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은커녕 외출도 못해요"..추석연휴 공장 기숙사에 갇힌 사람들
경북의 한 공업단지에서 근무하는 네팔 국적의 이주노동자 A씨(47)는 오는 추석 연휴 기간이 괴롭기만 하다. 근무지인 공장이 코로나19(COVID-19) 확산을 이유로 고향을 찾아가거나 외출하는 등 거주 중인 기숙사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A씨는 "공장 숙소에선 5명이 뒤엉켜 자는데 바깥보다 더 위험한 것 같다"며 "차라리 외출이라도 할 수 있는 평일이 낫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주노동자 지원단체와 상담소 등에 따르면 국내에 체류하는 이주노동자들은 약 40여만명이다. 이 중 5분의1인 8만여명이 정부에 등록되지 않은 불법체류자인 것으로 보고있다.
이들 대부분은 공장에서 제조업 등 한국인이 선호하지 않는 '3D업종'에 종사한다. 기숙사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아 코로나19에 취약하기 때문에 공장 측에서는 휴일에도 외출을 막거나 제한하는 등 통제한다. 지난해 대유행의 영향을 받았던 대구 성서공단 인근 공장들은 공장 입구와 이주노동자 기숙사 내부에 CCTV를 달아 출입을 막았다.
익명을 요구한 베트남 국적의 한 이주노동자는 "비싼 비행기 비용에 입국 제한까지 겹치면서 고향에 가는 것은 꿈도 못 꾼다"라며 "이주노동자들은 휴일만이라도 푹 쉬기를 원하지만 공장에서는 바깥은커녕 기숙사 밖으로도 못 나가게 막는다"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등록이 안 된 노동자들도 많아 아무리 불합리한 요구를 해도 묵인할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공장 입장에서도 뾰족한 방법이 없다. 휴일이 다가오더라도 공장 내 기계를 수리하거나 '레이아웃'(Layout·공장 내 기계구성)을 변경하는 등 일이 쌓여 있어 무작정 휴가를 줄 수도 없기 때문이다. 기숙사 내에 머무르는 인원을 줄이고 교대로 외출을 하는 등 대책을 마련할 수도 있으나 이 역시도 인력과 비용 문제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주민지원단체 등은 임금 체불과 가혹행위, 직장내 갑질에 시달리는 이주노동자의 휴일 보장을 위해 실제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한다. 특히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경우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저조한데다 협소한 공간 내에 모여 사는 경우가 많아 집단감염에 취약하다. 불법 체류 중이라고 해 휴일 등을 보장하지 않는다면 확진자가 발생해도 은폐하거나 쉬쉬할 우려도 있다.
실제 지난달에는 경남 진주에서 우즈베키스탄과 러시아 국적의 20~30대 이주노동자들 12명이 집단감염됐다. 지난 2월에도 경기 남양주의 한 플라스틱 제조 공장에서 발생한 123명의 확진자 중 111명이 외국인 근로자로 밝혀지기도 했다. 대부분이 협소한 공간에서 함께 생활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열악한 근무환경이 확산의 도화선이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용철 성서공단노조 이주노동자상담소장은 "불법적으로 체류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인 인권과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할 권리도 보장받지 못한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젊은 근로자들의 경우 한 번 외출에 이동 반경이 넓고 접촉 인구가 많아 코로나19 확산의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을 위한 유급휴가와 진료·백신접종 지원 등 대책을 마련해야 우리 사회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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