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인텔 M&A 11개월째 미완..中 심사 '하세월'

주성호 기자 2021. 9. 20.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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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 대상 8개국 가운데 중국만 남아..연내 허가 가능성
지난해 10월 발표 후 1년째 앞둬..사업 착수 준비도 마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월 1일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M16 준공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제공)/뉴스1

(서울=뉴스1) 주성호 기자 = SK하이닉스가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합병(M&A) 계약과 관련해 해외 주요 경쟁당국의 심사가 9부 능선을 넘은 가운데, 마지막 남은 중국에서의 절차가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선 글로벌 반도체 패권 지형을 두고 미국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다른 국가의 반도체 M&A 사안에 유독 '현미경 검증'을 이유로 내걸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20일 90억달러(약 10조3104억원)를 들여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 전체를 인수하기로 맺은 계약에 대한 기업결합 심사를 중국에서 받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인텔과의 계약을 발표하자마자 우리나라를 비롯해 해외 주요 국가의 반독점 담당 기관에 기업결합 심사를 요청한 상태다. SK하이닉스가 승인을 받아야 하는 지역은 Δ한국 Δ미국 Δ중국 Δ대만 Δ브라질 Δ영국 Δ싱가포르 ΔEU 등 8곳이다.

이 중에서 SK하이닉스는 지난 7월 싱가포르를 기점으로 중국을 제외한 7곳에서 반독점 심사를 문제없이 마쳤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공정거래위원회 격인 중국의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tate Administration for Market Regulation·SAMR)은 SK하이닉스로부터 기업결합 신청을 받은 후 1년이 다 되어가도록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SK하이닉스 중국 우시 확장팹(C2F) 준공식에서 주요 참석자 들이 공장 준공을 알리는 버튼을 누르고 있다. 왼쪽 7번째부터 궈위엔창(郭元强) 강소성 부성장, 리샤오민(李小敏) 우시시 서기, 이석희 SK하이닉스 CEO, 최영삼 상하이 총영사.(SK하이닉스 제공)© 뉴스1

업계에선 그간 중국 당국이 해외 반도체 기업들간의 M&A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민 것을 감안해 SK하이닉스의 이번 사업재편 시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3월만 하더라도 중국 SAMR은 미국 장비업체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의 일본 업체 고쿠사이일렉트릭 기업결합 요청을 거절한 바 있다. 미국 팹리스 업체인 퀄컴이 네덜란드 NXP를 인수하려는 계획도 중국 당국의 최종 승인이 지연되며 불발되기도 했다.

SK하이닉스와 비슷한 시기에 M&A 계획을 발표한 AMD의 자일링스 인수 건도 여전히 심사를 진행 중인 상태다.

유독 중국에서의 반도체 관련 M&A 반독점 심사 기간이 오래 걸리는 데 대해서 업계 전문가들은 "자국 기업들과 중국에 미칠 유불리를 냉정하게 따지느라 심사가 지연되는 것 같다"고 분석한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매년 평균적으로 3000억달러(약 353조원) 가량을 수입하는 최대 반도체 수입국이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반도체를 생산하고 개발하는 역량은 미국, 일본, 유럽, 한국 등 다른 지역에 비해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중국은 시진핑 주석 주도로 2017년부터 이른바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며 매년 20조원 이상을 쏟아붓고 있으나 이렇다할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군다나 2020년부터 불거진 미국과 무역분쟁으로 화웨이를 비롯한 주요 IT 기업들이 반도체 수입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과 반도체를 두고 갈등을 겪었던 탓에 중국은 반도체에 굉장히 민감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더욱이 미국 기업과 관련돼있다면 더욱 냉정하게 사안을 들여다보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그렇더라도 반도체 업계에선 중국이 SK하이닉스가 추진하는 이번 딜을 무산시킬 가능성은 아주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반독점 심사의 핵심인 '경쟁제한' 측면에서 가격인상 가능성이나 담합 등의 여지가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상반기말 기준 SK하이닉스의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 매출액 기준 점유율은 12.3%로 4위에 해당된다. 인텔은 6.7%로 6위에 그쳤다.

단순히 양사의 매출 점유율을 합산한다 하더라도 19%로 2위인 키옥시아(18.3%)에 근소하게 앞서는 수치며 1위인 삼성전자(34%)보다는 10%p 이상 뒤처지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국은 D램에서처럼 메모리의 또 다른 축인 낸드 시장에서도 한국 기업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경우에 미칠 영향을 살펴보지 않을 수가 없다는 지적이다.

이미 삼성전자는 산시성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장쑤성 우시에 D램 공장을 갖고 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도 현지에 생산라인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메모리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게 나쁜 상황만은 아닐 것으로 판단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중국에서의 심사 결과가 나오는대로 즉각 사업에 착수하기 위한 준비 작업도 순차적으로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미국에 'SK하이닉스낸드 프로덕트 솔루션즈'라는 새로운 법인을 설립했는데, 이는 낸드와 SSD 등 메모리 제품 판매를 담당할 예정이다.

이후 SK하이닉스는 Δ대만 Δ캐나다 Δ멕시코 Δ중국 Δ영국 Δ이스라엘 Δ일본 Δ싱가포르 Δ말레이시아 Δ인터내셔널 등 10여개 관련 자회사 등기도 치렀다. 아울러 지난 8월에는 미국에 메모리, SSD 제품 관련 상표권으로 ΔVELOSTATE ΔSOLIDIGM ΔSTODESIC 등을 출원하며 마케팅 준비에도 착수했다.

경기 이천에 위치한 SK하이닉스의 M16 팹 전경. (SK하이닉스 제공)/뉴스1

sho21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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