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깜빡'하기에 치매인 줄 알았는데 우울증 때문?

권대익 입력 2021. 9. 20.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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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가 쓰는 건강 칼럼] 신용욱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나이 들어 자주 깜빡깜빡하면 치매로 여기기 마련이지만 우울증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로 모임이나 야외 활동이 제한되면서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까지 생길 정도로 우울한 사람이 늘었다. 특히 신체 질환과 인지 기능이 떨어진 고령인의 우울증도 많아졌다. 노년기 우울증은 신체 질환을 악화시키고 사망률까지 높일 수 있어 방치하면 매우 위험할 수 있다.

평생 우울증이 생길 가능성은 5~10% 정도다. 우울증은 자살로 이어지기 쉽다. 자살하는 사람의 70% 정도는 우울증 때문으로 판단된다.

우울증은 당뇨병ㆍ고혈압처럼 어떤 검사로 진단하는 것이 아니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증상ㆍ병력을 청취한 후 기준에 맞춰 진단하게 된다.

우울과 불안, 수면 문제와 식욕 저하나 항진, 집중력 저하 등 우울증에서 관찰되는 다양한 증상을 확인하고 그 경중을 따진 다음 이런 증상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 확인한다.

우울한 기분과 관련한 증상으로는 우울감, 슬픔, 불쾌감, 짜증, 저조한 기분 등이 있다. 여기에는 매사에 즐거움을 잘 느끼지 못하는 무쾌감증이라는 증상도 포함된다.

흥미ㆍ관심ㆍ동기 등이 떨어지고 이런 증상들은 아침에 특히 심하게 나타나곤 한다. ‘생장성 증상(Vegetative Symptoms)’이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한다.

생명 유지와 번식에 필요한 기능에 문제가 생겼다는 뜻이다. 먹고 자는 것에 문제가 생기고 성욕 등의 기능이 떨어지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잠들기 힘들고 자더라도 자주 깨며 원래 일어났던 시간보다 이른 새벽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식욕은 간혹 늘기도 하지만 대부분 떨어진다. 성욕이 떨어져 성관계 가지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거나 아예 관심이 없어지기도 한다.

또 다른 증상군으로 부정적 생각과 인지 기능 저하 등이 있다. 우울증에 걸리면 똑같은 것을 보아도 긍정적인 생각보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우울증 환자 대부분은 집중력ㆍ기억력이 떨어지게 된다. 드라마를 보고 있어도 내용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고 신문을 펴도 글자는 읽지만 내용이 파악되지 않는다.

이전에는 빨리 처리할 수 있었던 작업을 마치는 속도가 느려지고 아예 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우울증을 ‘가성 치매(pseudodementia)’라 한다.

특히 노년기 우울증에서는 치매 같은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집중력이 떨어지고 사고 속도가 느려지며 ‘실행 능력’이라고 하는 일 처리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또한 부정적인 생각과 더불어 온통 후회되는 일밖에 생각이 나지 않고 자신이 쓸모 없는 존재라는 생각에 빠지기도 한다.

심하면 망상 같은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임상에서는 누군가 나를 괴롭힌다는 피해 망상이나 재산이 많이 있는데도 재산을 전부 잃게 될 것이라는 망상을 호소하는 환자도 볼 수 있다.

노년기에는 여러 가지 신체 질환을 가지고 있을 때 많다. 건강한 사람과 신체 질환이 있는 사람 중 어느 쪽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을까.

우울증은 신체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의 10% 정도에서 나타나고 입원 환자에게서는 15% 정도 발생한다. 심근경색 때문에 심혈관 시술을 받은 사람에게서는 25%에서 우울증이 나타난다. 즉 신체 질환이 있고 정도가 심할수록 우울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울증 환자는 여성이 남성보다 2배 정도 많이 나타나고 사회 경제적 수준이 떨어지거나 이혼ㆍ별거처럼 사회심리적인 지지 체계가 약한 사람에게서 더 많이 발생한다.

아주 가벼운 우울증은 교육ㆍ환경을 개선하라는 조언으로 해결될 때가 많지만, 병원을 찾아올 정도의 증상은 대부분 상담 치료와 약물 치료를 해야 할 때가 많다.

선텍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등 항우울제는 뇌 속 세로토닌과 노에피네프린 그리고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해 증상을 치료한다.

세로토닌은 불안을 줄이고 우울증 증상을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다. 세로토닌은 신경 말단에서 분비되면 신경세포가 그것을 다시 흡수해 농도를 떨어뜨린다.

항우울제는 신경세포들이 세로토닌을 다시 흡수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그러면 세로토닌이 재흡수되지 않아 농도가 올라가면 우울증을 없애는 것이다.

임상 현장에서 우울증 환자가 약물 복용 후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자주 듣는다. 의사로서 환자 증상에 개선되면 뿌듯하다.

하지만 항우울제도 다른 약물처럼 부작용이 있다. 약을 처음 복용하면 속이 미식거리는 증상이 나타나지만 대부분 곧 사라진다. 일부 환자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성욕이 더 떨어지기도 한다.

어떤 항우울제를 먹으면 몸무게가 늘어나기도 한다. 드물게 체온이 올라가고 손발이 떨리면서 두통과 안절부절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세로토닌 증후군’이 생기면 약 복용을 중단해야 한다.

그러나 항우울제는 전반적으로 금단 증상이 심하지 않기에 증상이 호전되면 의사와 상의 후 쉽게 끊을 수 있다. 항우울제를 오래 먹으면 인지 기능이 떨어지거나 치매에 걸린다는 말도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우울증은 환자도 힘들지만 환자를 지켜봐야 하는 가족들의 고통도 심하다. 가족과 환자 고통을 줄이려면 가족들의 자세가 중요하다.

가족들은 환자 이야기를 잘 들어주되 섣부른 충고를 하지 않는 것이 좋고 절대로 증상에 대해 비난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노년기 우울증도 시간을 가지고 격려하고 도와주면 분명히 극복할 수 있는 병임을 명심하자.

신용욱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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