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기 싫다" 추석 킬링타임 '괴짜' 콘텐츠5 [왓칭]

추석 연휴 괴짜들과 킬링타임 하는 법
오늘은 여기서 누워볼까

천재와 괴짜는 습자지 한 장 차이?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왼쪽)와 시트콤 '더 오피스'에서 괴짜 직원 역할을 소화한 배우 라이언 윌슨. /조선일보DB

또 다시 명절 연휴. 조선일보 왓칭팀은 이번 추석 연휴에도 맞춤형 ‘왓칭 큐레이션’ 리스트를 공개할 계획이다. 오늘은 지난 설 연휴 동안 방구석 독자들의 뜨거운 수요가 확인된 주제, ‘킬링타임’ 리스트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괴짜 특집’을 준비했다.

[2021년 설 특집]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기싫다” 넷플릭스 킬링타임 콘텐츠5

요즘 문화 콘텐츠 업계에서 오타쿠(otaku·オタク), 너드(nerd), 긱(geek)은 크게 환영 받는 귀한 존재. 대개 컴퓨터 프로그래머, 라면집 주인, 무명 가수, 중소기업 직원 같은 역할로 일상 속 숨은 장인(匠人)을 연기한다. 주변에서 하찮게 여기지만 본인이 가치있다고 여기는 일에 열정을 쏟아 붓는 그들. 이런 설정은 다양성을 추구하는 MZ세대의 ‘취향존중’ 트렌드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천재와 괴짜2: 왼쪽부터 너드룩과 놈코어룩을 한번에 보여준 구글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과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 너드룩의 정석을 보여주는 미국 CBS 드라마 '빅뱅이론' 주인공들. 모두들 단순하면서도 촌스러운 운동화 패션을 보여주고 있다.

오로지 ‘킬링타임’ 목적으로 추려낸 이번 괴짜 콘텐츠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어디가서 자랑하긴 글러 먹은 콘텐츠, B급 코드가 묘하게 중독적인 콘텐츠, 아무 생각 없이 틀어놔도 부담 없는 콘텐츠···. 몰입할 필요? 없다. 예술성·작품성을 찾는다면? 다른 리스트를 클릭해 보도록 하자. 켜 놓고, 밥 먹고, 청소 하고, 스마트폰을 해도? 된다. ‘내가 이걸 왜 보고 있지’ 하면서, 계속 보고 있을지도 모를 일.

덕후 옆에 또 다른 덕후, 그리고 더 이상한 덕후가 계속 나오는 콘텐츠 5편을 소개한다. 이번 리스트에서는 콘텐츠 ‘맵기’와 ‘독창성’ 정도를 시판 라면으로 분류해봤다.

◇야채라면: 영화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파이어 사가 스토리’

아이슬란드 시골마을 ‘후사비크’에서 나고 자란 남녀가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 도전한다. 1974년 스웨덴 뮤지션 아바(ABBA)가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서 ‘워털루’를 부르는 장면을 보며 가수의 꿈을 키운 남자 주인공 라르스. 그는 성인이 돼서도 아버지 집에 얹혀살며 구박 받는 신세다. B급 코미디 전문 배우 윌 페럴이 맡았다. 그런 라르스를 구박하는 아버지이자, 촌구석 어부 역을 007시리즈의 5대 제임스 본드, 피어스 브로스넌이 연기한다. ‘여기서 본드가 왜 나와’ 생각할 겨를도 잠시, 여주인공은 영화 ‘노트북’으로 유명한 로맨스 퀸 레이첼 맥아담스다.

영화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파이어 사가 스토리'

영화 시작부터 남녀 주인공들이 ‘전대물’ 느낌이 물씬 나는 어설픈 분장을 한 채, 아이슬란드 대자연을 배경 삼아 노래를 부른다. 재생 5분 이내로 ‘B급 병맛’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고조되기 시작. 영화는 섬마을 밴드 ‘파이어 사가’가 좌충우돌 끝에 돌고 돌아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결승전에 진출하는 과정을 그린다. 한참 보다 보면, 어느새 깊은 감동이 찾아들지도 모르니 주의하자. 실제 콘테스트 우승자들이 대거 우정 출연을 했고, 의외로 좋은 영화 음악들이 계속 쏟아진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영화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파이어 사가 스토리'

개요 코미디 영화 l 미국 l 2020 l 2시간3분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특징 ‘병맛 감동’, 가능한 장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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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까르보 불닭볶음면: 시트콤 ‘더 오피스’

미국 종이 회사 ‘던더 미플린’의 펜실베니아 스크랜턴 지점에 근무하는 ‘화이트 칼라’ 괴짜들의 얘기를 그린 시트콤. 2005년부터 2013년까지 모두 아홉 시즌이 나왔다. 방영 당시에는 혹평도 많았지만, 종영 이후 Z세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면서 2018년 넷플릭스 전체 콘텐츠 스트리밍 1위를 기록했다.

