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D.P. 또 뭐 있지?..추석을 위한 OTT 편성표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신문에서 편성표를 찾아보던 시절이 있다. 추석 연휴 때 TV 특선 영화를 찾아 보는 가장 인기 있는 지면 중 하나였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등장하면서 편성표가 사라지고 있는 시대지만, 일부 신문 매체는 독자 항의로 해당 지면을 되살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여전히 누군가의 삶엔 편성표가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다시 추석 연휴가 시작됐다. 주말을 낀 5일 연휴에 모처럼 일상의 여유가 생겼지만, 코로나19로 '이불 밖은 위험한' 현실이 지속되고 있다. 최신 화제작들과 기자의 취향 사이에서 OTT 편성표를 짜봤다. 누군가에겐 의미 있는 발견이 되길 바라며.
◇'오징어게임' (넷플릭스)
추석 연휴에 맞춰 지난 1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다.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남한산성', '수상한 그녀', '도가니'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새로운 이야기를 선보였던 황동혁 감독이 2008년부터 구상한 작품이다. 주연은 이정재.
일종의 생존 서바이벌 장르물로, 공개 전 일본의 배틀로얄 장르물들을 연상시킨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일본 만화 원작 영화 '신이 말하는 대로'와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대해 황 감독은 "우연적으로 유사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공개 이후 시청자들의 평가는 갈리고 있다. 한국 드라마 중에서는 역대급 수위의 연출을 보여준다는 평과 함께 장르물의 특성을 잘 살리지 못했다는 혹평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D.P.' (넷플릭스)
모두가 알고 있지만, 모두가 외면해왔던 군대 이야기.
이미 '인싸'(인사이더·행사나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들은 다 봤을 터인 'D.P.'(디피). 하지만 여전히 올해 한국 드라마 중 가장 큰 사회적 반향을 낳고 있다. 탈영병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의 이야기를 밀도 있게 담았다. 구조적 폭력과 억압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군무 이탈 체포조라는 소재와 추리물 형식으로 속도감 있게 다뤄 총 6부작을 한 호흡에 볼 수 있게 만든 점이 특징.
원작 웹툰 'D.P. 개의 날'의 김보통 작가는 "D.P.는 이제는 좋아졌다는 망각의 유령과 싸우기 위해 만들었다"며 지속되고 있는 디피를 둘러싼 허구성 논란에 대해 답하기도 했다. 정해인, 구교환 주연. '반도', '킹덤: 아신전', '모가디슈'에 이어 구교환의 발견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기생충 흑백판' (왓챠)
디피가 군을 중심으로 한 한국 사회의 억압과 폭력을 드러냈다면, 기생충은 상승과 하강의 날줄과 씨줄로 '명징하게 직조한' 계급 우화를 다룬다. 특히 지난해 개봉된 흑백판은 더욱 극명한 대비로 더욱 선명한 메시지를 드러낸다. 풍성한 한가위, 느슨해진 사회의식에 긴장감을 불어 넣어줄 사회 부조리극. 이미 컬러판으로 본 사람, 안 본 눈 소유자 모두 추천.
◇'우리들' (왓챠)
들키고 싶지 않았던 어린 시절 일기장 같은 영화.
앞선 영화와 드라마들이 어른들의 시선에서 사회적 부조리를 폭로한다면, '우리들'은 초등학교 교실 속에서 펼쳐지는 사회의 풍경을 아이들의 시선에서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아이의 얼굴을 한 영화지만 어른들의 심리극에 가깝다. 영화가 끝난 뒤 사회에 찌들어 피도 눈물도 없어진 줄 알았지만, 사실은 울보였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 (유튜브)
'디피'로 구교환의 매력에 빠졌다면 놓칠 수 없는 구교환표 독립영화. 구교환 감독에 구교환 각본, 구교환 주연. 독립영화의 단골 주제이자 영화인들의 고민인 영화를 한다는 것의 고단함을 다룬다. 다수의 독립영화에 출연한 배우 고기환이 자신의 출연작 DVD를 받기 위해 감독들과 재회, 자신의 메소드를 되찾는 내용을 다룬다.
30분 남짓한 짧은 시간 동안 구교환의 독특한 시선을 엿볼 수 있는 점이 장점. 총 7개의 에피소드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엮은 구성으로, 영화를 숨과 호흡처럼 여기던 선배가 다단계 치약 장수가 돼버린 사연이 우리네 삶을 관통한다. 꿈과 현실 사이, 먹고 사는 것에 대한 고단함은 영화인을 넘어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짠하게 와닿는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 (넷플릭스)
'찬실이는 복도 많지' 역시 영화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고단함을 다룬 독립영화다. 평생 일만 하다가 집도, 남자도, 갑자기 일도 끊겨버린 영화 프로듀서 '찬실'의 이야기. 모든 걸 포기하고 싶지만, 결국 꿈을 놓지 않은 이들을 위한 이야기다. 주연 강말금 배우의 무심한듯 시크한 부산 사투리가 영화의 백미. "우리가 믿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보고 싶은 것"들을 생각하며 한가위 보름달과 함께 소원을 빌며 보기 좋은 영화.
◇'인천스텔라' (웨이브)
B급을 넘어 C급의 '갬성'을 담고 있는 독립영화. 지구로부터 멀리 떨어진 별 '갬성'(STARGAM)에 닿을 수 있는 유일한 우주선 '인천스텔라' 프로젝트를 다룬다. 영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인터스텔라'의 우주적 '갬성'만 빌려온 '쌈마이' 저예산 영화다. 우주적 스케일 대신 골판지 박스와 스텔라 자동차를 뻔뻔하게 내세우며 부끄러움은 관객의 몫으로 남긴다.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만, 독립영화의 기쁨을 알게 된 몸이라면 주목할 만한 영화다. 가족의 애틋함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추석과 어울린다.
◇'어느 가족' (왓챠)
추석이란 무엇인가. 가족이란 무엇인가. 친척들의 질문 공세에 가족의 의미에 대해 곱씹는 상황이라면 적합한 영화다. 혈연관계가 아닌, 도둑질로 생계를 유지하는 제도권 바깥사람들의 유대를 다룬다. 세간의 시선으론 가족이라고 할 수 없는 이들, 전통적인 가족 관계에서 상처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교차 시켜 보여주며 가족의 의미에 대해 되묻는 영화. 정상 가족, 가족 이데올로기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황금종려상 수상작. 추석 가족 영화로 추천.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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