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층간소음 고통 심각한데..민원 4만건 중 18건만 "피해 인정"

김지영 기자 2021. 9. 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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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층간소음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민원 제기하고 소음 측정 요청했더니 이 정도는 층간 소음이라고 할 수 없다네요. 층간소음으로 인정되는 기준이 43㏈인데 아이뛰는 소리는 40㏈이라는 거에요. 이제 적반하장으로 더 뛰는 거 같은데 매번 참아야 하는 건지 답답하기 짝이 없네요.

온라인 커뮤니티 층간소음 피해자 쉼터에 올라 온 글이다. 해당 커뮤니티에는 이와 비슷한 취지의 게시글이 매일같이 올라온다. 답답한 마음에 민원을 제기해도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호소다.

코로나19(COVID-19) 확산으로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지난해 이웃 간 층간소음 갈등은 4만여 건에 달했지만 현장 진단 결과 기준치를 초과하는 경우는 18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만큼 큰 불편을 느끼는 층간소음에도 이를 인정하는 법적 기준치가 너무 높게 설정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현실적이지 못한 층간소음 측정 기준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층간소음 민원 4만여건…소음 측정하면 기준치 초과는 18건?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층간소음 현장 진단 결과 기준 초과율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환경부에 접수된 층간소음신고 건은 2만 6934건이다. 이중 환경부의 현장 진단 결과 기준치를 초과해 실제 층간소음으로 인정되는 사례는 11건이었다. 전체 신고 건수의 0.04%에 그쳤다.

최근 9년 동안 전국에서 접수된 층간소음 민원 건수는 총 20만6000여건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2016년 1만9495건, 2017년 2만2849건, 2018년 2만 8231건 으로 꾸준히 늘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지난해에는 4만2250건이 접수됐다. 전년(2만6257건)과 비교해서는 61%나 증가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민원이 폭주하고 있지만 법적 규정에 따라 실제 층간소음으로 인정되는 경우는 2016년 5건, 2017년 26건, 2018년 32건, 2019년 35건에 불과했다. 수만건에 이르는 층간 소음 민원들은 대부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얘기가 된다.

이에 현행법상 층간소음으로 인정되는 법적 기준치가 실생활과 괴리가 크고 유명 무실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층간소음으로 인정되는 사례가 터무니 없이 적기 때문에 층간소음으로 불편을 느끼는 세대와 원인 제공 세대 간 갈등 해결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평가다.

층간소음이 발생했을 때는 환경부 산하 층간소음 전문기관인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민원을 제기, 방문상담 및 실제 소음측정 등을 받을 수 있다. 소음측정 결과 기준치를 초과하면 이를 근거로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요청하면 된다. 하지만 기준치가 높은데다 해당 중재는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기준치를 초과하더라도 행정 조치나 처벌은 전무하다. 이러다 보니 폭행, 살인 등 극단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사례도 늘어나는 것이다.
층간소음 법적 기준 어떻길래?…"현실적인 피해 반영 못해, 기준 재설정해야"
실제로 층간소음 범위와 기준치를 명시한 공동주택 층간의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발소리와 같은 직접충격 소음은 주간에 1분간 평균 43㏈(데시벨)을 넘거나, 57㏈ 이상의 소음이 1시간 이내에 3회 이상 발생하면 층간소음으로 규정된다. 밤 10시 이후인 야간에는 기준이 38㏈로 더 엄격해진다.

이 기준은 어느 정도의 소음을 의미할까. 한국환경공단이 발간한 '층간소음 상담매뉴얼 및 민원사례집'에 따르면 '아이 뛰는 소리'가 만들어내는 층간소음은 40㏈, 진공청소기 소리는 35㏈로 나타났다. 주간 층간소음 기준이 43㏈이니, 야간 기준 38㏈이니 밤 9시 59분까지 아이가 뛰는 소리와 야간에도 진공 청소기 소리는 층간소음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12년부터 '20년까지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서 현장진단을 접수한 6만61건 중 층간소음 발생원인으로는 뛰거나 걷는 소리가 67.6%로 가장 많았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이 몇년 째 이어지고 있지만 해당 기준은 지난 2014년 제정된 이후 한번도 개정되지 않았다.

이에 층간소음 측정 기준을 현실적인 수준으로 개정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전반적으로 실내활동이 증가하는 만큼 관련 논의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 의원은 "층간소음 측정결과는 층간소음 피해를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이라며 환경부는 층간소음 측정기준을 만들었지만 현실적인 피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환경부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층간소음 측정기준을 엄격하게 재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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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 kjyou@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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