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마을 차차차', 공진 해변에 피어난 사랑의 모닥불 [김재동의 나무와 숲]

김재동 2021. 9. 20.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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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재동 객원기자] 만나는 사람 아무나가 인연일 리는 없다. 어느 날 우연히 본 얼굴 하나가 눈에 들고, 그 얼굴이 어느 날엔가 머리에 새겨지고, 마침내 가슴 속에 정이 심어질 때 인연이 맺어질 테다.

tvN 주말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속 갯마을 공진에도 그렇게 인연의 단계를 밟아가는 커플이 있다. 홍두식(김선호 분)과 윤혜진(신민아 분). 혜진의 구두 분실 사건으로 첫 대면한 후 끊임없이 부딪히며 취중키스까지 진도를 뺐다. 서로의 머릿속에 서로를 아로새긴 참이다.

이 무렵에 지성현(이상이 분)이 나타났다. 윤혜진의 학창시절 선배다.

지성현의 등장은 취중키스를 대수롭지않은 일종의 음주사고로 애써 치부했던 두 사람에게 새로운 자각을 안겨준다.

홍두식에게 지성현은 떼놓고 보면 사람 좋은 친구고 합이 맞는 벗이다. 두식처럼 성현도 오지랖 넓고 선의로 충만하고 사람에게 스스럼 없이 다가간다.

하지만 혜진을 끼고 보면 신경 거슬리는 존재다. 두 사람이 자신은 모르는 옛 이야기를 나누면 공연히 심술이 나고 그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해 분해한다. ‘치과를 여자로 보다니’ 혀를 차면서 정작 ‘치과’를 윤혜진이란 여자로 보는 제 감정을 애써 외면한다.

그 외면이 유리창처럼 깨져나가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목보호대를 한 채 두식이 알바중인 슈퍼를 찾은 혜진이 보호대를 풀고 머리를 묶는 순간 드러난 하얀 목덜미의 저격. 그 한 방에 두식의 남심은 전사당하고 만다. 교통사고처럼 불시에 들이닥친 날벼락이었다.

목 디스크를 앓는 혜진을 위해 오갈피를 손질해 간 날 한 우산을 쓰고 다정하게 걸어오는 혜진과 성현을 마주친 두식. 삽시간에 휑해지는 가슴을 부여안고 시크한체 오갈피만 건넨 후 우산 없이 빗속으로 사라진다. 혜진은 그런 두식을 걱정스레 바라보고..

그 밤 두식은 감기를 앓는다. 공진의 홍반장, 천하의 홍두식이 감기를 앓은 건 비단 살갗을 식힌 여름비 탓만은 아닐 것이다. 겉도 차가운데 속까지 휑해졌으니 그 한기 버티자고 몸은 39도까지 열을 내야했다.

다음날 혜진이 쫓는 보이스피싱 사기범을 몸 날려 제압한 후 급기야 앓아누운 홍반장. 혜진은 그를 위해 죽을 끓여주고 잠이 든 두식에게 저도 모르게 입맞춤을 시도하다 제풀에 놀란다. “미쳤어. 미쳤어” 스스로를 타박하는 혜진. 그 눈에 홍반장이 먹고 싶다는 귤이 들어올 건 뭐람,

그 날 쌀과 물이 연출할 수 있는 최악의 풍미를 지닌 혜진표 죽으로 속을 데우고 코앞에서 멈춘 혜진의 숨결에 호흡을 뎊힌 두식은 다음 날 개운하게 깨어나고 마당에 혜진이 두고간 귤을 까먹으며 아름다운 하루를 만끽한다.

여전히 공진 마을이 여성납치 미수범으로 심란하게 들썩이는 그날 밤 늦은 퇴근후 홀로 귀가하던 혜진은 뒤를 쫓는듯한 불상의 발자국 소리에 놀라 핸드폰도 떨군 채 집으로 질주한다. 그런 그녀 앞에 나타나는 두식. 혜진은 망설임 없이 두식 품으로 뛰어들고 두식은 놀란 아기 새 보듬듯 그런 그녀를 토닥인다. 그렇게 서로의 가슴에는 어느새 서로가 확실히 새겨져 있었다.

의사와 백수라는 사회적 지위를 앞세워 두식을 향한 스스로의 감정을 끊임없이 통제하려던 혜진이지만 그 둑은 이미 터져버렸다. 흐르는 물을 막지 사람 향한 정이야 어쩌겠는가. ‘홍반장’과 ‘치과’는 손 쓸 새 없이 두식과 혜진이란 남자와 여자가 되어버렸다.

아무래도 ‘길치’ 성현은 한 발 늦었다. 혜진과의 인연은 먼저 시작했지만 어딘가를 헤메다 왔는지 선수를 뺏겼다. 자주 봐야 정 드는데 두식을 따라잡긴 여전히 벅차다. 아무리 반추해봤자 과거는 흘러갔고 삼단봉에 사이렌에 한아름 선물한 호신용품도 두식의 품만은 못했다.

고집은 제법 센 모양이니 쉽게 포기하진 않겠지만 먹은 맘 없는 성격이니 목숨 걸고 좋아하는 먹을 거로 잘 다독이면 두식의 좋은 친구, 혜진의 좋은 선배로 남을만 하다. 여기저기 둘러다닐 수밖에 없는 길치의 숙명인걸 어쩌겠는가.

김선호-신민아-이상이가 연기하는 홍두식-윤혜진-지성현의 삼각관계는 큰 갈등없이 보는 이들 미소 속에 결판났다. 앞으로 주변 돌아볼 줄 모르는 직진 성향 지성현의 들이댐이 이어지겠지만 악의없고 눈치없는 그의 짝사랑은 이제 막 피어난 두식-혜진 사랑의 불쏘시개가 될 법 하다.

벼르는 오기 없고 끈적한 질투없는 이들의 사랑 얘기가 공진해변 여름밤 모닥불처럼 따스하고 아름답게 위안을 준다.

/zaitung@osen.co.kr

[사진] '갯마을 차차차'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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