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의 e스토리] 데프트의 첫 목표이며 마지막 목표인 롤드컵 우승, 그 도전을 앞두고

박상진 입력 2021. 9. 2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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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해 롤드컵 진출팀을 예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올해는 더욱 롤드컵을 향한 경쟁이 치열했다. 기존의 강팀과 더불어 상위권을 바라보고 도약하는 팀의 도전이 그 어느 해보다 치열했기 때문이다. 특히 LCK의 롤드컵 진출 가능 팀 수가 늘어나며 팀들은 세계 무대에서 뛸 기회를 잡기 위해 더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총 4장의 진출권이 걸린 LCK에서 16강 그룹 스테이지 1번 시드를 얻은 팀은 작년 가을부터 줄곧 상위권을 유지한 담원 기아가 가져갔고, 서머 중반까지 연승을 달렸던 젠지가 챔피언십 포인트 1위 자격으로 2번 시드를 가져갔다. 이어 올해 시즌 시작 전부터 이슈의 중심에 서 있던 T1이 선발전을 통해 3번 시드를 확정 지었다.

LCK에 주어진 마지막 4번 시드는 이전과는 다른 무대에서 시작한다. 위의 3팀이 롤드컵 본선으로 볼 수 있는 16강 그룹 스테이지에서 대회를 시작한다면, 4번 시드는 그 아랫 단계인 24강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 경기를 시작하는 것. 4번 시드를 받은 팀은 앞의 세 팀 보다 열흘 일찍 대회를 시작해야 하고, 경기수도 훨씬 많다. 이를 뚫고 16강 그룹 스테이지에 올라간다고 하더라도 4번 시드로 배정되어 타지역 강팀들과 다시 한 번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야 한다.

이러한 고난의 길이 이어지더라도 팀들은 롤드컵에 진출하려 한다. 그 경쟁도 치열했다. 하지만 서머 막바지까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 팀이 롤드컵 4번 시드를 얻었다. 바로 한화생명e스포츠다. 한화생명은 시즌을 앞두고 '쵸비' 정지훈과 '데프트' 김혁규를 영입하며 기대를 한껏 모았고, 스프링 스플릿에서는 최종 3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성과도 냈다. 하지만 서머 스플릿에서 한화생명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스프링 3위를 차지했던 팀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 정도로 경기력도 좋지 않았고, 롤드컵은커녕 체면치레조차 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한화생명은 서머 막바지 바뀐 모습을 보였다. 최종전 T1과 경기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였고, 스프링 선전으로 얻은 챔피언십 포인트 50점으로 진출한 롤드컵 LCK 지역 선발선 1라운드에서는 서머 돌풍을 일으켰던 리브 샌드박스를, 2라운드에서는 우승 후보로 점쳐졌던 농심 레드포스를 격파한 것. 올해부터 바뀐 선발 방식에 힘입어 한화생명은 농심을 상대로 한 선발전 2라운드에서 승리를 거두며 롤드컵 진출을 확정 지었다.
 

기세를 탄 한화생명은 내친김에 결선 라운드에서 T1을 잡고 16강 그룹 스테이지 직행까지 노렸다. 누가 봐도 이제 한화생명이 롤드컵 16강에 직행한다는 이야기는 허튼소리가 아닌 가능성 있는 이야기였다. 경기 역시 풀세트 접전으로 이어졌고, 한화생명의 질주가 결과로 나오는 듯 했지만 아쉽게도 마지막 5세트에서 패하며 한화생명은 24강 플레이인에서 롤드컵을 시작하게 됐다.

팀 인수창단 후 첫 롤드컵에 진출한 한화생명은 플레이인 준비를 위해 다른 롤드컵 진출팀보다 먼저 대회 준비를 시작했다. 그 중간에 팀의 최고참인 '데프트' 김혁규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겼고, 김혁규에게 롤드컵 진출 소감을 묻자 김혁규는 자신을 칭찬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작년에 진출했던 롤드컵에서 결과가 좋지 못했고, 올해 서머에서도 부진하자 '다시 잘할 수 있을까'하는 의심에 빠졌지만 이번 롤드컵 진출로 그러한 고민을 모두 지울 수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제가 계속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선발전에서 경기력이 마음에 들었기에 저 자신에게 잘했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어요."

김혁규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가 부진의 순간에 자신을 의심하는 일은 흔한 일이다. 그리고 이 순간을 넘기지 못하면 프로게이머로서 경력은 끝나는 것이다. 하지만 9년 차 프로게이머인 김혁규는 이 순간을 롤드컵 진출이라는 결과로 멋지게 헤쳐나갔다. 하지만 이 결과를 만들기 위해 김혁규는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 김혁규는 이 과정에 대해 "따로 방법은 없어요. 그냥 할 수 있는 선에서 뭔가 계속 하려고 했던 거 같아요. 그리고 그 결과가 나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라고 전했다. 스프링에서 성적이나 개인 기량을 봤을 때 21 한화생명은 충분히 롤드컵에 갈 수 있는 팀이지만, 결과가 안 나왔을 때 많은 것을 시도했고, 김혁규는 코칭스태프와 대화가 큰 도움이 됐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이러한 대화는 코칭스태프 뿐만 아니라 동료들과도 나눴고, 결국 김혁규는 물론 한화생명의 막바지 대반전의 밑거름이 되었다. 서머 정규 경기가 끝나고 플레이오프가 진행되는 동안 김혁규는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고 쉬는 시간을 가지면서 팀을 재정비할 시간이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어진 연패로 게임 내에서 성급한 플레이를 하는 상황이 나왔는데, 휴식기를 가지면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게임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바뀐 것도 도움이 됐다. T1과 서머 마지막 정규 경기에 선발전의 한화생명은 그 전의 한화생명과는 분명히 달랐다. 경기를 보는 사람도 그랬고, 경기를 하는 사람도 그랬다.
 

