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핀테크 베스트셀러 '디지털 뱅크' 저자 크리스 스키너 더파이낸서 대표

심민관 기자 2021. 9. 20.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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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조선]
"은행은 돈이 아닌 데이터를 저장..핀테크가 신용평가 이끌 것"
국내외 대형 금융사부터 정보기술(IT) 기업까지 대안 정보를 활용한 새로운 신용평가 기법을 잇따라 개발하고 있다. 온라인 소상공인과 크리에이터(creator⋅창작자) 등이 늘어나고, 제조업에서 4차산업으로 산업의 중심이 옮겨가면서, 전통적인 신용평가를 보완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한 탓이다. 개인과 기업의 디지털 발자국이 넘쳐나면서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된 점도 영향을 미친다. 새로운 신용평가는 금융의 판을, 그리고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을까. ‘이코노미조선’이 대안신용평가(구매 실적, 통신 기록 등 비금융 관련 디지털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 시장을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위기는 핀테크(fintech·금융과 기술의 합성어) 기업과 신용평가 시스템을 냉정하게 시험할 것입니다.”

세계적인 핀테크 구루(guru·권위자)이자, 글로벌 베스트셀러 ‘디지털 뱅크, 은행의 종말을 고하다’ ‘금융혁명 2030’의 저자인 크리스 스키너(Chris Skinner) 더파이낸서 대표는 8월 30일 ‘이코노미조선’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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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너 대표는 영국 금융 컨설팅 회사인 더파이낸서 외에도 유럽 네트워킹 포럼인 ‘파이낸셜서비스클럽(FINANCIAL SERVICES CLUB)’을 운영하고 있다. 2004년 이 클럽을 설립한 스키너 대표는 현재까지 17년간 클럽 의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이 클럽은 유럽 지역의 금융 전문가들을 위한 교류의 장으로 매년 금융 서비스의 미래에 관한 회의를 열고 있다.

스키너 대표는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생겨난 핀테크 기업들에 이번 팬데믹은 첫 번째 위기”라면서도 “지능적으로 데이터를 활용하는 역량을 쌓아온 핀테크 기업들은 이번 위기가 더욱 성장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평소 그는 “더 이상 은행은 돈이 아니라, 데이터를 저장하는 곳”이라며 “핀테크 업체는 데이터 저장과 분석 측면에서 전통적인 금융사보다 경쟁력이 뛰어나 신용평가 시장과 금융혁명을 주도할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다음은 일문일답.

팬데믹이 핀테크 산업에 준 영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본격적으로 생겨난 핀테크 기업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첫 번째 위기였다. 매출이 잘 나왔던 기업이 지금은 불황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번 팬데믹 위기는 핀테크 기업과 대출 신용평가 시스템을 시험대에 올렸다고 생각한다. 팬데믹 이후 급증한 디지털 데이터를 얼마나 정교하게 잘 활용해 개인이나 기업에 대한 신용평가 신뢰도를 높이는지 여부가 대출 핀테크 업체들의 성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핀테크 기반 대출 회사들이 팬데믹발(發) 경기 침체로 인한 하락세를 겪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크게 성장했다. 팬데믹으로 대출이 전반적으로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전통적인 금융 회사들과 비교했을 때 데이터 관리와 분석에 강점이 있는 핀테크 업체들이 팬데믹 위기에서도 강한 경쟁력을 보여준 것이다.”

그런 사례가 있나

”핀테크 업체들 중에선 이미 새로운 대안 신용평가(구매 실적, 통신 기록 등 비금융 관련 디지털 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 시스템을 개발한 곳도 많다. 영국의 가장 오래된 핀테크 기반 대출 회사인 조파(Zopa)가 대표적이다. 조파는 전통적인 신용평가 회사의 방법을 따르지 않고 회사 비즈니스 모델에 적합한 고유한 데이터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2005년에 설립된 조파는 2008년 금융위기에서도 살아남았고, 아마 이번 팬데믹 이후 더욱 성장할 것이다. 이러한 믿음의 배경은 이 회사가 데이터 분석에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대안 신용평가 바람이 불고 있다

