 역시 별 대응을 하지 않았다.

▲ 2019년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질문하는 김예령 당시 경기방송 기자(왼쪽)와 문재인 대통령. 사진=YTN 갈무리

미디어오늘은 설득 끝에 당시 이야기를 들었다. 16일 오후 광화문에서 그를 만났다. 김 전 대변인과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재구성했다.

-지난 7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자 경선 공약 발표자리에 사회를 맡으며 다시 여의도에 나타났다. 최근에 어떻게 지내고 있나? 당직을 맡거나 대선 캠프에 들어가나?

“안 그래도 그날 사회 보고 기자들한테 전화를 많이 받았다. 최근엔 쉬고 있다. 가끔 강연이 오면 하고. 당직을 맡은 건 아니다. (당내) 여러 캠프에서 제안은 왔는데 구체적인 말하긴 어렵다. 두고 보고 있다. 아직 경선과정이기 때문에 에너지를 충전했다가 정부·여당과 경쟁할 때 역할을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 지난 7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의 공약 발표자리에서 사회를 맡은 김예령 전 대변인. 사진=오른소리 갈무리

-대변인을 1년3개월 정도 지속했으니 힘들 것도 같다. 대변인의 하루는 어떠했나?

“사생활이 없다. 가족과 지인, 친구들과 연락하거나 만나기도 힘들다. 점심식사를 기자들이나 정치인들과 하는데 기자들과 할 때는 답변하다 보면 밥을 제대로 먹을 시간이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고 자기 전에는 뉴스 모니터링한다. 아침에 (최고위원회의 등) 회의가 일주일에 두세번 있고 그전에 티타임하고, 회의 끝나면 논평을 쓴다. 현안이 계속 발생하니까 바로 대응해야 하는데 그러다보면 차 안에서 논평을 쓴 적도 있다. 기자시절을 돌아보니 전화 안 받아주면 기분이 나쁠 수 있겠더라. '모든 전화를 받겠다'는 말도 안 되는 다짐으로 대변인 생활을 시작했다. 좋은 습관이든 나쁜 습관이든 언론인의 태도와 자세를 자제했다. 이제 인터뷰이(인터뷰 대상자)가 됐으니까.”

-아침부터 여러 명의 대변인들이 하루종일 논평을 쏟아내는데 보통 누구한테 최종 확인을 받고 내보내나? 기자로 따지면 데스크가 누군가?

“해당 현안을 잘 아는 전문가나 특위 위원장, 당 지도부, 공보실 등과 상의를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대변인 본인의 책임이다. 대변인마다 생각이 있고, 기자들이 논평을 빨리 나오길 원하기도 한다. 기자들이 속보를 내듯 논평을 낸다. 대표나 윗선에서 '이래라저래라' 하달이 오진 않는다. 여러 회의에 참석하고 뉴스를 보면서 분위기를 보고 판단한다. 팩트가 더 필요할 때는 취재를 더 하기도 한다.”

-제1야당 대변인의 덕목은 뭐라고 생각하나?

“야당이니까 방어보다는 공격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교양있게 국민들이 이해 가능한 합리적인 공격이 필요하다. 팩트를 통해 순발력 있고 아프게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이다. '정치언어'라는 게 있지 않나. 대변인은 당의 분위기를 잘 봐야 하고 눈치가 빨라야 한다.”

▲ 김예령 전 국민의힘 대변인. 사진=노컷뉴스

-최근 국민의힘이 대변인단 4명을 토론배틀로 뽑았다. 신인이 입문할 수 있는 장이었고,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도 있었지만 다양한 능력이 필요한 자리에 소위 말싸움 잘하는 사람을 뽑은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어떻게 보나?

“어려운 경쟁을 뚫고 된 신인 대변인들, 훌륭하다고 본다. 하지만 기자들의 표현을 따르면 '아무래도 언론 경험이 있는 대변인이 필요한 것 같다'고 하더라. 그래서 기자출신이 여러 면에서 적합하다는 것도 알게 됐다. 말만 잘한다고 신뢰감을 주는 건 아니지 않나. 그래서 언론인 출신이 중용되는 거 같다. 지금 대선가도를 달리는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경험있는 대변인도 필요할 것 같다. 토론배틀 방식은 일단 이준석 대표가 신선한 바람을 몰고 왔기 때문에 긍정적이다. 이번에 드러난 단점을 보완해가며 좋은 선발방식을 찾아갈 수 있고, 정치신인과 경험있는 분들의 조화를 이뤄 대변인단을 구성해가지 않겠나. 원외대변인들에게 기회가 많은 것은 부러웠다. 이분들에게 기회다.”

-2019년 1월10일 신년기자회견 이야기를 해보자. 김예령 당시 경기방송 기자는 이 사안에 대해 언론에 입장을 내진 않은 것으로 안다. 논란을 예상 못했나?

“내 나름대로 추구해온 언론관이 있었기 때문에 유치하고 저급한 언어를 쓰는 민주당 인사들 반응에 대응하고 싶지 않았다. 사실 원래 준비한 질문은 다른 질문이었다. 문 대통령이 기자들과 질의응답 전 모두 발언에서 통계수치를 들면서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질문을 바꿨다. 즉흥적인 질문이었다. 문 대통령이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서였다. 당시에도 경제는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질문하는 도중에 파장이 있을 것이라고 느꼈다. 문 대통령 얼굴을 보며 질문을 하는데 표정이 달라졌고, 앞에 앉아있던 기자들이 뒤를 돌아봤다. 그 자리엔 조국 당시 민정수석을 비롯해 각료들도 있었는데 웅성웅성하더라. 그 질문에 대해 후회는 없다. 내 입장에선 정중하게 한 질문이다. 사실 기자가 정중하고 그런 게 어딨나, 사안이 심각한데. 추가 질문을 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나중에 들었다. 시간 제약도 있고, 다른 기자들도 질문을 해야하니 배려하는 문화가 있어서 추가 질문을 하기 어려운 분위기도 있지만 더 용기를 내지 못해 아쉽다.”

