캉테 투입으로 공격 강화, 투헬의 전술 역발상 [김현민의 푸스발 리베로]

김현민 2021. 9. 20.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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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첼시, 토트넘전 전반전 유효 슈팅 0(총 슈팅 6회)
▲ 첼시, 후반 시작과 동시에 마운트 빼고 캉테 투입
▲ 좌우 윙백(알론소-아스필리쿠에타) 공격적으로 전진
▲ 첼시, 후반전 슈팅 14회(유효 슈팅 10회) 기록하며 3득점

[골닷컴] 김현민 기자 = 토마스 투헬 첼시 감독이 토트넘과의 경기에서 전반전 고전을 면치 못하자 공격형 미드필더 메이슨 마운트 대신 수비형 미드필더 은골로 캉테를 투입하는 역발상을 통해 공격을 강화하면서 대승을 이끌어냈다.

첼시가 핫스퍼 스타디움 원정에서 열린 토트넘과의 2021/22 시즌 프리미어 리그(이하 PL) 5라운드에서 3-0 대승을 거두었다. 이와 함께 첼시는 4승 1무 무패 승점 13점에 골득실 +11로 리버풀과 공동 1위로 올라서는 데 성공했다.

이 경기에서 첼시는 평소처럼 3-4-2-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로멜루 루카쿠가 원톱으로 위치했고, 카이 하베르츠와 마운트가 이선에서 포진하면서 공격 지원에 나섰다. 마테오 코바치치와 조르지뉴가 더블 볼란테(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지칭하는 포지션 용어)를 구축했고, 마르코스 알론소와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가 좌우 측면을 책임졌다. 베테랑 수비수 티아구 실바를 중심으로 안토니오 뤼디거와 안드레아스 크리스텐센이 좌우에 서면서 스리백을 형성했고, 골문은 주전 골키퍼 에두아르 멘디가 경미한 엉덩이 부상으로 결장하면서 백업 골키퍼 케파 아리사발라가 빈 자리를 채웠다.


경기는 초반 홈팀 토트넘이 공세적으로 나서면서 첼시를 괴롭혔다. 경기 시작하고 5분 사이에 토트넘이 4회의 슈팅을 시도한 것. 이후 첼시가 조금씩 흐름을 잡아오기 시작했으나 여전히 전반전은 토트넘의 강한 압박에 밀리면서 공격에서 이렇다 할 활로를 찾지 못하는 모양새였다. 특히 마운트가 극도의 부진을 보인 게 첼시가 전반전에 고전을 면치 못한 이유로 일정 부분 작용했다.

결국 첼시는 전반 내내 단 한 번의 유효 슈팅조차 가져가지 못할 정도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첼시가 PL에서 전반전에 단 하나의 유효 슈팅도 기록하지 못한 건 투헬 감독 부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당연히 기대득점(xG: Expected Goals의 약자로 슈팅 지점과 상황을 통해 예상 스코어를 산출하는 통계)에서도 0.4골에 그치며 토트넘의 0.7골에 밀리고 있었다.


이에 투헬 감독은 전반 종료와 동시에 마운트를 빼고 부상에서 이제 막 복귀한 캉테를 투입하는 강수를 던졌다. 이와 함께 3-5-2 포메이션으로 전환한 첼시이다.

공격이 잘 풀리지 않던 첼시가 아무리 전반 내내 부진했다고 하더라도 공격형 미드필더 마운트 대신 수비형 미드필더 캉테를 넣는 건 표면상으로만 보면 사뭇 이해가 가지 않는 선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엔 두 가지 큰 포석이 있었다.


첫째, 캉테가 들어오면서 첼시는 중원 장악과 함께 경기의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었다. 실제 첼시는 전반전 점유율에서 48대52로 근소하게나마 열세를 보였다. 하지만 후반전은 점유율에서 57대43으로 크게 우위를 점했다.

둘째 캉테가 들어오면서 수비가 안정화를 찾았고, 자연스럽게 좌우 측면 윙백들이 사실상 측면 공격수처럼 올라가면서 공격을 감행할 수 있었다. 특히 알론소는 후반전에 상대 페널티 박스 안까지 침투하면서 직접적으로 공격에 나섰다. 이는 알론소와 아스필리쿠에타의 전반전과 후반전 히트맵을 보면 더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다(하단 히트맵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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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공영방송 'BBC'의 PL 경기 리뷰 프로그램 '매치 오브 더 데이(Match of the Day: 줄여서 MOTD)'에 패널로 출연한 잉글랜드의 전설적인 공격수 앨런 시어러 역시 캉테가 중앙을 버텨주는 가운데 알론소와 아스필리쿠에타가 마음껏 전진할 수 있었다면서 영상을 통해 캉테 효과를 설명해 주었다(하단 화면 캡처 참조).

후반 시작하고 1분 만에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해 들어간 알론소가 실바의 롱패스를 논스톱 발리 슈팅으로 가져갔으나 이는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이어서 후반 3분경 아스필리쿠에타의 크로스가 먼포스트로 쇄도해 들어가는 알론소를 향했으나 이는 토트넘 오른쪽 측면 수비수 에메르송 로얄이 헤딩으로 걷어냈다. 곧바로 이어진 공격에서 알론소의 정교한 왼발 코너킥을 실바가 헤딩 슈팅으로 꽂아넣으며 첼시가 후반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넣는 데 성공했다.

화면 캡처: BBC MOTD
첼시는 후반 8분경, 하베르츠의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를 아스필리쿠에타가 지체없이 크로스로 가져갔고, 이를 골문으로 쇄도해 들어가던 알론소가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토트넘 수비수 에릭 다이어가 골 라인 바로 앞에서 걷어내면서 결정적인 득점 찬스가 무산됐다. 하지만 곧바로 후반 12분경엔 캉테가 과감하게 시도한 중거리 슈팅이 공교롭게도 다이어 맞고 굴절되어 골로 연결되는 행운이 따랐다. 분명한 건 이 역시 캉테 투입 효과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골이라는 데에 있다.

투헬 감독은 후반 25분경에 마운트와 마찬가지로 다소 부진했던 하베르츠를 빼고 티모 베르너를 투입했다. 이 역시 적중했다. 비록 베르너는 두 차례나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했으나 경기 종료 직전 아스필리쿠에타의 패스를 받아선 측면 돌파에 이은 컷백(대각선 뒤로 내주는 패스)으로 뤼디거의 골을 어시스트했다. 이대로 경기는 첼시의 3-0 대승으로 막을 내렸다.

후반전 첼시는 슈팅 숫자에서 14대2로 상대를 압도했다. 유효 슈팅은 무려 10회에 달했다. 전반전 단 하나의 유효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던 것과는 180도 변한 모습이었다. 전반전 팀의 문제점을 진단해 후반전 선수 교체 및 전술 변화를 통해 경기의 양상을 뒤바꾼 투헬의 지략이 빛을 발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공격형 미드필더를 빼고 수비형 미드필더를 넣으면서 도리어 더 공격을 강화하는 역발상에 가까운 전술 접근법은 투헬의 천재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투헬이 있기에 첼시는 위기의 순간에도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경기에 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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