"한 세트 이길 때마다 우리가 롤드컵에 갈 수 있겠다는 생각보다는, 다들 재미있게 게임을 했어요. '뭔가 될 거 같다'는 생각보다 게임이 재미있다는 기분이었죠. 사실 서머에서는 준비한 만큼 실제 경기에서 경기력이 나오지 않았던 게 제일 힘들었는데, 시즌 막바지 연습에서 보였던 경기력이 실제로도 나오기 시작했어요. 그러니 승패를 떠나서 다들 경기가 재미있었죠. 리브 샌드박스나 농심 레드포스를 상대로 이겼을 때는 우리의 기세가 놀랍다는 생각보다는 '이제야 뭐가 좀 되네'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16강과 24강을 가르는 선발전 결선 라운드 역시 한화생명은 상대였던 T1과 5세트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지만 아쉽게 패배했다. 하지만 김혁규는 오히려 실전을 많이 치를 수 있어서 좋았다고 밝혔다. 많은 경기를 치르면서 경험을 쌓는 것도 좋지만, 24강 플레이인은 여태 경험하지 못했던 팀들을 만나야 하는 그야말로 정글과 같은 곳이었다. 하지만 김혁규는 아직 팀이 더 많은 경기를 경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발전 결선 라운드 경기 전 팀원들에게 풀세트를 치르고 차라리 4번 시드로 가는 게 낫다는 이야기를 했다가 실제로 그렇게 되자 팀원들에게 자신의 말 때문에 졌다는 농담 섞인 원망을 듣기도 했지만 김혁규 정도의 선수면 빈말은 아니었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성적을 내기는 것이 목표지만, 김혁규의 목표는 더 높은 곳에 있었다.

"롤드컵은 우승을 하러 가는 곳인데, 플레이인도 못 뚫고 올라갈 실력이라면 빨리 떨어지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한 경기 진다고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아무리 플레이인에서 예상 외의 결과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잘 하는 팀이 올라가는 거니까요. 아직 우리 팀은 실전 경험이 더 필요하고, 결선 라운드 5세트까지 가는 게 좋겠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죠. 연습 때 경기력이 실전에서 안 나오는 선수들도 있어서 실전에서 잘하는 연습을 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플레이인 선수들은 제가 경기에서 못 봤거나 실제로 만나본 적도 없어서, 뭔가 새로운 정보들을 저한테 줬으면 좋겠어요. 제가 생각했을 때 안 좋다고 생각했던 챔피언을 잘 다룬다거나 플레이 스타일이 독특하거나, 배울 수 있는 게 있으면 좋겠어요."

김혁규의 이야기처럼 올해 한화생명은 그와 정지훈을 중심으로 신인급 선수들을 구성해 시즌을 치렀다. 그렇기에 김혁규가 선수들에게 실전 경험이 더 필요하다고 이야기한 것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이러한 팀 구성으로 한해를 치른 김혁규는 중간에 힘든 시간도 많았지만, 그래도 다들 포기하지 않고 노력했기에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며 팀원들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이제 9년 차 프로게이머가 된 김혁규는 지금 신인 선수들에 대해 신기한 선수도 있고, 자신과 비슷한 선수도 있다며 이들을 보고 자신이 가진 생각도 조금씩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자신과 비슷한 선수, 그리고 신기한 선수는 누구일까. 김혁규는 먼저 전자에 해당하는 선수에 대해 이전팀 동료였던 '케리아' 류민석을 꼽았다. 자신이 어렸던 시절 가졌던 분위기와 비슷하다는 이유였다. "제가 어릴 때는 독기가 가득했어요. 승부욕 때문에 주위 사람들을 불편하게 할 정도였거든요. 게임이 마음대로 안 되거나 상황이 마음에 안 들 때는 더욱 그랬고요. 결과가 안 좋으면 제대로 쉬지도 않았죠. 실력과 승리에 대한 욕심을 봤을 때 민석이가 제 신인 시절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어 자신이 봤을 때 신기한 선수로 신기한 답을 내놨다. 바로 지금 팀 동료인 '쵸비' 정지훈을 꼽은 것. "(정)지훈이가 가장 신기한 선수인데, 연습을 안 하는 건 아닌데 연습량에 비해 실력이 엄청 좋아요. 보통 1주일 이상 쉬고 오면 감각이 사라져서 고생하는데 지훈이는 쉬고 돌아와도 쉬기 전의 그 모습이더라고요. 저는 한 이틀 쉬면 감각이 죽어서 연습을 안할 수 없는데, 그런 면에서 지훈이를 보면 정말 신기하더라고요. 저는 쉴 때 집에 있는 동물들과 시간을 보내거든요. 거북이도 새로 키우고, 형이 키우는 도마뱀도 있고 집에 고양이도 있죠. 휴가를 받으면 고양이와 함께 누워있거나 형의 도마뱀을 구경하거나 거북이 밥을 주거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혹은 영화를 보러 가기도 하면서 지내는데 그래도 게임을 쉬면 안 되니까 개인 방송을 켜고 연습을 하거든요."