”중국 앤트그룹의 즈마신용(芝麻信用)을 보면 이미 신용평가 시장은 변화 중이란 걸 실감한다. 앤트그룹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자회사이기 때문에 이용자의 금융 서비스 이용 데이터나 휴대전화 이용 행적 등을 확보할 수 있어, 사회적 또는 상업적으로 유의미한 데이터를 많이 가지고 있다. 이러한 강점을 토대로 대안 신용평가 시장의 문을 연 것이다. 그런데 디지털 데이터 기반 신용평가는 전통적인 신용정보가 없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다. 신용정보가 없는 10대가 대표적이다. 일반적으로 그들은 소득이 없고, 금융 거래 이력도 적어 대출 대상이 될 수 없다. 우선 많은 금융 회사가 제공하는 신용 한도는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만약 15세 청소년이 300만 명의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면 어떨지 생각해 보자. 대부분의 금융 회사는 이 청소년이 금융 거래 이력이 없어도 대출 고객으로 확보하려고 할 것이다. 신용을 평가할 전통적 개념의 금융 거래 데이터가 다소 부족하더라도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해선 유튜브 구독자 수 같은 디지털 데이터도 신용평가 시스템에 반영해야 하는 것이다. 세상은 변했다. 암호화폐 중 하나인 이더리움(Ethereum)도 비탈릭 부테린이 19세 때 만든 것이다.”

비금융 데이터 기반 신용평가의 문제는 없을까

”금융 데이터에 덧붙여 온라인 행적 등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하는 신용평가 방식에 대한 논의는 최근 몇 년간 이어져 왔다. 문제는 이 같은 평가 방법이 온라인상에서 행동을 제약하고, 개인 사생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가령 인스타그램에서 친구에게 단순히 장난을 친 행동만으로도 신용도가 낮아질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 두려움에 빠져 온라인상에서 행동이 자유롭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디지털 데이터 기반 신용평가업은 전문기업이 주도할까

”핀테크 기업들은 저마다의 디지털 데이터 평가 시스템과 알고리즘을 개발할 것이다. 따라서 데이터 기반 신용평가 사업과 이를 토대로 한 대출 증가가 핀테크 기업에 영향을 주기보다는 그 반대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핀테크가 신용평가 시장과 대부업을 주도적으로 이끌 것이다.”

핀테크 산업이 성장할 거란 이야기인가

”앞으로 은행은 데이터의 안전한 저장고 역할을 해야 한다. 돈이 곧 데이터이기 때문에 은행은 그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많은 은행이 이 부분에서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에 이러한 역할을 대체할 핀테크 기업에 투자가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전 세계적으로 980억달러(약 115조8360억원)가 핀테크 기업에 투자됐다. 작년 한 해 총투자 금액 1120억달러(약 132조3840억원)의 88%가 이미 상반기에 집행된 것이다. 핀테크 산업 투자는 매년 증가할 것이고 매번 최고 기록을 깰 것이다. 왜냐하면 핀테크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모델,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저장하는 은행이라는 말의 의미는

”데이터는 가치를 담는다는 점에서 이를 저장하는 은행은 종이나 금속으로 만든 돈을 보관하는 전통적인 은행과는 다른 개념이다. 기존에는 할 수 없던 방식으로 사람들과 연결되고, 가치가 투영되는 것이 데이터다. 금융 산업에 있어 데이터는 공기에 비유될 수 있다. 데이터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수적이고 어디에나 있지만 절대로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같은 디지털 자산의 성장이 신용평가에 어떤 영향을 줄까

”전통적인 금융 회사들은 암호화폐를 포함해 가상자산에 대한 관점과 평가 방식을 서서히 바꾸고 있다. 스테이트 스트리트는 디지털 자산 관리 전담 부서를 신설했고, JP모건체이스는 부유 고객층을 대상으로 암호화폐를 포함한 디지털 자산 투자를 추천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도 암호화폐 전담 부서를 운영 중이다. 만약 고객이 암호화폐 같은 디지털 자산을 신뢰한다면 금융 회사들은 이를 신용평가에 활용해야 한다고 본다. 무엇보다 최근 고객들이 디지털 자산을 보유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물론 고객들은 암호화폐 역시 금융 자산으로서 신용평가 대상에 포함되길 바란다.”

-더 많은 기사는 이코노미조선에서 볼 수 있습니다.

Part 1. 빅데이터 신용평가 부상

· 금융 판 흔드는 新신용평가

· [Infographic] 新신용평가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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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전문가 인터뷰

· [Interview] 세계 3대 개인 신용평가사 엑스피리언 한국 총괄 사장 피터 리·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이군희 서강대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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