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도 옷빨?.. 골프인구 500만에 신난 업체는
미국·일본 제치고 골프 의류 지출 비용 1위
'골푸어'(골프+푸어) 신조어까지
일각에선 '과열' 우려도
눈 뜨면 새로 생긴다고 느껴질 정도다. 국내 골프복 브랜드 얘기다. 국내 패션업체 골프시장이 갈수록 확장돼 과열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코로나 확산 이후로 국내 골프를 즐기는 인구수는 515만명으로 2017년보다 33%나 늘어났다. 골프인구 500만명 시대가 열린 데다 이 중 20~30대 젊은 골프족 비중이 전체 22%가량까지 차지하면서 MZ세대를 겨냥한 골프 패션 브랜드도 매달 새롭게 나오고 있다.
◇장비빨·옷빨 없인 필드 못 나가 … 골프인구 500만 시대에 과열되는 골프 패션 시장
프랑스 브랜드 ‘아페쎄(A.P.C)’는 내년 상반기 ‘아페쎄골프’를 전세계에서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론칭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 골프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해서다. 한국은 전 세계 골프의류 지출 비용 1위 국가. 용품시장 규모는 미국보다 크고 2019년엔 일본도 추월했다.
1인당 골퍼 평균 지출액도 커지고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2016년 14만7600원이던 골퍼 1인당 라운드 평균 지출액(그린피+카트피+캐디피)은 지난해 16만300원까지 늘었다. 작년 골퍼들의 평균 라운드 수(8.5회)를 고려하면 골퍼 1인당 골프장 사용료로 136만2550원을 썼다는 계산이 나온다.골프의류, 장비 관련 지출까지 더하면 수백만원을 골프에 쓰는 셈이다. 2016년 3조4100억원이던 국내 골프웨어 시장 규모는 작년 5조1250억원으로 팽창했다. 골프 때문에 주머니가 얇아진다는 뜻으로 ‘골푸어’(골프+푸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최근 잇딴 호황도 눈에 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지난 2분기 매출은 4400억원, 영업이익은 지난해 10억원에서 4200%가 급증한 430억원을 기록했다. LF는 연결 기준 2분기 매출 4653억원, 영업이익 510억원을 올렸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매출 3407억원, 한섬은 3217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3.0%와 18.6% 상승한 수치다. 휠라홀딩스는 2분기 매출 1조194억원, 영업이익 173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3%, 영업이익은 245.5% 상승했다. 이들 패션업체들의 성장은 신(新) 명품뿐 아니라 골프복·골프용품 매출 성장과 관련이 많다. LF의 2분기 실적은 닥스골프·헤지스골프·닥스런던·더블플래그 등이 끌어올렸고, 휠라홀딩스 역시 골프용품 판매로 가파른 성장곡선에 올랐다. 일부에선 이 때문에 골프복이 ‘수퍼사이클(초호황)’ 바람을 탔다고 보고 있기도 하다. 홈쇼핑에서도 골프는 대세가 되는 추세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샵의 지난1월~8월 골프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5.9% 성장했다
◇전세계 어디보다 ‘골프에 돈 쓰는 나라’… 골프 전용 주얼리, 골프 전용 편집샵까지 한동안 식지 않을 ‘골프 패션 바람’
국내 패션업계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 골프복을 내고 있다. 현재 국내 골프의류 브랜드는 150여개에 달하고 이 중 50여개가 올해 론칭됐다. 대부분 20~30대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프리미엄 럭셔리 브랜드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여성복 ‘구호’도 최근 골프웨어 콜렉션을 론칭했다. 현대백화점그룹 한섬은 올 상반기에 ‘타미힐피거 골프’와 영캐주얼 여성복 SJYP 골프’를 잇따라 선보였다. LF의 ‘닥스골프’는 영 골퍼를 위한 ‘닥스 런던’을 론칭했고, 코오롱FnC는 미국 프리미엄 골프 브랜드 ‘지포어’를 내놨다. 명품 브랜드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도 골프웨어 시장에 본격적인 진출을 앞두고 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과거엔 기능성 위주로 홍보하던 골프패션이 ‘원 마일 웨어’ ‘레트로’ 같은 트렌드를 강조한 젊은 스타일로 바뀐 것도 최근 추세다. ‘클로브’, ‘소셜그린클럽’ 같은 브랜드가 이같은 이유로 성장했다. 롯데관광개발이 운영하는 K패션 전문쇼핑몰 ‘한 컬렉션(Han Collection)’도 최근 국내 젊은 디자이너들이 새롭게 만든 골프웨어 브랜드를 론칭했다.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점과 서울 광화문빌딩점의 ‘드림 골프(Dream Golf)’에 ‘클랭클랑’ ·'쿠메 스포츠’·'앤투마스’·'빅토리지’·'제이미 웨스트’ 등 5개 브랜드가 동시 입점했다.
골프 전용 주얼리도 나왔다. ‘엠 스튜어트’는 스윙을 할 때도 몸에 걸리적 거리지 않는 스타일을 강조했다. 업체는 “소위 ‘라베(라이프 베스트 스코어)’나 생애 첫 버디를 축하할 때 건네는 선물용으로 많이 나간다”고 홍보하고 있다.
패션업계 일각에선 그러나 골프의류시장이 이처럼 과열되다간 7~8년간 수퍼싸이클을 탔다가 순식간에 꺼진 아웃도어시장처럼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기도 하다. 아웃도어시장은 지난 2014년 7조1600억원까지 규모가 커졌으나 경쟁이 과열되면서 2019년엔 2조원대가 됐다. 코로나 확산 이후 해외여행 욕구·수요를 골프가 흡수한 만큼 국내 골프패션 업계가 코로나 종식 이후의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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