시트콤 '더 오피스'

다큐멘터리를 찍듯 사무실을 돌아다니며 괴짜들의 온갖 기행을 보여주는 촬영 방식이 일반 시트콤과 달라 TV 시청자들이 낯설어 했다고 한다. 이런 촬영 기법은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선보이는 ‘관찰 카메라’ 형식과 비슷하기 때문에 Z세대 시청자에게는 오히려 친숙한 연출이다.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무한상사’ 시리즈가 이 시트콤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시트콤 '더 오피스'의 꼰대 지점장

개요 코미디 시트콤 l 미국 l 2005~2013 l 편당 20여분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특징 Z세대가 열광하는 미친 사무실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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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미역국라면: 애니메이션 ‘미드나잇 가스펠’

성인 애니메이션 ‘미드나잇 가스펠’은 독특하다. 우주 시뮬레이터라는 이상한 기계를 사용해 가상 우주를 여행하는 팟캐스트 진행자 클랜시가 주인공이다. 그는 삶과 죽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가상 세계에서 만난 인물들과 인터뷰를 갖는다. 평소 철학적 공상과 선문답(禪問答)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하는 애니메이션이다. 이런 설정값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을 수 있다. 다른 추천작을 훑었는데도, 연휴가 아직 남아 있다면 시도해보자.

애니메이션 '미드나잇 가스펠'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대사 의미를 모두 곱씹고 넘어가기란 어렵다. 클랜시가 실존과 쾌락, 행복의 의미에 대해 던지는 심오한 화두는 제쳐 놓아도 된다. 이 시리즈의 백미는 환상적인 그림체다. 애니메이션을 끝까지 본 사람들은 마지막에 눈물까지 펑펑 쏟았다고 주장한다. ‘4차원 창의성’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언젠가 클랜시가 은하철도999의 철이와 메텔을 만나면 좋겠다.

애니메이션 '미드나잇 가스펠'

개요 성인 애니메이션 l 미국 l 2020 l 8편(각 20~30분)

등급 19세 이상 관람가

특징 ‘배우 유아인 추천’으로 짐작 가능한 4차원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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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깨라면: 영화 ‘피구의 제왕’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유행했던 이른바 Y2K 트렌드가 요즘 대세라고 한다. 여기에 코로나 팬데믹→집콕→고전 다시보기 열풍이 불면서 2000년대를 풍미한 문화 콘텐츠도 재조명 받고 있다. 이미 하이킥 시리즈나 순풍 산부인과를 충분히 복습한 사람이라면, 영화 ‘피구의 제왕’ 다시보기를 추천한다.

영화 '피구의 제왕'

2004년에 나온 코미디 영화로, 2000년대 감성이 물씬 풍기는 소품(DVD, 전화 자동응답기 등)과 의상(엉덩이 부분에 글씨를 크게 쓴 운동복 등)이 등장한다. 검증된 코미디 배우 벤 스틸러가 악당 화이트 굿맨 역할을 열연했다. 가진 것 없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 루저들이 폐업 위기에 몰린 동네 헬스장을 구하기 위해 피구 대회에 도전한다. 통상 감초 역할로 한두 명 나오는 괴짜 배역이 이 영화에는 십여 명 나온다는 점에서 ‘괴짜 종합 선물 세트’ 같은 영화다.

영화 '피구의 제왕'

개요 코미디 영화 l 미국 l 2004 l 1시간32분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특징 그저 빛··· Y2K 괴짜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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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리곰탕면: 시트콤 ‘빅뱅이론’

과학에 진심인 괴짜 수재들이 모여 사는 아파트 옆집에 금발 미녀가 이사 왔다. 이 설정만으로 게임 끝. 빅뱅 이론은 ‘괴짜 콘텐츠’ 시장에서 대장주(株)로 꼽히는 유명 시트콤이다. 2007년부터 2018년까지 모두 열두 시즌이 나왔다. 수준 높은 지식인 말투가 계속 쏟아져서 ‘영어 공부하기 좋은 시트콤’으로도 소문났다. 극 중 명대사 “Smart is New Sexy”라는 표현이 유행했고, 주인공들의 ‘너드 패션’ 또한 큰 화제가 됐다.

시트콤 '빅뱅 이론'

다만 시즌이 거듭될수록 괴짜들이 ‘사회화’ 과정을 거친다. 많은 시청자들이 이 부분을 크게 아쉬워 한다. ‘IT크라우드’ ‘실리콘밸리’ ‘커뮤니티’와도 비슷한데, 이 중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받았다.

시트콤 '빅뱅 이론'

개요 코미디 시트콤 l 미국 l 2007~2018 l 편당 20여분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특징 이쪽 동네 최고 셀럽, 너드갑(甲)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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