-기자를 그만두면서 '신년기자회견 질문이 경기방송 재승인에 영향을 미쳤다'는 글을 SNS에 남겼다. 방통위의 재승인 조건은 내부에서 전횡을 일삼았다고 비판받은 '불매운동 비하발언'의 당사자 임원 해임 등이지 않았나?

“여러 원인이 있다. 재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회사 간부, 임원들, 관련 기자가 기관에 동행했던데 어느날 그중 한 임원이 날 청와대에서 불렀다. 청와대에서 빠져야 한다고 했다. 출입처는 변경할 수 있다. 다만 이유를 물었다. 그랬더니 '김 기자 그림자가 따라다녀'라고 말했다. 너무 놀라서 무슨 말이냐고 물었다. 재승인 때문에 여러 기관을 갔는데 내 이름과 함께 기자회견에서 불편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고 했다. (처음엔 인사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지난해 2월11일 두 번째 발령에선 경기북부로 출입처가 바뀌었다.) 근거 없이 글을 남기진 않았다. 사직하는 게 맞겠다고 판단했다.”

- 퇴사 직후 미래한국당에 비례대표 공천신청을 했다. 같은달 25일 경기방송 경영진은 재승인 조건을 지키는 게 아니라 방송사업권을 반납하면서 폐업을 선택했다. 3월31일 김예령 전 기자는 미래통합당 선대위 대변인에 임명됐다. 경기방송노조는 “경기방송의 방송 사업 반납과 관련해 마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방통위가 월권적으로 진행했다는, 이른바 정치적 프레임이 씌워졌다”며 “행보에 우리를 제물로 삼지 말라”고 비판했다. 결과적으론 여권에서 비판을 받은 뒤 회사가 어려워지자 야당으로 정치하러 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SNS에 글을 쓸 때는 유명인사도 아니어서 파급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래 있었던 회사를 그만두는 것이기 때문에 쓴 글이다. (우리를 제물로 삼지 말라는 주장이) 모든 구성원들의 목소리는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이것이 우리 이념 갈등의 현장이다. 당연히 방송사가 폐업하게 될줄 몰랐다. 구성원들은 직장을 잃어 생계가 막막해진 상황이 됐기 때문에 방통위나 현 정권에 의지해야 하고 그 반대편인 야당에 간 내게 그럴 수밖에 없다고 이해했다. 기자회견부터 우연의 일들이 너무 많았다. 해석은 언론의 영역이고 정치권에 온 이상 비판은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심을 알아주는 분들에 대한 기대감에 부응하고자 한다. 그 당시 사실관계에 대응하기 보단 대변인 역할을 열심히 하는 것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사실 정치권에서 연락이 온 건 2019년 신년기자회견 하고 나서부터였다. 정치에 생각이 있었다면 그때 갔을 거다. 사직하고 나서도 연락이 왔지만 비례공천에 대한 어떠한 약속이나 제안이 아니었고 정치에 도전해 보길 바란다는 끈질긴 설득이었다. 결단이 서질 않았지만 우선 서류준비를 시작했고, 깊은 고민 끝에 접수 마지막날 거의 막바지에 접수했다.”

▲ 김예령 전 국민의힘 대변인. 사진=김예령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 싶나?

“자율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고, 사회적 약자들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 오래된 정치인이 아닌 만큼 신선하고 긍정적인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

-당내 2강 주자인 윤석열·홍준표 예비후보에 대해 평가하면?

“윤석열 후보의 경우 정치권에 오게 된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연의 일들을 경험하면서 정치권으로 오게 돼 윤 후보의 행로가 많이 와닿는다. (정치권, 특히 국민의힘으로) 올 수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존심이 대단한 분으로 당당하게 포부를 밝혔기 때문에 기대를 한다. 홍준표 후보는 당에서 확고하게 위치를 지키셨던 분이다. 홍카콜라 등의 표현을 봐도 그렇지만 정부여당을 향한 발언에는 아픈 곳을 지적하는 장점이 있다. 당의 소중한 자원이다. 그 외에도 인간적으로 좋은 후보들이 많다. 다만 경선과정이더라도 당의 잡음이 덜 했으면 한다.”

-여당이 추진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과 다른 언론개혁 방안에 대해 말해달라.

“언론은 통치자를 위한 수단이 아니다. 이걸 현 정부가 모르고 있다면 위험하다. 기자들도 청와대나 정부각료들 취재가 잘 안 되는 판에 언론가 막혀있다는 말도 많이 나오지 않나. 교각살우 입법이다. 허위보도에 대한 피해구제를 촘촘하게 하는 방안은 필요하지만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법으로 정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법이 통과되면 위헌여부를 다투기 위해 헌법재판소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 모든 언론, 신문과 방송 모두 위급한 상황이다. 지역언론의 위기는 말할 것도 없다. 질 높은 콘텐츠가 있어도 경영의 문제가 있으니 정부가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줘야 한다. 지역방송의 위기는 수도권·서울 중심 시스템에서 오는 불균형에서 온다. 지역까지 예산을 분배하고 합리적인 기준으로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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