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세형이 윤석열에 물었다 "대통령만 보면 싸우고 싶나?"

이준목 입력 2021. 9. 20.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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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뷰] SBS <집사부일체> '대선주자 윤석열 편'.. '요동치는' 거짓말탐지기, 왜?

[이준목 기자]

SBS 예능 <집사부일체>가 '대선주자 특집'으로 유력 정치인들을 조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19일 저녁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집사부일체>에서는 그 첫 주인공으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겸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사부로 등장해 출연자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방송에서는 최초로 윤석열 후보의 자택이 공개됐다. 이승기-양세형-김동현-유수빈은 윤석열 후보와의 만남을 앞두고 긴장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윤석열은 검사 시절의 근엄하고 진지해 보이던 이미지와는 달리 친근한 모습으로 젊은 출연자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이승기가 "말투가 친근한 동네 형님 같다"고 이야기하자 윤석열은 "그냥 형이라고 부르라"며 호탕하게 응수했다. 멤버들은 잠시 망설이다가 자연스럽게 '석열이 형'으로 호칭을 정리했다. 윤석열은 "오늘 동생이 넷 생겼다"며 스스럼없는 모습을 보였다. 

젊은 시절의 앨범을 공개한 윤석열은 20대 초반의 나이에도 지금과 크게 변함없었던 외모를 드러내며 노안이라고 굴욕당했다. 윤석열은 수십 년 전 학창 시절의 추억도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회상하며 사진 같은 기억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양세형은 "모든 말이 육하원칙에서 의해서 서술된다"며 놀랐고, 이승기는 "한번 질문하면 세세하게 다 설명해준다, 직업병"이라며 감탄했다. 

윤석열은 본인만의 레시피로 직접 만든 김치찌개와 불고기, 달갈먈이 등을 선보이며 의외의 요리실력을 보여줬다. 멤버들은 식사를 함께하며 "외할머니가 해준 집밥같다"며 윤석열의 요리실력을 칭찬했다.

"'내가 미우면 나가주겠다' 하고 나왔다"
 
 SBS <집사부일체> 한 장면.
ⓒ SBS
 
이후 본격적으로 대선과 정치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왔다. 이승기가 '대권도전을 위하여 검찰총장직을 퇴임했냐'고 묻자 윤석열은 잠시 생각하다가 "퇴직부터 한 거다, 2년의 임기는 국민과의 약속이기에 끝까지 마무리를 해야하는데, 더 이상 그 자리에 앉아있는 것 자체가 굴욕이었다"며 "'내가 그렇게 미우면 나가주마' 하고 나온 것"이라고 답변했다. 

대선 출마를 결심한 순간에 대해서는 "출마라는 게 대선에 나오는 건데 내가 정치를 한번도 안 해본 사람이고 준비할 것도 많고 보통 일이 아니어서 한참 고민하다가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 세대는 10년 정도 직장생활을 하면 집을 마련하는 것이 가능했다"며 "그런데 요즘 청년세대는 직장생활만으로는 집구하기가 너무 힘들다, 젊은 사람들이 희망이 없으면 그 사회는 죽은 것"이라며 출마를 결심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윤석열은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겁이 없는 경향이 있다, 부족한 게 많지만 포기하지 않고 내가 생각하는 방향대로 쭉 밀고 나가면 된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며 정치 도전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집사부일체> 멤버들이 본격적인 청문회를 시작하려고 하자 윤석열은 "청문회 받는 건 내 전공"이라며 "어떤 질문이든 소신대로 말하면 된다"고 나름의 청문회 대응 비결도 밝혔다. 

2013년 국정원 댓글 국정감사 당시 윤석열은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라고 말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은 "(그 당시) 사람이라는 말은 인사권자를 의미한다"며 "나의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사에게 충성하면 안 된다는 말"이라고 설명하며 검사 시절의 일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검사시절 한 신입검사가 회식자리에서 검사장에게 '충성을 다하겠다'고 해서 내가 혼을 낸 적이 있다. '검사장은 존경하면 되는거지, 충성하는 건 아니야'라고 말해줬다. 당시 검사장도 훌륭한 분이어서 그게 맞다고 이야기해 주셨다."

이승기는 윤석열의 쌈닭 연대기를 공개했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경찰청 정보국장 구속-노무현 시절 안희정 금품수수 조사-이명박 대통령 시절 BBK조사-박근혜 시절 국정원 대선개입과 최순실 게이트 조사 등이 언급됐다.
 
 SBS <집사부일체> 한 장면.
ⓒ SBS
 
양세형이 "대통령만 보면 싸우고 싶은 거냐?"고 질문하자 윤석열은 "권력의 편보다 법의 편이 되는 게 든든하다"며 "모든 국민이 똑같이 지켜야 하는 게 법인데, 권력자의 위법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국민들에게도 법을 지키라고 요구할 수 없고 사회가 혼란해진다"고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여러 차례 권력에 미움을 사서 좌천당했던 경력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이승기가 '좌천 마니아'라고 짓궂은 농담을 던지자 윤석열은 "그래서 요리 실력이 늘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성격이 낙천적이다, 지방발령이 나면 거기서 재밌게 보내자는 생각을 한다"며 "지방에 따라 맛집도 가볼 곳도 많아서 재밌다"라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드러냈다.

