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에서 이겨야 민주당 후보다..'호남대전' 어땠길래

윤승민 기자 2021. 9. 20.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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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7일 전남 함평군 함평천지전통시장을 방문,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 지사 캠프 제공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17일 광주·전남·전북 특별기자회견에서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을 선택해 국가의 운명을 바꾼 호남이 이번에는 저 이재명을 선택해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하루 앞서서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광주광역시의회 기자회견에서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을 배출한 광주 시민 여러분”이라며 “세 대통령을 이어가는, 광주가 지지하고 사랑하는 네 번째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오는 21일부터는 광주·전남지역 민주당 대의원·권리당원들이, 22일부터는 전북지역 대의원·권리당원들이 각각 5일간 민주당 대선 경선에 표를 던진다. 1차 슈퍼위크를 포함한 누적 득표율 1위 이재명 지사는 ‘대세 굳히기’를, 1차 슈퍼위크에서 이 지사와의 격차를 소폭 좁힌 2위 이낙연 전 대표는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던지는 메시지는 호남에서 뽑은 민주당 후보들이 모두 대선에서 이겼다는 점이다. 과연 그 말이 사실일까.

2002년 새천년민주당 16대 대선 경선 호남 순회경선 당시 노무현, 정동영, 이인제 후보(왼쪽부터). 경향신문 자료사진

처음으로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이룬 15대 김대중 대통령은 1997년 5월19일 새정치국민회의 경선을 통해 대선 후보가 된다. 당시 정대철 후보와 양자 대결을 치렀던 김대중 후보는 전당대회 재석인원 4157명 중 3223표를 받아 77.5%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후보가 됐다. 이 때는 지금처럼 지역순회 경선이 펼쳐진 것은 아니었고,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 투표인단이 모여 일거에 투표를 해 후보를 결정하는 방식이었다. 다만 김대중 후보가 호남을 상징하는 정치인이었기 때문에 그의 선출을 곧 ‘호남의 선택’이라고 보는 것이 틀리지 않다.

‘호남의 선택’이 가장 극적으로 나타난 것은 2002년 새천년민주당의 16대 대선 경선이었다. 이 때 지금의 전국 순회 경선 틀이 자리잡고, 매 순회 경선을 마칠 때마다 지역 득표율 및 합산 득표율을 바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당시 광주 지역은 제주, 울산에 이어 세번째로 3월16일에 경선이 치러졌는데, 여기서 노무현 후보가 5명의 후보들 중 가장 높은 37.9%의 표를 받게 된다. 앞선 두 차례 경선에서 누적 득표율 1위(25.1%)를 차지했으나 유력 후보는 이인제 후보로 꼽혔었는데, 노 후보는 광주 경선을 기점으로 돌풍을 대세로 만들기 시작한다.

이어 노 후보는 이인제·정동영 후보와의 3파전으로 경선이 압축된 뒤에도 정 후보의 연고지 전북에서도 1위를 차지했고, 전남에서도 62.0%의 압도적인 표를 얻어 누적득표율을 48.2%까지 끌어올리고 ‘대세론’을 완성한다. 이인제 후보는 전남 경선 이후 후보직을 물러났고, 새천년민주당 후보는 사실상 노무현 후보로 확정됐다. 노 후보는 대선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57만표 차로 누르고 16대 대통령이 됐다.

2017년 더불어민주당 19대 대통령 후보자 호남권역 선출대회에서 문재인 후보가 1위를 차지하며 환호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2017년 더불어민주당 19대 대선 경선에서도 문재인 후보는 첫 순회경선 지역인 호남권에서의 압승을 바탕으로 대세론을 조기에 형성했다. 당시 3월27일 호남지역 순회경선에서 문 후보는 대의원, ARS, 전국 동시 현장투표 결과 호남권에서 60.2%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당시 안희정(20.0%), 이재명 후보(19.4%)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 문 후보는 충청권에서만 안 후보(36.7%)의 추격을 받아 과반에 못미치는 득표율(47.8%)을 보였을 뿐, 그 외 지역에서는 대부분 60%넘는 득표율을 기록하며 최종 후보로 선출됐다.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17대 대선 경선과 2012년 민주통합당 18대 대선 경선에서도 당시 정동영·문재인 후보가 호남을 비롯한 거의 전지역에서 1위를 놓치지 않아 ‘호남 승리=경선 승리’ 공식은 성립됐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16일 오전 광주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광주 현장캠프 의원단 회의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광주 | 연합뉴스

이번 호남 경선에는 명분과 실리가 모두 담겨 있다. 이번 20대 대선 경선에서는 각 지역별 대의원·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순회 경선 때 공개된 뒤, ‘국민선거인단’으로 참여하는 일반·권리당원 투표는 세 차례에 걸쳐 지역구분 없이 일괄 진행된다. 19대 대선 경선 때는 지역별 대의원·권리당원과 일반 선거인단 득표가 매 경선 때마다 합산돼 발표됐다. 이번에는 그와 달리 지역의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심을 어떻게 사로잡느냐가 전체 흐름을 좌우한다. 그만큼 후보들은 대의원·권리당원들과 접촉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호남지역 투표가 모두 추석연휴 기간 시작되는 만큼, 연휴 기간 호남 민심 다잡기에 공력을 쏟고 있다.

네 차례의 지역 순회 경선과 1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에서 모두 과반 이상을 득표한 이재명 지사는 자신의 능력과 성과를 입증하는 한편 호남권이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에 투표했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반면 이낙연 전 대표는 1차 슈퍼위크에서 이 지사와의 지지도 격차를 20%포인트 수준까지 줄인 것이 ‘상승세’로 진단하고 자신의 근거지인 호남의 조직표를 동원해 반전에 주력하고 있다. 전북 출신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호남 대전을 앞두고 후보직을 사퇴한 것이 호남 대전에 미칠 영향도 변수다. 1·2위 두 후보 모두 자신과 정 전 총리와의 연결고리를 강조하며 전북 대의원·권리당원과의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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