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울수록 나누는 '화수분 가게'들.."눈치 보지 마세요"

강현석 기자 2021. 9. 20.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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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달 문을 연 광주 동구 계림1동 개미곳간. 광주 동구 제공.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모두가 어렵지만 곳간을 활짝 연 가게들이 있다. 주민들이 나서 먼저 가게를 연 곳도 있고, 지방자치단체가 마련한 냉장고에 이웃들이 물건을 채우기도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큰 어려움에 처했지만 더 어려운 청소년을 위해 무료 나눔을 함께하는 자영업자들도 있다. 이들 가게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눈치 보지 않고 필요한 사람들의 마음 편히 이용했으면 좋겠습니다.”

■주민들이 만든 광주 동구 ‘개미곳간’

광주 동구 계림1동 개미곳간은 지역 주민들이 연 나눔 가게다. 주민들로 구성된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지난달 동주민센터에 한쪽에 ‘경양마을 개미곳간’을 열었다. 계림1동에서 스크린 경마장을 운영하는 한국마사회의 기부금과 주민들이 참여하는 ‘착한가게’의 후원으로 가게가 운영된다.

가게에는 생활필수품과 조리도구, 반찬 등이 마련돼 있다. 위기 가정이 발생하면 개미곳간에서 생활필수품을 지원하기도 한다. 매주 목요일에는 곳간을 열어 어려운 주민들이 필요한 물건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김치와 마스크, 전기밥솥, 전자레인지, 밥상 등을 이웃들과 나눴다. 김영순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은 “코로나19 위기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이웃들이 개미곳간을 마음 편히 이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려운 청소년들을 지원하는 순천 ‘어깨동무가게’ 1호점. 순천시 제공.

■어려운 청소년에 문 연 순천 자영업자들

조선시대 흉년이 들었을 때 관청에서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부유층에게 재물 나누기를 권했던 ‘권분(勸分)’에서 따 ‘권분운동’을 펼치고 있는 전남 순천에서는 자영업자들이 가게 문을 열었다.

순천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지만 경제적 위기에 처한 청소년들을 위해 순천시가 벌이고 있는 ‘어깨동무가게’에 참여하고 있다. 어깨동무가게는 형편이 어려운 18세 미만 청소년들에게 이용료를 받지 않는다.

1호점으로 가입한 빵집은 한 달에 10명의 청소년들에게 빵과 음료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학생들이 눈치 보지 않고 이용할 수 있도록 휴대전화에 미리 포인트를 충전해 준 뒤 차감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빵집 대표는 “학생들이 편하고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순천시는 미용실, 사진관, 옷가게, 카페, 문구사, 음식점, 안경원 등 다양한 가게를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의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전남 영광군이 운영하고 있는 나눔 냉장고에 기부된 물품. 영광군 제공.

■주민들이 채우는 영광 ‘나눔 냉장고’

전남 영광군은 지난 6월부터 ‘두고가요, 가져가요 나눔 냉장고’를 운영하고 있다. 냉장고는 군청에서 설치했지만 냉장고를 채우는 것은 지역 기업과 단체. 주민들이다.

군은 홍농읍사무소와 영광읍사무소 두 곳에서 나눔 냉장고를 운영하고 있다. 식품뿐 아니라 각종 생활용품 등도 기부를 받아 1주일에 한번씩 어려운 이웃들이 가져갈 수 있도록 진열해 두고 있다. 현재 23개 기업과 단체가 정기적으로 후원을 약속했다.

익명으로 후원하는 주민들도 있다. 최근에는 한 주민이 고구마 120상자를 나눔 냉장고에 기부하기도 했다. 영광군 관계자는 “물건이 모자를 때도 있지만 아직까지 냉장고가 빈 적은 없다”면서 “1100여명의 주민이 나눔 냉장고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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