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추석]①바쁜 일상에 못 읽은 소설, 연휴에 읽어볼까
연휴 부담없이 즐길 소설 3권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유독 휴일이 적은 2021년, 다행히 추석과 함께 5일간의 긴 휴일이 이어지고 있다. 오랜만에 찾아온 연휴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코로나19로 바깥 활동은 쉽지 않은 현실이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집콕’을 선택했다면, 바쁜 일상에 읽을 엄두도 못 낸 소설책을 펼쳐보는 건 어떨까. 추석 연휴 부담 없이 즐길 만한 소설 3권을 모아봤다.
소설가 한강이 5년 만에 발표한 신작 장편소설이다. 2014년 출간한 소설 ‘소년이 온다’에서 5·18민주화운동을 다뤘던 한 작가는 이번 신작에서 또 다른 역사의 비극인 제주 4·3사건을 이야기한다. 한 작가가 ‘소년이 온다’를 쓰면서 겪은 고통의 기억, 그리고 90년대 후반 제주도 바닷가에서 3~4개월 머물면서 주인집 할머니로부터 4·3사건의 상처를 들은 경험이 새 소설로 이어졌다.
소설은 학살에 대한 소설을 쓰고 난 뒤 악몽에 시달리는 소설가 경하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실제로 ‘소년이 온다’를 쓴 뒤 악몽에 시달렸던 한 작가의 개인적인 내용이 투영된 인물이다. 경하의 이야기에서 시작하는 소설은 경하의 친구이자 제주도가 고향인 인선, 그리고 4·3사건을 겪었던 인선의 어머니 정심의 행적을 좇는 전개로 펼쳐진다.
역사의 비극을 다룬다는 점에서 ‘소년이 온다’와 유사하다. 그러나 한 작가는 이번 소설이 자신을 고통으로부터 구해주는 경험이 됐다고 털어놨다. 신형철 문학평론가는 “작가가 소재를 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강은 하게 만든다”며 “‘5월 광주’에 이어 ‘제주 4·3’에도 한강의 문장을 통해서만 표현될 수 있는 영역이 있었다고 믿게 된다”고 평했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으로 국내서도 많은 사랑을 받은 베스트셀러 작가 요나스 요나손의 신작 소설이다. 성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온 유명 미술품 거래인 빅토르와 그로부터 너무 많은 상처를 받은 전 부인 옌뉘, 양아들 케빈이 복수를 계획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빅토르는 교활하고 위선적인 미술품 거래인으로 비열한 방법으로 아내의 재산을 빼앗고 이혼한다. 또한 양아들 케빈을 죽이려고 케냐 사바나에 데리고 가서 그를 버린다. 케빈은 원주민 치유사 올레 음바티안의 구조를 받아 마사이 전사로 거듭나지만, 성인식에 할례가 포함돼 있다는 말에 기겁해 다시 스웨덴으로 돌아온다. 우연히 재회한 케빈과 옌뉘가 의기투합해 복수를 꿈꾸게 되고, 복수를 대행해주는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CEO 후고가 이들 앞에 나타나 계획에 동참한다.
복수를 다루고 있지만 소설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유쾌하다. 요나손은 이번 소설을 통해 복수가 지닌 창의적인 잠재력에 주목하면서, 복수 계획을 짜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치유법이 될 수 있다는 색다른 메시지를 전한다. 다채로운 캐릭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건, 여기에 끝없이 솟아나는 유머를 고수한 문체가 매력적인 소설이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영화 ‘마션’의 원작소설로 잘 알려진 작가 앤디 위어의 최신작이다. ‘마션’이 화성에 홀로 남은 우주인의 생존기를 그렸다면,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지구를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안고 ‘편도행 우주선’에 몸을 실은 주인공의 인간을 향한 인류애와 애정을 그린다. 동료들은 모두 죽고 홀로 남은 우주선에서 태양의 온도를 떨어뜨리는 미지의 생명체 ‘아스트로파지’에 대한 조사에 나선 주인공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앤디 위어는 글을 쓸 때 과학적 사실을 조사하고 검증하는 것으로 정평인 난 작가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도 완벽에 가까운 과학적 지식에 특유의 낙관적 감수성을 더했다. ‘마션’과 마찬가지로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손을 뗄 수 없는 흡입력이 있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앤디 위어는 작품 속 특유의 낙관주의에 대해 “인간이 서로를 돕기 위한 행동은 지극히 정상적이고 평범한 것”이라며 “넓은 시야로 본다면 우리는 지속적으로 미래를 더 좋게 만들고 있다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미국 영화제작사 MGM이 영화화를 확정하고, 영화 ‘라라랜드’의 배우 라이언 고슬링이 주연이자 제작자로 참여하기로 해 기대감이 모아지고 있다.다.
장병호 (solan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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