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로 초고층 시대 끝? 200m 넘는 빌딩 5배 늘었다

채민기 기자 2021. 9. 20.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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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9·11 테러가 발생했을 때, 건축계에서는 이 사건이 초고층 빌딩의 종언(終焉)이 되리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위용을 자랑하던 세계무역센터가 속절없이 무너져내리는 장면이 초고층 빌딩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9·11 이후에도 초고층 건축 열기는 꺾이지 않았으며 오히려 더 가속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초고층도시건축학회(CTBUH)가 9·11 20주년을 맞아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에 완공된 초고층(높이 200m 이상) 빌딩 중 84%가 2001년 이후에 지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9·11 이전의 5배에 달하는 건물이 테러 이후에 등장한 것이다.

현존하는 높이 200m 이상 고층빌딩의 84%가 2001년 이후에 지어졌음을 보여주는 도표. 푸른색 막대는 높이 200~299m, 초록색 막대는 높이 300m 이상 빌딩을 가리킨다. /CTBUH 웹사이트 캡처

새 빌딩이 등장하는 속도도 빨라졌다. 1991~2000년에는 연평균 12곳의 초고층 빌딩이 등장했지만, 2011~2020년에는 이 숫자가 연간 평균 113곳으로 늘었다. 2001년 이후 20년간 세계 100대 고층 빌딩의 평균 높이는 284m에서 399m로 높아졌다. 100대 고층빌딩 전체가 높이 300m 이상을 넘어선 시점은 2008년부터다. 테러로 붕괴된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의 높이는 각각 417m와 415m로, 현재 기준으로는 높이 31·32위에 해당한다.

CTBUH는 “이런 조사 결과가 한가지 의문을 낳을 수 있다”고 했다. “소셜미디어 시대 이전에 전세계에 생중계된 9·11과 (그 배경이 된) 고층빌딩의 유형학은 그때까지 발생한 어떤 사건과도 다른 방식으로 세계인의 의식 속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결과적으로 9·11이 초고층 빌딩 건축의 억제제가 아닌 촉매제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는가?”

초고층빌딩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디자인도 진보하는 중이다. 글로벌 디자인 웹진 디진(Dezeen)은 최근 9·11 20주년 특집에서 테러 이후 달라진 초고층빌딩 디자인의 특징을 8가지로 요약했다. 우선 높이 600m 이상의 ‘메가톨(megatall)’ 빌딩이 등장했다는 점. 현재 여기 해당하는 빌딩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를 비롯해 중국 상하이 타워,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브라즈 알 바이트 타워까지 3곳이다.

뉴욕 57번가에 들어선 '432 파크 애비뉴' 콘도미니엄. 세계 부호들을 대상으로 지어진 최고급 주거용 건물이다. 높이 1396피트(약 425m)에 달하지만 건물 폭이 좁은 '스키니' 빌딩이다. By Epistola8 - Own work, CC BY-SA 4.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68233946

디진에 따르면 이 외에도 초고층 건물의 형태는 자유로워졌고, 외장재로 유리를 적극 사용하는 건물이 늘었으며, 상업·업무용 외에도 주거나 공공시설 등이 섞인 복합 용도의 건물이 많아졌다. 매우 좁은 땅에 초고층을 올리는 ‘스키니(skinny)’ 빌딩도 최근의 트렌드. 스키니 빌딩의 정확한 정의는 아직 없지만 디진은 “건설공학자들은 대개 건물 폭과 높이의 비율이 1:10 이상이면 이 범주에 해당하는 것으로 본다”고 했다. 세계 부호들을 대상으로 지어져 화제를 모았던 뉴욕의 ‘432 파크 애비뉴’ 등이 여기 해당한다.

이 외에 ‘스카이 브리지’ 형태로 여러 빌딩을 연결하는 디자인, 빌딩 외부에 수직 정원을 만들거나 식물을 키우는 수경(水耕) 재배시설을 조성하는 방식도 새로운 트렌드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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