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빠진 미국과 유럽 동맹..유엔에서 활로 찾을까?
위기에 빠진 미국-유럽 동맹
미국과 유럽의 전통적인 동맹관계가 최근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올해 1월 취임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동맹국들과 상의 없는 아프가니스탄 철군, 영국·호주와 맺은 안보동맹인 '오커스'(AUKUS) 등의 외교·군사적 현안에서 잇따라 유럽의 동맹국들과 갈등을 노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오커스와 관련한 미국과 프랑스의 다툼은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의 단합이 과연 유지될 수 있는지 시험대에 섰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과 존슨 영국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지난 15일 안보 파트너십인 '오커스'(AUKUS)를 발족한 뒤 호주가 미국 기술로 핵잠수함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프랑스가 호주와 맺었던 77조원 규모의 디젤 잠수함 공급계약을 날려버린데 대한 후폭풍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프랑스 "끼리끼리 움직이면서 아무 말 없었다"
동맹국들로부터 배신을 당했다고 격분한 프랑스는 지난 17일 이 문제와 관련해 이례적으로 미국과 호주 주재 대사를 자국으로 소환했고, 이어 이번 주 런던에서 예정됐던 플로랑스 파를리 프랑스 국방장관과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 간 국방회담도 전격 취소했습니다.
프랑스는 특히 미국과 영국이 오커스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동맹국인 자신들과도 공유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특히 분노하고 있습니다.
장피에르 테보 호주 주재 프랑스 대사는 귀국길에 오르기 전 "엄청난 변화에 관한 어떤 통보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영국 언론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미국, 영국, 호주 정상들은 지난 6월 영국 콘월에서 열린 G7 정상회담를 계기로 은밀히 접촉해 오커스 결성을 논의했는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것입니다.
아프간 문제까지 거론…위기의 미국-유럽 동맹
이런 상황에서 아프가니스탄 사태까지 거론한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장관의 발언은 미국과 유럽 동맹의 심상치 않은 기류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르드리앙 외교장관은 미국을 가리켜 "그들은 세계적 수준에서 일정한 수의 약속을 뒤집고 있다"며 "아프간과 호주 협정에서 벌이지는 일에는 정말 연관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이 올해 8월 말까지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완료하는 과정에서 동맹국과의 협의를 생략하다시피 했다는 점을 다시 거론한 것입니다.
미국은 동맹국들과 상의를 거쳐 아프간에서 철군했다는 입장이지만 유럽 국가들은 아프간에서 미군의 도움 없이 남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미국 주장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미국과 동맹국 간의 협의는 형식적이었다는 게 정설입니다.
이에 따라 유럽에서는 유럽군 창설과 같은 안보에 대한 대미 의존을 줄일 실효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일단 오커스를 계기로 불거진 프랑스와 갈등이 큰 문제가 아니라며 사태를 봉합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는 프랑스를 포함한 동맹의 지속성을 믿는다"며 "우리는 코로나19의 계속된 위협과 기후 위기 등 지구촌의 중대 과제에서 유럽 동맹국들과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유엔 총회로 쏠리는 눈..프랑스-미국의 갈등 봉합될까?
이제 시선은 뉴욕 유엔총회로 쏠리고 있습니다.
유엔 총회의 핵심인 고위급 회의가 현지 시간 21일 미국 뉴욕에서 시작되는데,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며칠 내 바이든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호주가 프랑스와 체결한 잠수함 계약을 파기한 것과 관련한 해명을 들을 예정입니다.
하지만 양국 정상의 통화 이후에도 동맹국 프랑스와 미국 사이에 불거진 심각한 갈등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약화됐던 미국과 유럽의 동맹 관계를 재건하겠다고 공언했던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타격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유엔에서의 회동을 계기로 미국과 프랑스는 새로 불거진 갈등을 풀어나갈 해법을 과연 찾을 수 있을 것인지, 위기에 빠진 양국 관계가 올해 유엔 총회의 각별한 관심사로 떠올랐습니다.
권희진 기자 (heeji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1/world/article/6301995_3488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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