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왜 저들처럼 못 즐겼을까" 100승 투수, 사회인야구서 얻은 깨달음

이후광 2021. 9. 2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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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고척, 이대선 기자]두산은 3연승을 달리며 5위로 올라섰다. 시즌 52승 5무 51패. 반면 5위에서 6위로 떨어진 키움은 5연패와 함께 56승 3무 55패가 됐다. 경기 종료 후 통산 100승을 달성한 두산 유희관이 김태형 감독에게 축하를 받고 있다. 2021.09.19 /sunday@osen.co.kr

[OSEN=고척, 이후광 기자] 시즌에 앞서 FA 계약을 맺고 부진에 부진을 거듭한 유희관(두산). 그런 그에게 새로운 터닝포인트가 된 장소는 다름 아닌 사회인야구였다.

유희관은 지난 1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의 시즌 15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6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 으로 5전6기 끝 시즌 3승이자 통산 100승을 달성했다. KBO리그 역대 32번째, 좌완 7번째이자 두산 프랜차이즈 좌완 최초의 100승이었다.

100승까지 오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지난해 KBO 역대 4번째 8년 연속 10승에 힘입어 원소속팀 두산과 1년 최대 10억원에 FA 계약을 맺었지만 첫해 몸값에 걸맞은 투구를 전혀 선보이지 못했다. 잦은 기복 및 조기강판으로 팀에 번번이 민폐를 끼쳤고, 결국 5월 30일부터 7월 1일까지 무려 33일 동안 2군에서 재정비 시간을 가져야 했다.

유희관은 이 기간 우연히 친한 지인을 따라 사회인야구 경기장을 방문하게 됐다. 퓨처스리그 경기가 끝난 뒤 바람을 쐴 겸 가볍게 찾은 곳인데 이는 그에게 큰 터닝포인트로 작용했다. 그는 “야구를 즐기면서 하는 사회인들을 보며 ‘난 돈을 많이 받는데도 왜 저들처럼 즐기지 못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야구선수도 사회인야구에서 뭔가를 배울 수 있었고, 그 때를 계기로 야구를 더 즐기면서 재미있게 하겠다고 마음먹었다”라고 전했다.

[OSEN=고척, 이대선 기자] 19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1회말 무사에서 두산 선발투수 유희관이 역투하고 있다. 2021.09.19 /sunday@osen.co.kr

그러나 유희관은 7월 2일 1군으로 돌아와서도 한 동안 야구를 즐기지 못했다. 5월 9일 광주 KIA전에서 통산 99승을 거둔 뒤 지독한 아홉수에 걸렸기 때문이다. 연이은 부진으로 3연패를 당한 뒤 9월 1일 잠실 KIA전에서 6이닝 1실점으로 마침내 반등했지만 불펜이 승리를 날렸고, 12일 LG전에선 타선의 넉넉한 지원에도 4⅔이닝 5실점으로 스스로 무너졌다. 그리고 마침내 전날 키움을 만나 1군에서도 즐기는 법을 터득했다.

유희관은 “지난 몇 경기서는 100이라는 숫자를 의식 안 할 수 없었다. 잘 던지려고 하다 보니 마운드에서 급해졌다. LG전도 점수 차가 많이 벌어졌는데 5회만 넘기면 된다는 생각에 조바심이 있었다. 야수들이 차린 밥상을 다 엎었다”며 “오늘(19일)은 100이라는 숫자가 아닌 편하게 던지려고 했는데 결과가 좋았다”라고 설명했다.

유희관이 꼽은 100승 원동력은 두산 베어스라는 팀과 승리 및 이닝을 향한 강한 집념이었다. 두산이라는 좋은 팀을 만났기에 승수를 많이 쌓을 수 있었고, 공이 느리면 실패한다는 편견을 깨고자 1승이라도, 1이닝이라도 더 기록하려고 노력했다.

유희관은 “입단 때 두산에서 선발을 할 것이라고 나 또한 예상하지 않았다. 100승 기록도 생각하지 않았다”며 “어떻게 보면 좋은 팀을 만난 게 가장 큰 행운이다. 좋은 동료, 코치님, 감독님이 나를 위해 노력해주셨다. 또 (박)세혁이, (양)의지, (최)용제, (장)승현이에게 고맙다. 다른 선수들도 고맙지만 이 4명이 공을 받아주고 열심히 리드해줬다. 100승에 있어 가장 고마운 게 포수”라고 설명했다.

[OSEN=고척, 이대선 기자] 19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3회말 수비를 마친 두산 유희관이 더그아웃으로 가며 포수 박세혁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1.09.19 /sunday@osen.co.kr

이어 “잠실을 쓰니까 10승, 두산이니까 10승을 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 논리라면 두산, LG 투수는 매년 10승을 해야 한다”며 “내가 떠들어봤자 못하면 욕을 먹기에 그라운드에서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악착같이 했다. 남들이 보면 이기적일 수 있을 정도로 승리에 대한 열망이 컸고 1이닝이라도 더 던지려고 욕심을 냈다. 아마 그렇게 안했으면 지금 성적이 안 왔을 것이다. 물론 강한 승부욕이 독이 될 때도 많았지만 이는 냉정한 프로의 세계에서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유희관의 시선은 이제 베어스 프랜차이즈 최다승인 장호연의 109승으로 향한다. 올해는 힘들겠지만 남은 시즌 활약으로 계약을 연장한다면 충분히 노려볼 수 있는 기록이다.

유희관은 “앞으로 몇 승을 할지 모르겠지만 목표가 있는 건 큰 동기부여가 된다”며 “과분한 기록(100승)에도 이루고 싶은 기록이 있다면 장호연 선배의 109승이다. 야구를 언제까지 할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끝까지 해서 두산 베어스 최다승을 위해 달릴 수 있도록 열심히 한 번 준비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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