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가 돌아왔다" 형은 기획 동생은 가담..보험금에 빗나간 우애
지난해 허위사망 보험사기 적발액 7억2000만원..전년比 2배↑
당시 이런 유형의 보험사고가 드문 탓에 보험사는 사실 확인 조사에 착수했다. 보험사 직원은 둘째 A씨를 만나 동생 B씨 사망에 대한 자초지종을 들었다. A씨는 동생의 사망 관련 서류를 큰형 C씨를 통해 항공우편으로 받았다고 말했다. 또, 거액의 생명보험은 한국에 온 후 알게 된 보험설계사가 있어 자연스럽게 가입하게 됐다고 했다. 이후 동생의 사망 소식에 당연한 수순으로 보험금을 청구하게 된 것이라고.
사망보험금 지급은 관련 서류 진위 여부에 따라 결정되게 됐다. 보험사는 서류가 현지에서 정상적으로 발급된 것인지 확인에 나섰다. 주한 파키스탄 대사관을 방문해 서류 진위를 확인하던 중 이상한 점 하나를 알게됐다. 당시 대사관 직원이 관련 업무를 하는 현지 관원을 알고 있었는데, 그의 서명과 서류에 표기된 서명이 다르다는 점을 확인해 준 것이다.
이를 토대로 보험사는 이번 보험사고가 보험사기라는 점을 인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지만 수사는 쉽지 않았다. 서류상 사망한 B씨가 실제 살아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녹록지 않은 데다 파키스탄 현지 조사도 어려웠다. 특히, 주한 파키스탄 대사관에서 사망진단서 등 서류의 현지 관원 서명이 다르다는 점을 언급했지만,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공증해 별도 발급해 주지 않으면서 사건 해결은 지지부진했다.
그러던 중 동생 B씨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뜻밖의 곳에서 확인되면서 경찰 조사에 속도가 붙었다. A씨가 사망보험금을 청구한 후 B씨가 한국에 다시 입국했다는 사실이 출입국관리사무소를 통해 밝혀지면서다. 결국 경찰은 동생의 사망보험금을 청구한 A씨를 체포했고 사망했다는 B씨가 경찰 조사에 출석하면서 파키스탄 형제의 보험사기는 드러났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모든 것을 자신이 계획했다"고 주장했고, B씨는 "아무것도 몰랐다"고 진술했다. 최종 수사 결과에서는 파키스탄 현지에 있는 큰형이 보험사기를 기획했고 A씨는 단순 가담한 것으로 보고 사건은 종결됐다.
이 사건은 앞서 사례로 언급한 파키스탄 형제의 보험사기처럼 사망진단서를 위조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렇게 산 사람을 죽은 사람으로 둔갑시켜서 보험금을 편취하는 행태는 그만큼 한번에 받을 수 있는 보험금 규모가 가장 많기 때문이다.
매일신보에 소개된 보험사기 사례를 보면 보험외교원 조모 씨는 송모 씨 등과 보험사기를 공모했다. 1923년 8월 수원군 마도면에 사는 이모 씨의 아내가 위독한 것을 알고 다른 여자를 이씨의 아내인것처럼 속여 사망보험금이 5000원인 양로보험에 가입했다. 그러나 이씨의 아내가 사망하지 않자 이들은 그해 10월 살아있는 이씨 아내의 사망신고를 당국에 허위로 제출했다. 이후 보험금 5000원을 편취했다가 발각, 법정에서 징역형을 받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허위사망 및 실종에 따른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7억2000만원 규모로, 전년의 2억9800만원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보다 앞서 2018년에는 이런 유형의 보험사기 적발금액이 3500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0배 가량 규모가 증가한 셈이다.
가장 최근 확인된 외국인 대상 허위사망에 따른 보험사기는 지난 2017년 나이지리아에서 현지인 남편이 버스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며 한국인 아내가 사망보험금으로 4억2400만원을 청구한 사례가 있다.
당시 나이지리아인 남편 사망을 증명하는 현지에서 발급된 사망확인서 등은 위조가 확인됐고, 주한 나이지리아 대사관에서도 사망 사실이 없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일단 사망보험금 지급은 보류됐지만, 한국인 아내는 보험금을 빨리 지급하라며 금감원, 국회 등에 탄원서를 내 보험사를 압박하기도 했다.
종국에는 나이지리아 남편이 현지에서 실제 사망했는지 살아있는지 증거를 확인할 수 없어 보험사가 경찰에 수사의뢰를 하지 못했고 한국인 아내는 형사처벌을 피했다. 이 사건을 조사했던 보험사 측은 "당시 나이지리아는 치안이 불안해 현지 조사가 어려웠다"며 "실제 현지인 남편의 생사 여부는 현재까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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