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조릿대는 억울해'..한라산 장악한 '골칫거리', 존재 이유도 있다
[경향신문]
제주조릿대는 한라산을 빠른 속도로 점령해 생물 다양성을 해치는 식물로 인식되고 있지만, 알고보면 토사유출 방지와 탄소저감 효과 등으로 상당한 경제적 가치를 지녔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토사유출방지·탄소저감 효과 ‘4844억원’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실시한 연구조사 결과를 수록한 <한라산의 제주조릿대>를 보면, 2018년 기준 제주조릿대의 연간 경제적 가치는 4844억원에 달했다.
한라산연구부는 2018년 완성된 제주조릿대의 분포도에 기초해 경제적 가치 환산과 탄소저장량을 추정했다. 그 결과 한라산 토사유출 방지 효과만 3773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산출됐다. 연구팀은 “제주조릿대의 대표적인 순기능은 촘촘한 땅속 줄기로 토양 유실을 잡아 주는 것을 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많은 양의 가축 사료를 수입하는 상황에서 제주조릿대를 가축 사료로 이용했을 때의 가치는 923억원으로 추산됐다. 제주조릿대가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를 연간 42만3839t 흡수해 148억원 상당의 탄소 배출 저감 효과를 거두는 것으로도 조사됐다.
이번 경제적 가치 추산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지역의 특화자원인 제주조릿대를 산업에 활용하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조릿대 지역연고산업육성 사업단이 꾸려지면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조릿대를 이용한 차와 소금, 막걸리, 쿠키, 소시지, 로션, 비누 등 다양한 25개 제품이 개발되기도 했다. 다만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현재 시판되는 것은 일부에 불과하다.
■한라산 빠르게 ‘장악’ 생물 다양성 훼손 ‘어쩌나’
제주조릿대는 제주에서만 자생하는 식물이다. 육지부의 조릿대와 비슷해 보이지만 가지가 갈라지지 않고 키가 작으며 절의 형태도 다르다. 5월에 새잎이 나오며 여름에는 녹색으로 자라다가 10월이면 성장이 멈추면서 잎 가장자리가 하얗게 변하는 것이 특성이다.
현재 제주조릿대는 한라산국립공원의 전체 면적(153㎢) 중 95.3%(146㎢)에 걸쳐 분포하고 있다. 특히 한라산 해발 1400m 이상의 아고산 지역(22㎢) 중 88.3%(19㎢)를 제주조리대가 덮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30여년 전만 해도 해발 600~1400m에서는 드물게 확인됐지만 최근에는 고지대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돌로 이뤄진 계곡, 백록담 화구벽, 습지 일부, 사람이 다니는 탐방로 등을 제외한 한라산 모든 지역을 광범위하게 제주조릿대가 장악하고 있다. 급속하게 고사하고 있는 구상나무가 쇠퇴한 자리를 제주조릿대가 차지하기도 하고, 한라산 정상 부근인 해발 1900m까지 위협하면서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제주조릿대가 빠르게 확산한 배경으로는 1980년대 한라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말과 소 방목이 금지된 데다 기후변화로 급격한 환경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제주조릿대는 왕성한 번식력과 강한 생명력을 지닌다. 특히 뿌리로 땅을 고정해 서식지를 넓혀가고 높은 밀도로 군락을 이루는 특성상 다른 식물이 자랄 틈을 주지 않는다. 기존에 있던 한라산 특산희귀식물의 생존을 위협하고 생물 다양성을 훼손시킨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제주의 골칫거리 식물이 됐다.
제주도는 한라산 제주조릿대가 문제로 떠오르자 지난 5년간 한라산에 다시 말을 방목하는 방법과 손으로 직접 벌채하는 방법 등을 동원해 제주조릿대 제거실험을 했다. 실제 벌채와 말 방목을 통해 어느정도 제주조릿대가 제거된 지역에서는 식물다양성이 회복되는 결과를 도출했다.
제주도 한라산연구부 관계자는 “실험결과 한라산 입지와 환경에 따라 제주조릿대 제어목표를 설정하고 말 방목·벌채 실시기간과 휴지기간 등 세부방식을 결정해야 한다”며 “제주조릿대의 순기능인 토양유실 방지 기능은 최대한 살리면서 생물 다양성과 생태 경관을 회복하는 효율적인 제주조릿대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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