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수소 야심] 10년 후 수소차 100만대 굴러간다..시장을 선점하라

베이징=김남희 특파원 2021. 9. 20.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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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2060년 탄소중립' 선언 후 수소 에너지 급부상
2021 상하이 모터쇼에 전시된 수소 연료전지 버스. /차이나데일리

지난해 중국에선 연간 2531만 대의 새 차가 팔렸다. 이 중 친환경차로 불리는 신에너지차량(순수 전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 수소 연료전지) 판매량은 전체 차량 판매량의 5.41%인 137만 대였다. 신에너지차량 중에서도 대부분이 전기차였고 수소 연료전지를 단 수소차 판매량은 1000대 수준에 불과했다. 지난해 말 기준, 중국 도로를 달리는 수소차는 총 7000대 수준이었다. 사실상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수소차의 존재감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동안 주목을 받지 못했던 수소가 중국의 국가 핵심 에너지로 떠올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9월 유엔총회에서 ‘2060년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한 후, 수소가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주요 에너지원으로 급부상한 것이다. 올 초 중국 정부는 2030년 수소차 100만 대 시대를 열겠다고 공표했다. ‘수소 굴기’ 선언이다. 중국 국영 에너지 기업들은 정부 정책에 맞춰 수소 에너지 개발에 본격 나섰고 지방정부들도 수소 인프라 구축에 뛰어들었다. 자동차 회사들도 수소차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수소차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중국 수도 베이징의 첫 수소 충전소가 8월 15일 창핑구에서 가동을 시작했다. /차이나데일리

◇ 수소 트럭·버스 집중 보급…수소 충전소도 대폭 늘린다

중국 정부는 올해 3월 확정한 ‘제14차 5개년(2021~2025년) 경제·사회 발전 계획과 2035년 장기 발전 목표’에서 수소 산업 육성과 가속화 방침을 명시했다. 5년 전인 제13차 5개년(2016~2020년) 계획 이전엔 수소 에너지와 관련해 중국 정부가 구체적 계획을 제시한 적이 없다. 중국 정부는 2019년 처음으로 정부업무보고에서 수소 에너지를 언급했고 앞으로 5년간 경제 발전 목표에서 수소를 국가 핵심 에너지급으로 격상시켰다.

중국 행정부인 국무원은 지난해 11월 공개한 신에너지차량 15개년 계획에서 수소 연료전지 공급망 구축과 수소 트럭·버스 개발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승용차보다는 트럭·버스 등 상용차 중심으로 수소차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장팡밍 중국과학원 산하 광저우에너지연구소 주임(소장)에 따르면, 중국에서 2016~2020년 5년간 수소차는 한 해 평균 1000대가량 팔렸다. 대부분 트럭·버스 등 상용차다. 2020년 말 기준 중국의 수소차 보유량은 7000대 수준이다. 2025년엔 수소차를 10만 대로, 2030년엔 100만 대로 늘린다는 게 중국 정부의 구상이다. 수소 충전소도 2025년 300기, 2030년 1000기로 확대한다.

천웨화 중국 광둥성 상무청 부청장은 14일 광저우에서 열린 ‘2021 한국·광둥 수소경제 협력 세미나’에 참석해 “중국 정부가 친환경 발전, 저탄소 전환을 추진하면서 수소 산업 발전 의지를 밝혔다”며 “광둥성은 중국 제조 중심지로서, 수소차와 수소 연료전지 산업 클러스터를 육성해 수소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중국 남부 광둥성은 최근 베이징시, 상하이시와 함께 수소차 시범 도시로 선정됐다. 천 부청장은 “특히 광둥성은 중국과 외국 자동차 회사들이 많이 모인 자동차 제조 클러스터로, 수소 연료전지 기술 개발, 수소차 보급과 응용, 수소 연료 공급 등 수소차 산업 발전을 촉진할 일련의 정책을 마련해 시행 중”이라고 했다.

수도 베이징시는 2025년까지 수소차 1만 대 이상, 수소 충전소 74기를 구축할 것이란 계획을 공개했다. 베이징 시정부는 수소 관련 기업 10~15곳을 육성하고 핵심 부품·장비 생산을 위한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연구개발 기관 3~4곳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지방정부 주도로 수소 산업을 개발하는 것이다. 내년 2월 동계올림픽 개최에 앞서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과 인근 장자커우시를 연결하는 고속도로에 수소 충전소도 짓고 있다. 상하이시는 2023년 수소차를 1만 대로 늘리고 수소 충전소를 100개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상하이시에서 달리는 수소차는 1500대, 충전소는 9곳에 불과했다.

중국 국영 에너지 기업 시노펙은 최근 남서부 충칭시에 첫 지하 수소 저장고를 완공했다. 지하 150m에 하루 수소 1000kg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를 갖췄다. 충칭시 수소 시범 버스와 물류 차량이 이곳에서 수소를 충전한다. 시노펙은 정부의 제14차 5개년 계획에 따라 수소 저장고 30개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 /현대차

◇ 수소차 쏟아진다…수소 시장 선점 공세

중국 자동차 회사들은 전기차 시장에 이어 수소차 시장에서 격전을 벌일 태세다. 중국 최대 SUV·픽업트럭 제조사인 창청자동차(長城·GWM)는 올해 첫 수소 연료전지 SUV와 트럭을 출시할 예정이다. 웨이젠쥔 창청차 회장은 올해 3월 “창청이 2025년 수소차 판매 톱3가 될 것”이라고 했다. 웨이 회장에 따르면, 창청차는 지난 5년간 수소 관련 기술 개발에 20억 위안(약 3400억 원)을 투자했다. 앞으로 3년간 30억 위안(약 5100억 원)을 추가 투자할 것이라고도 했다.

앞서 지난해 9월 중국 최대 완성차 기업 상하이자동차(SAIC)는 2025년 중국 수소차 시장 점유율 10%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5년간 최소 10종의 수소차를 출시해 수소차 연간 생산량과 판매량 모두 1만 대를 채운다는 계획이다. 지리·둥펑·창안·제일 등 또 다른 중국 완성차 회사 10여 곳도 수소차 출시를 준비 중이다.

현대차·도요타 등 외국 자동차 회사들도 중국 수소차 시장 공략에 나섰다. 현대차는 올해 3월 광저우시에서 첫 해외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 생산 공장(HTWO 광저우) 건설을 시작했다. 수소차의 핵심 부품인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의 해외 첫 생산기지로 중국을 선택했다. 내년 말 완공 예상 시점 기준 연간 생산 목표는 총 6500기다. 중국에서 팔리는 수소차 6500대에 현대차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을 넣는다는 얘기다.

한재혁 주광저우 대한민국 총영사는 “수소경제라는 개념이 아직 낯설지만 곧 보편적 에너지로 자리잡아갈 것이며,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확산 속도도 매우 빠를 것”이라며 “수소경제 확산을 위해선 모빌리티와 인프라 각 부분에서 기술 개발이 필요하고 경제성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장주쥔 상하이대 교수는 지난달 ‘2021 자싱수소산업개발서밋’에 참석해 “수소 연료전지 생산 비용을 낮추고 수소 충전소 건설을 확대하는 것이 수소 에너지 산업을 키우기 위한 두 가지 핵심 과제”라고 했다.

한재혁 주광저우 대한민국 총영사가 14일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에서 열린 ‘2021 한국·광둥 수소경제 협력 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광저우=김남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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