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민자도로 무료화한다고?"..일산대교 건너는 이재명의 시선
"김포 근처 주민들의 통행료를 받아서, 그 수익이 있는데도 자기가 자기한테 연 20%의 이자를 빌려주고 이자 명목으로 비용을 빼낸 다음에 수입이 부족하다고 세금으로 또 충원 받고 통행료를 올리고, 이런 것이 타당하나" - 이재명 경기도지사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일산대교 무료화' 정책이 추석 연휴 '밥상 민심'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이 지사는 특정 지역 주민에 국한된 과도한 수익 사업을 지적하며 정책 드라이브를 건다. 28개 한강다리 중 유일한 유료 교량인 일산대교를 둘러싼 형평성 논란과 이 지사 특유의 '일하는 방식'이 이번에도 평가대에 오른다.
이 지사는 이달 3일 일산대교에 대한 국민연금공단의 사업시행자 지정을 취소하는 공익 처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경기도와 고양시·파주시·김포시가 재원 분담을 통해 일산대교 ㈜를 인수하면 일산대교는 이르면 다음달부터 무료로 운영된다.
일산대교는 길이 1.8km, 왕복 6차선 다리로 경기도 북서부 지역의 교통망 개선을 위해 2007년말 완공됐다. 2008년 1월 무료 임시개통으로 시범 운영했고 운영개시일은 같은해 5월이다. 사업 방식은 수익형 민간투자사업인 BTO(Build-Transfer-Operation) 방식으로 진행됐다. 민간 사업자가 시설 등을 건설한 후 지방자치단체 등에 소유권을 양도하되 운영개시일부터 30년간 사업을 직접 운영하면서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일산대교㈜ 감사보고서 등에 따르면 총 사업비는 1784억4700만만원 규모인데 일산대교㈜는 2003년 7월 체결한 실시협약에 따라 경기도로부터 건설분담금 명목으로 299억원을 지급받기로 했다. 민간에선 대림산업 등 5개사(2006년말 기준 지분율 대림산업 26%, 현대건설 24.5%, 대우건설 24.5%, 금호산업 24%, 케이티종합건설 1%)가 참여했다.
2009년 11월 국민연금(지분율 100%)로 최대주주가 변동되며 해당 사업은 새 국면을 맞는다. 이 때 국민연금은 일산대교㈜ 주식 1045만400주를 1092억원에 매입했다. 건설사 구조조정이 한창이던 때다.
논란의 핵심은 높은 이자의 선·후순위 차입금과 최소운영수입보장제(MRG·Minimum Revenue Guarantee)다. 국민연금은 2009년 12월 일산대교㈜에 1471억원의 선순위 차입금을 대여하면서 8%의 이자율을 책정했다. 7년9개월간 거치한 후 13년간 분할 상환하는 방식이다.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로 있는 일산대교㈜에 자금을 빌려주고 해마다 100억원 이상을 이자로 챙기는 일종의 '셀프 차입' 구조라는 시각이 있다.
국민연금은 또 일산대교㈜에 361억원을 후순위 차입금으로 빌려줬다. 이자율은 해마다 증가해 최대 20%에 이르도록 설계됐다. 구체적으로 △2009년 12월~2010년 12월 6% △2010년 12월~2012년 12월 7% △2012년 12월~2013년 12월 12% △2013년 12월~2014년 12월 13% △2014년 12월~원금 상환 만기인 2036년 9월 20% 등이다. 원금 상황이 2030년 9월부터 가능하다는 점에서 장기간 고이자 비용을 내야 한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일산대교㈜는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192억원을 거뒀는데 이 중 해당 이자 비용으로만 158억원을 냈다. 2015년에는 136억원의 영업이익에도 이자로만 183억원을 내며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09년 12월부터 최근까지 이같은 방식으로 원금과 맞먹는 수준의 이자비용이 지출됐다.
MRG도 논란 거리다. 일산대교㈜가 경기도로부터 실제 통행료 수입이 추청 통행료 수입에 미달하면 부족분을 보장 받는 방식이다. 보장 기준은 2009~2014년 추청 통행료 수입의 76.6%였고 2015년 이후부터는 88%로 더 높아졌다. 일산대교㈜는 이같은 방식으로 지난해와 2019년 각각 10억원과 16억원의 재정 지원을 받았다. 사업 직후인 2010년에는 해당 재정 지원 규모가 52억원에 달했다.
이 지사가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는 비판에도 일산대교 무료화 정책을 적극 추진하는 이유다. 반시장이라는 이념적 비판보다 주민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잘못된 행정을 바로잡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일각에선 시장 논리에 따라 민간 주도로 이뤄진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에 공공이 개입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열린캠프 관계자는 "한남대교를 유료도로로 만들어놓고 옆에 대체도로도 없이 국민연금의 이익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받아들이나"라고 말했다. 이어 이 지사가 대권을 잡으면 전국 도로를 민자화할 것이란 주장은 "억측"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이 지사 특유의 '공정'과 '실천력' 이미지도 강화한다. 일산대교는 한강 다리 28개 중 유일하게 통행료를 받는 다리라는 점에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목소리가 지역에서 높았다. 앞서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나 홍철호 전 국민의힘 의원,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통행료 인하나 무료화를 주장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지역의 숙원 사업을 해결하면서 이 지사가 강조하는 실천력을 재차 입증했다는 게 캠프 관점이다. 열린캠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 지사가 여기까지 온 것은 실적과 성과"라며 "해묵은 과제를 풀어내면서 행정력을 보게 된 계기"라고 했다.
국민연금 갈등 해소는 남은 과제로 꼽힌다. 국민연금은 통행료는 투자비와 교통량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후순위 차입금 이자율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또 해당 사업이 과거 경기도와 체결된 실시협약을 근거로 추진되는 점에 주목하는 등 일산대교 무료화를 반대하며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지난 16일 열린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연금은 예산운용수익을 공개하지 않지만 7000억원 정도로 보도됐다. (일산대교) 운영권이 경기도로 넘어가면 국민연금이 5000억원을 손실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경기도는 공익처분에 따른 보상비용을 2000억원대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김부겸 국무총리는 "38년간 누적된 7000억원을 단순 비교하면 안 되지만 국민연금도 여러 가지가 우려되니까, 쉽게 결정하면 배임도 될 수 있고 해서 경기도와 얘기가 잘 안 되는 것 같다"며 "가능한 두 기관이 적절한 평가를 통해 자신들이 세운 기준에서 조금씩 부합할 수 있는 방법을 대화하도록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공익처분이 된 것이니까 대화하지 않으면 나중에 법적 소송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서 의원은 "일산대교는 경기도가 추진한 것이다. 당시 대규모 자본조달이 어려워 수익형 민자사업(BTO, Build-Transfer-Operation) 방식으로 이뤄졌다. 나중에 정치득실만 따져 아무렇지 않게 파기하면 민자 SOC가 성사되겠냐"고 지적했다. 이어 "신뢰와 약속을 헌신짝처럼 취급하는 지방정부의 포퓰리즘에 중앙정부가 적극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총리는 "그 때와 달리 고양시, 김포시 등 많은 분들이 다리를 이용하니까 주민들이 누릴 편익을 경기도 입장에선 고민하지 않을 수 없어서 결정한 것 같다"며 "말씀하신 대로 국민연금이 일방적 손해를 강요당해선 안 되니까 서로 대화의 장에 앉아 협의하도록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경기도는 "현행 민간투자법은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공익적 처분을 하고 그에 따른 정당한 보상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연히 국민연금의 주주 수익률을 존중해 추진할 것"이라며 "공익처분 과정에서도 국민연금공단과 협의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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