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치욕에 오커스 뒤통수..바이든 '동맹 리더십' 타격받나(종합)

김진방 2021. 9. 20.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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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주의 논란에 불협화음 속출..프랑스 마크롱과 통화 추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김진방 기자 = 미국과 유럽의 전통적인 동맹관계가 최근 파열음을 내고 있다.

올해 1월 취임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철군, 영국·호주와 맺은 안보동맹인 '오커스'(AUKUS) 등의 외교·군사적 현안에서 잇따라 동맹국들과 갈등을 노출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오커스와 관련한 미국과 프랑스의 다툼은 동맹국들의 단합 유지가 시험대에 섰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존슨 영국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지난 15일 안보 파트너십인 '오커스'(AUKUS)를 발족한 뒤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호주는 이번 안보 동맹에 따라 미국, 영국의 지원으로 핵 추진 잠수함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호주가 프랑스 방산업체 나발 그룹과 최대 12척의 디젤 잠수함을 공급받기로 한 560억 유로(77조 원) 규모의 계약이 파기됐고 프랑스 정부는 동맹국들로부터 배신을 당했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미·영·호주, 새 안보동맹 '오커스' (PG)[박은주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프랑스는 지난 17일 이 문제와 관련해 이례적으로 미국과 호주 주재 대사를 자국으로 소환했다.

또 프랑스는 이번 주 런던서 열릴 계획이던 플로랑스 파를리 프랑스 국방장관과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 간 회담을 전격적으로 취소했다.

프랑스는 미국과 영국이 오커스 정보를 공유하지 않은 사실에 분노하고 있다.

장피에르 테보 호주 주재 프랑스 대사는 귀국길에 오르기 전 "엄청난 변화에 관한 어떤 통보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영국 언론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미국, 영국, 호주 정상들은 지난 6월 영국 콘월에서 열린 G7(주요 7개국) 정상회담를 계기로 은밀히 접촉해 오커스 결성을 논의했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은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

이런 상황에서 아프가니스탄 사태까지 거론한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장관의 발언은 미국과 유럽 동맹의 심상치 않은 기류를 반영한다.

르드리앙 장관은 18일 미국을 가리켜 "그들은 세계적 수준에서 일정한 수의 약속을 뒤집고 있다"며 "아프간과 호주 협정에서 벌이지는 일에는 정말 연관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올해 8월 말까지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완료하는 과정에서 동맹국과 협의가 매끄럽지 않았음을 상기하는 쓴소리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이륙하는 미군기 (카불 AFP=연합뉴스) 지난 8월 30일(현지시간) 수도 카불 국제공항에서 이륙하고 있는 미국 공군 항공기. jsmoon@yna.co.kr

미국은 동맹국들과 상의를 거쳐 아프간에서 철군했다는 입장이지만 협의가 형식적이었다는 관측이 많다.

유럽 국가들은 아프간에서 미군의 도움 없이 남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미국 주장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안보에서 미국에 대한 의존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세계의 경찰'로서 미국의 위상이 약화하는 흐름에서 안보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의 이견이 커질 수 있다.

미국은 일단 오커스를 계기로 불거진 프랑스와 갈등이 큰 문제가 아니라며 사태를 봉합하겠다는 태도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는 프랑스를 포함한 동맹의 지속성을 믿는다"며 "우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계속된 위협과 기후 위기 등 지구촌의 중대 과제에서 유럽 동맹국들과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WSJ은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불협화음과 관련해 다가올 외교 접촉들에 주목했다.

유엔 총회의 '하이라이트'에 해당하는 고위급 회의가 21일 미국 뉴욕에서 개막한다.

프랑스 정부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며칠 내 바이든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호주가 프랑스와 체결한 잠수함 계약을 파기한 것과 관련한 해명을 들을 예정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양국 정상의 곧 통화가 이뤄질 예정이지만 아직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다만 전면에 불거진 프랑스와의 갈등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소원해진 미-유럽 동맹 관계를 재건하겠다고 공언한 바이든 대통령에게 타격이 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특히 코앞으로 다가온 유엔 총회에서 양국 갈등은 첫 분수령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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