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여성판사, 남성 죄수 보복할까 피신.."살해 협박 받아"

탈레반 치하 아프가니스탄에서 수천 명의 죄수들이 줄줄이 풀려나며, 이들에게 형을 선고했던 여성 판사들이 보복을 두려워해 몸을 숨기고 있습니다.

아프간 전직 판사였던 나빌라는 가족과 함께 추적을 피해 며칠마다 새로운 거처를 찾아 전전하는 도피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탈레반이 카불에 진입한 뒤 하루 이틀 지나 전화로 보복과 살해를 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다"면서 "우리는 이제 안전하다고 느끼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판사 비비도 아이 세 명과 함께 탈레반의 추적을 피해 다니며 공포 속에 하루하루 지내고 있습니다.

그는 "제일 큰 두려움은 내 아이들"이라며 "아이들이 엄마가 살해되는 모습을 보게 될까 봐 두렵다"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카불 함락 후 급하게 떠난 직장에 모든 개인정보가 남겨진 상황이어서 탈레반이나 죄수들이 이 정도들을 복수를 위해 추적에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탈레반 2기 통치가 시작되기 전에도 이미 판사들에 대한 위협은 현실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1월 카불에서는 여성 대법관 2명이 신원미상 남성에 의해 피살됐습니다.

정부는 탈레반의 소행으로 추정했지만 탈레반은 당시 이를 강하게 부정했습니다.

이후 지난달 아프간을 점령한 탈레반은 이전 정부 아래서 일했던 모든 남녀 판사들을 자신들이 지명한 자들로 교체했다고 CNN이 소식통을 인용해 전하기도 했습니다.

세계여성법관회의, IAWJ의 버네사 루이즈 판사는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 이후 여성 판사 수십 명이 아프간을 벗어났고 남겨진 이들은 생명이 위협당하면서 몸을 숨기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는 여성 판사들 상당수가 강간, 살인, 가정폭력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 사건을 주관했고, 이후 정권이 바뀌면서 여성이라는 점 때문에 표적이 됐다는 사실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루이즈 판사는 "그들은 선고를 내린 어떤 판사에게도 분노하겠지만, 여성이 공식적인 권한을 갖고 남성을 심판한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종류의 분노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세계여성법관회의를 비롯한 단체들은 여성들의 안전한 탈출로를 확보하기 위해 갖가지 수단을 동원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미국 등 서방국들이 지원을 확대해달라고 촉구했습니다.

권희진 기자 (heeji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1/world/article/6301991_3488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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