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원에 강아지 던지듯 주더라".. 해운대 학대견 구조됐다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발생한 동물학대 사건 근황이 일주일 만에 전해졌다. 당시 학대 의심 정황에 경찰까지 출동했으나 상처 등 객관적인 증거가 없어 다시 주인에게 돌아갔던 강아지가 구조된 것이다.
사건은 지난 1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부산 해운대 강아지 학대녀 보신분’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글을 통해 알려졌다. 작성자는 전날 오후 3시30분쯤 산책 중 물에 젖은 흰색 몰티즈 한 마리와 목줄을 잡은 채 걷는 견주를 발견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강아지는 노견이었고 잘 걷지 못하더라. 후들거리며 주인을 따라가는데 다리에 힘이 풀려 넘어졌다”며 “그런데도 견주는 아랑곳 않고 목줄을 힘껏 잡아당겼고 시멘트 바닥에 질질 끌고 가더라. 20분 넘게 걷는 동안 같은 상황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이어 “모래사장으로 내려가자 발이 푹푹 빠지는 바람에 강아지는 더 힘겨워했다. 그런데도 견주는 목줄을 끌어 당겼고 강아지는 넘어진 채 모래를 튀기며 끌려갔다”며 “파도에 덮인 강아지가 발버둥을 치는데도 견주는 아랑곳 앉고 그냥 가더라”고 주장했다.
당시 작성자의 항의를 무시한 채 현장을 떠났던 견주는 출동한 인근 지구대 경찰에게 붙잡혔다. 견주는 “6년 전 유기견이었던 이 강아지를 입양했다”며 “강아지를 물에 빠뜨린 게 아니라 강아지가 물을 좋아해서 수영을 시켜준 것이고 목줄을 메 끌고 간 건 훈육의 일부였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한다.
이후 경찰은 작성자에게 “견주가 강아지를 발로 차거나 던지거나 물에 빠뜨렸느냐”며 구체적인 학대 정황을 물었으나 작성자는 객관적 증거를 제시할 수 없었다고 한다. 또 상처 등이 발견되지 않아 경찰은 견주와 강아지를 함께 돌려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작성자는 “정말 죽을 만큼 패고 던져야만 학대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근황은 일주일 만인 지난 17일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전해졌다. 작성자는 “구조자가 (견주에게) 돈을 줄 테니 강아지를 주고 가라고 했다더라”며 “견주는 2만원에 6년간 키웠다는 강아지를 던지듯 주고 갔다고 한다. 기가 차지만 강아지가 그의 손에서 벗어났다는 사실만으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현재 강아지는 구조자가 임시 보호 중이며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구조자는 인스타그램에 강아지의 사진을 올리고 “견주는 오랜 기간 함께 했을 반려견을 단돈 2만원에 물건 팔 듯 줘버리고 가더라”고 말했다.
이어 “지옥 같은 상황에서 구하고 보자는 생각에 구조했다. 경찰에 인계하면 유기견 보호소로 보내진단 말에 무작정 데리고 왔다”며 “여러 여건상 제가 키울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 마음 따뜻한 분이 나타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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