사법시험 9수, 극적이었던 합격 과정

사법시험을 9수나 해야했던 파란만장한 일화도 소개됐다. 1986년 사법시험 2차시험 당시, 다른 과목에서 모두 합격기준을 넘기고도 형사소송법 과목에서 불과 0.4점 차이로 아깝게 탈락했다고 고백했다. 윤석열은 당시 형사소송법 시험시간이 20분이나 남은 상황에서 일찍 시험장을 빠져나와서 친구들과 장충동 족발을 먹으러 갔다며 웃픈 일화를 이야기했다. 만일 당시 시험에 붙었다면 이재명 경기지사와 같은 사법연수원 28기 동기가 되었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윤석열은 이후 무려 5년이나 흘러서야 시험을 통과하여 사법연수원 33기가 됐다.

사법시험에 마침내 합격한 과정도 극적이었다. 시험을 불과 며칠 앞두고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지방에 내려갔던 윤석열은 고속버스에서 시간을 때우기 위하여 형사소송법 서적을 읽었는데, 운명의 장난처럼 그해 사법시험에 바로 윤석열이 읽었던 내용들이 깜짝 출제되었다는 것. 당시 문제는 '재심과 비상상고를 비교하라'는 것이었고, 역대 사법시험에서 한번도 출제된 적이 없었다고 한다. 윤석열은 5년전 형사소송법 때문에 낙방했지만, 그해에는 같은 종목에서 만점을 받으며 당당히 합격했다고 밝혔다.

대선주자로 정치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린 시절 스케이트를 배울 때 친구들이 힘들다고 포기해도 나는 우는 한이 있더라도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30바퀴를 다 도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어려움이 있다고 쉽게 포기하거나 물러서는 스타일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20대 때는 원리에 집착하면서 살았던 것이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며 "검사생활하면서도 옷벗을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치열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어떤 새로운 일이라도 성공시키는 것은 자신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SBS <집사부일체> 한 장면.
ⓒ SBS
 
 SBS <집사부일체> 한 장면.
ⓒ SBS
 
심박체크 청문회에서는 다른 대선주자들과 비교하는 질문들이 나왔다. '윤석열에게 추미애란?'이라는 질문이 나오자 잠시 말을 잇지 못하며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총장시절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냐는 질문에 윤석열은 부정했으나 거짓말탐지기에서는 거짓으로 드러나 웃음을 줬다. 기자회견에서 놀림을 받았던 '도리도리' '쩍벌 자세' 등에 대해서는 "나도 영상을 봤다. 내가 봐도 심하더라"라며 지적을 수용하고 고치겠다고 답변했다.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은 나다?'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법 집행을 잘하는 모습을 국민들이 보셨으니 나랏일도 잘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으실 것"이라는 소망을 밝혔다.

한편 '대통령이 되면 절대하지 않을 일'로는 '혼밥하는 것'과 '국민들 앞에서 숨지 않는 것'을 이야기했다. 그는 "식사를 한다는 것은 소통의 기본이다, 여러 사람들과 밥먹으면서 소통하겠다"며 "일이 있을 때마다 잘했든 잘못했든 국민들 앞에 나서겠다"고 부연설명했다. 

대통령이 되고 나서 듣고 싶은 미래뉴스로는 "코로나가 종식되고 호프집에서 학생들과 마스크없이 맥주마시며 골든벨을 울리는 것"이라면서 "대한민국의 기성세대로서 청년들에게 나라의 미래에 희망을 갖지 못해서 미안하다, 그래도 용기를 잃지말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고 마음을 전달했다. 

윤석열은 2009년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를 추억하며 애창곡으로 이승철의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를 열창하며 방송을 마무리했다. 다음주에는 대선주자 특집 2탄으로 '이재명의 노력학개론'이 예고됐다.

평소 근엄하고 진지한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는 정치인들이 방송출연을 통해 이미지 변신을 노리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김대중-박근혜-문재인 등 역대 대통령들도 대선후보 기간 동안 토크쇼와 예능 나들이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여야 모두 당내 경선이 한참 진행 중인 상황에서 몇몇 소수의 인물들만 대선주자라는 이름으로 방송에 출연하는 것은, 시기적으로나 형평성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송이 인지도에 따라 유력 후보와 그렇지 못한 후보들의 서열을 나누는 모양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예능은 시사토론이나 청문회가 아닌만큼 아무래도 출연자에게 민감한 이슈나 부정적인 내용을 깊이 파고들기 어렵다. 윤석열 후보의 경우도 추미애 전 장관과의 일화를 짧게 언급한 것을 제외하면 문재인 정부와의 갈등이나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논란들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았다.

정치인들이 검증없이 이미지 정치만 강화하는데 방송을 이용하는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작진이 고민해야 할 지점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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