자신이 생각하기에 가장 신기하면서, 올해 같이 팀을 이끈 정지훈은 김혁규에게 '정말 함께해서 다행인' 선수였다. 밴픽이나 게임 안에서 정지훈이 있어 얻는 이점이 많다는 것. 모난 성격이 아니기에 이제 서로 아무 말이나 해도 다 받아주는 그런 사이. "저는 무조건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훈이를 보면서 자기에게 가장 맞는 스타일로 연습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죠." 또한, 올해 같이 바텀 라인에서 활약한 '뷔스타' 오효성에 대해서는 "원거리 딜러를 했기에 무빙이 굉장히 좋고 라인전 단계에서 딜 교환도 잘해요. 저와 함께 했던 서포터들이 다 잘하긴 했는데, 효성이는 그 친구들과 비교해서 제가 말한 부분이 뛰어나죠."
 

같이 고생한 선수들과 새로운 단계인 롤드컵으로 향하는 김혁규는 EDG 시절 같이 바텀 라인에 섰던 '메이코' 티안 예, 그리고 다른 스타일로 경기하는 유럽-북미 팀들과 붙어보고 싶다고 말한 후 이번 한화생명의 롤드컵 성적에 대해 우승권까지 충분히 노릴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LCK팀은 물론 LPL팀들과 연습했을 때 이기지 못할 팀은 없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준비를 잘하고 연습대로의 경기력만 나오면 우승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러한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메타 파악이 중요하다는 의견이었다. 특히 김혁규는 지금 한화생명이 '파괴 전차'라는 별명답게 강력한 공격력이 팀의 상징이 된 것에 대해서는 "강팀은 무엇 하나 특징 없이 모든 것을 잘하는 팀이지만 아직 우리 팀은 특징이 있는 팀"이라는 농담도 전했다.

롤드컵을 앞두고 바텀 메타가 되어 자신이 활약할 바탕이 되었으면 한다는 소망을 전한 김혁규는 오랜 선수 생활 경험으로 어떤 타입의 챔피언이라도 잘 활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이어 김혁규는 롤드컵을 앞둔 추석은 집에서 보내겠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서머 경기력이 좋지 않았을 때 집에서 힘을 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줬고, 롤드컵에 진출한다고 하자 가족들이 좋아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특히 이번에는 많이 이기고 집에 가는 거라 형의 게임 내 피드백을 듣지 않아서 자신도 좋다고 말했다.

"형이 게임도 좀 하는 편이라 완전히 이상한 피드백을 하지는 않았지만, 저는 집에 오기 전에 팀에서 피드백을 다 하고 왔는데 형이 또 피드백을 해주면 그걸 안들을 수는 없고... 그래서 피곤하지만 그걸 듣고 있었는데 저번에 이기고 집에 가니 잘했다고만 하고 따로 피드백을 하지 않아서 좋더라고요." 혹시 형 앞이라 못했던 말은 아닌가 싶어서 인터뷰를 통해 피드백에 관에 형에게 할 이야기가 없냐고 묻자 김혁규는 이렇게 답했다. "어차피 형 앞에서도 이렇게 말해요."

항상 응원을 아끼지 않은 그의 가족처럼 김혁규의 팬들 역시 그에게 항상 응원을 보냈고, 김혁규는 항상 팬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특히 이번 서머에서 받는 응원에 비해 너무 나쁜 성적을 보여서 미안할 정도였다고 심정을 밝힌 김혁규는 힘든 순간 받은 응원에 대해 가장 큰 보답은 승리라고 생각해 어떻게 경기에서 이길 수 있을지만 생각하며 지냈다고 말하며 팬들에게 롤드컵을 앞둔 각오를 전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롤드컵을 향한 과정이 험난하기는 했지만 결국 롤드컵에 갈 수 있게 됐습니다. 저에게 롤드컵이란 생각만 해도 벅찬 그런 대회죠. 롤드컵 우승은 제가 손에 넣어야 하는 마지막 목표. 선수 생활을 시작할 때나 지금이나 항상 같은 목적입니다. 특히 올해는 정말 어렵게 얻은 기회인 만큼 저와 팀원들 모두 노력해서 지켜봐 주시는 분들에게 좋은 경기를 보여드릴 테니 응원 부탁드리고, 추석 연휴 잘 보내셨으면 합니다."
 
 
박상진 vallen@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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