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맞는 카카오, 안도하는 네이버.. 빅2 성장전략이 현실 갈랐다

김은정 기자 2021. 9. 20.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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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정감사의 주된 화두 중 하나는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문제가 될 전망이다. 대형 플랫폼 업체들이 대기업에 비해 느슨한 규제를 이용해 서민 경제와 밀접한 골목상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여당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벌써 국회는 네이버와 카카오, 쿠팡, 배달의민족 등의 수장들을 증인으로 부르겠다고 예고했다. 그 중에서도 카카오에 집중포화가 쏟아지는 모습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카카오의 지주회사 격인 케이큐브홀딩스 관련 자료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정황을 포착해 조사에 착수했고,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카카오 택시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의 독과점 횡포 논란에 관해 “심각하게 살펴보고 있으며 규제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 플랫폼을 향해 칼을 뽑자마자 유독 카카오가 휘청대고 있다. 반면 업계 70%를 장악하고 있는 또다른 거대 플랫폼 네이버는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모습이다. 그 까닭에 대해 전문가들은 두 업체의 서로 다른 성장전략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래픽=김성규

◇각종 생활밀착형 사업에 문어발식으로 진출

카카오는 M&A 방식으로 빠르게 몸집을 키웠다. 그 결과 카카오의 국내 계열사는 2015년 45개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117개로 급증했다. 택시, 헤어샵, 꽃배달, 간식배달, 네일숍 등 각종 생활밀착형 사업에 진출했다. 이 기간 해외 계열사는 41개에 불과할 정도로 ‘내수시장’을 겨냥한 성장전략을 썼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플랫폼이 발판이 돼 손쉽게 시장을 점유할 수 있었고, 이런 과정에서 자영업자들과 수수료 마찰을 빚기 시작했다.

카카오톡 앱에서 미용실을 예약할 수 있는 ‘카카오 헤어샵’의 경우 이 서비스를 통해 고객이 처음 해당 미용실을 방문할 경우 이용금액의 25%를 수수료로 떼간다. 카카오톡으로 모바일 상품권을 보내는 ‘카카오톡 선물하기’ 서비스의 평균 수수료는 10%대로,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업체들 수수료(평균 5%대)의 2배 수준이다. 그럼에도 자영업자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카카오 계열사들의 과다 수수료를 감내해왔다. 불경기에 단 한 명의 고객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이용자를 보유한 카카오와 계약을 유지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 최근 시장 점유율이 80%에 달하는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우선배차가 가능한 ‘스마트호출’ 서비스를 최대 5000원까지 받을 수 있는 탄력요금제로 바꾸려하다 여론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택시기사와 소비자가 동시에 들고 일어선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가 상장을 목표로 단기간에 기업실적을 끌어올리려다 무리수를 뒀다”며 “이렇게 계열사가 폭주할 때 카카오라도 제동을 걸어줬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고 했다. 카카오는 계열사를 강하게 통제하기보다는 계열사가 자체적으로 사업을 키우고 경쟁하도록 하는 시스템으로 알려져있다.

결국 카카오모빌리티는 관련 서비스를 전면 폐지하겠다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불씨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여전히 카카오의 독과점 횡포 이슈를 정조준하고 있다. 또한 이번 사태로 우리 일상에 전방위적으로 침투한 카카오 계열사들의 과다 수수료 문제가 부각되며 ‘공정’을 중시하는 일부 젊은층 사이에선 카카오에 대한 반감이 커져가는 상황이다.

◇독과점’ 공격 맷집 생긴 네이버. 신중하고 스마트하게 국내 시장 진출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분당 사옥 모습. /연합뉴스

반면 네이버는 각종 규제에 치밀하게 대비해 왔다는 평가다. 2015년 국감에서 ‘공룡 포털’의 뉴스 왜곡 가능성이 문제로 부각돼 거센 공격을 받은 뒤부터다. 독과점 이슈를 의식하며 국내 사업 확장을 신중하게 추진했고, 사업구조도 다각화했다. 일본·동남아 등으로의 해외 진출을 확대해 위험을 분산하는 전략을 썼다. 네이버의 해외 계열사는 100개로 카카오 해외 계열사(41개)의 두 배가 넘는다.

특히 네이버는 각종 사업에 직접 진출하기보다는 업계 강자와 제휴해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넓히는 모습을 보였다. 이 경우 각종 규제를 다소 피해갈 수 있다. 카카오가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인가를 받고 직접 은행업을 시작한 데 반해 네이버는 미래에셋과 제휴해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대상의 소액대출 서비스를 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당국의 규제가 불가피한 은행업 인가는 받지 않았지만 미래에셋과 손잡고 사실상의 은행업무를 하고 있다. 네이버는 하이브, 이마트, CJ ENM, 스튜디오드래곤, CJ대한통운 등과도 제휴를 맺었다.

네이버는 오래 전부터 입법 이슈 등에 대응하기 위해 국회 대관 파트를 매우 신경써 온 것으로 알려져있기도 하다. 최근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출신 전관 공무원 등을 영입해 대관 역량을 강화했다. 이런 이유 등으로 지난 16일 국회 정무위원회가 ‘플랫폼 사업자 갑질’ 이슈와 관련해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강한승 쿠팡 대표, 배보찬 야놀자 대표 등을 증인으로 채택할 때 네이버는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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