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주의 토털풋볼] '차이' 투헬은 마운트를 뺐고, 누누는 알리를 뒀다

이형주 기자 2021. 9. 20. 12: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첼시 FC의 토트넘 핫스퍼전 승리 1등 공신 토마스 투헬 감독. 사진|뉴시스/AP

[STN스포츠=이형주 기자]

여기 이 자리서 전술적 담론이 펼쳐진다. 

매주 전 세계에서 수백 개의 축구 경기가 펼쳐진다. 하지만 그 중에서 전술적 담론을 제시할 수 있는 경기는 일부에 불과하다. STN스포츠가 해당 경기들을 전술적으로 분석하는 연재물을 준비했다. 

-[이형주의 토털풋볼], 59번째 이야기: '차이' 투헬은 마운트를 뺐고, 누누는 알리를 뒀다

두 감독의 상황 대처 능력 차이가 승부를 갈랐다. 

첼시 FC는 20일(한국시간) 영국 잉글랜드그레이터런던지역 그레이터런던의 헤링게이에 위치한 토트넘 핫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1/22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5라운드 토트넘 핫스퍼와의 경기에서 3-0으로 승리했다. 첼시는 리그 2연승에 성공했고 토트넘은 리그 2연패에 빠졌다. 

경기를 앞두고 토트넘의 스쿼드가 아예 좋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첼시에 비해 우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상대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경기를 맞은 누누 이스피리투 산투 토트넘 감독이지만, 경기를 상당히 잘 준비해왔다. 

양 팀의 전반 포진. 첼시는 후반 시작과 함께 마운트를 빼고 캉테를 넣으며 3-5-2 포메이션으로 변화한다. 사진|이형주 기자 제작

누누 감독은 이날 4-3-3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손흥민을 원톱으로 배치하고, 해리 케인을 좌측 윙포워드로 위치시킨 부분이었다. 파격적인 기용인 동시에 누누 감독의 고민이 묻어나온 배치였다. 

케인은 직전 시즌 EPL 득점왕과 도움왕을 모두 석권한 최고의 공격수지만, 냉정히 말해 최근 폼은 그 때의 모습에서 동떨어져 있었다. 케인은 이번 여름 강력히 이적을 원했고 훈련 불참도 꺼리지 않았다. 물론 결국 이적에 실패하며 토트넘에 잔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여름 이적 사가는 케인이 프리시즌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이른바 핏이라고 하는 경기에서 활약할 수 있는 몸상태가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것이 누누 감독이 그를 윙포워드로 뺀 이유라고 판단됐다. 

가짜 윙포워드 역할을 수행한 해리 케인. 사진|뉴시스/AP

종아리 부상 여파가 있지만 손흥민은 현재 토트넘 최고의 피니셔다. 역습에도 최적화된 선수다. 그를 최전방에 위치시켜 수비 부담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상대 골문과의 거리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케인도 매치핏은 안 됐지만 직전 시즌 보여줬던 특유의 기회 창출 능력은 여전했기에 가짜 왼쪽 윙포워드 역할을 하면서 손흥민을 지원할 수 있도록 프리롤을 부여한 것이다. 

실제로 누누 감독의 이런 변칙 전략으로 첼시는 매우 고전했다. 토트넘은 수비에 기반을 두고 전방 스리톱을 중심으로 공격을 풀었다. 간헐적인 기회를 만들며 득점과 가까이 가기도 했다. 전반전 눈부신 수비를 보인 베테랑 티아구 실바가 아니었다면, 토트넘의 골이 나올 수 있었고 경기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었다. 

실바의 활약 속 전반이 0-0으로 끝난 뒤 전반 고전했던 토마스 투헬 감독은 즉각 전술 변화를 단행했다. 팀내 핵심이자 에이스급이라 할 수 있는 메이슨 마운트를 과감히 전반만 끝났을 뿐인데 빼버렸다. 대신 은골로 캉테를 넣으며 3-4-3에서 3-5-2 포메이션으로 변화했다. 미드필더 숫자를 늘린 것이다. 

같은 날 영국 언론 <풋볼 런던>에 따르면 투헬 감독은 해당 교체의 이유를 "마운트의 에너지 레벨이 떨어져 있어서였다"라고 밝혔다. 

캉테가 들어간 뒤 신출귀몰하며 중원에서 존재감을 보였고, 첼시가 그 덕에 중원 장악에 성공했다. 반대로 토트넘 선수들은 존재감을 잃어갔는데 특히 토트넘 미드필더 중 전반전 성실히 뛰었으나, 공격 쪽에서 무뎠던 델레 알리가 그러했다.

우리 삼국 시대 때 신라가 한강 유역을 점유한 뒤 고구려와 백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줄어들었던 적이 있다. 이처럼 첼시가 중원을 장악하자 토트넘은 할 수 있는 것이 줄어들었다. 첼시는 안정적인 중원을 기반으로 파상공세를 통해 3골을 뽑아냈다. 반면 토트넘은 중원을 장악 당해 공격과 수비가 단절되며 무의미한 패스들만 남발됐다. 

전반 전략은 좋았지만 후반 대응이 미흡했던 누누 이스피리투 산투 토트넘 핫스퍼 감독. 사진|뉴시스/AP

결과적으로 누누 감독이 후반 초반 첼시에 분위기가 넘어가려는 시점에 무언가 수를 썼어야 했다. 다각도로 볼 때 델레 알리 쪽에 변화를 가져가는 것이 가장 큰 효용을 가져올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누누 감독은 이 결단이든 다른 결단이든 내리지 못했다. 이날 토트넘의 서브가 약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미드필더는 예외였다. 알리를 교체해줄 수 있는 스킵이 있었다. 

분명 양 팀이 각각 좋았던 시기가 있었던 한 판이었다. 다만 투헬 감독은 자신들의 팀이 밀리자 즉각적으로 변화를 주며 경기를 가져왔고, 누누 감독은 형세를 계속 관망만 하다 이를 놓쳐버렸다. 결국 그 곳에서 승부가 갈렸다. 

STN스포츠=이형주 기자

total87910@stnsports.co.kr

▶[공식 인스타그램] [공식 페이스북]

▶[K팝 아이돌 연예 뉴스 보기]

▶[유럽 축구 4대 리그 뉴스 보기]

Copyright © 에스티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