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애국자' 선거제 개편 후 첫 선거.. 투표율 역대 최고

남정훈 입력 2021. 9. 19. 23:25 수정 2021. 9. 19.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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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홍콩에서 선거인단 선거가 진행된 가운데 유권자들이 투표소 앞에 줄을 선 모습. 신화=연합뉴스
중국이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을 기조로 홍콩 선거제를 개편한 후 첫 선거인 선거인단(선거위원회) 선거가 19일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까지 진행된 투표에서 오후 5시 현재 선거인단의 투표율은 86.38%를 기록했다.

선거인단은 40개 직군으로 세분돼 간접선거가 진행되는데 법조 분야와 건축·측량·계획·조경 분야 등 두 분야는 투표율 100%를 기록했다. 직전 선거인 2016년 11월 선거인단 선거의 투표율은 46.5%였다.

투표율이 90% 가까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선거 규모가 작았던 데다 유권자 수도 대폭 축소되는 등 선거 자체가 여러 면에서 사전 조율된 측면이 강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선거 후보 등록 마감 결과 40개 중 사회복지·노동·교육·의료 등 13개 분야만 선출직 자리보다 등록 후보가 많았다. 나머지 27개 분야는 선출직 자리와 등록 후보 수가 일치하거나 오히려 후보가 적었다. 그 결과 13개 분야 364석을 놓고 412명이 겨루는 ‘작은 선거’가 치러지게 됐다. 자격심사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한 야권 후보는 단 2명으로 모두 사회복지 분야에서 경쟁했다.

선거인단은 총 1500명이다. 여기에 선거제 개편 이후 홍콩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7월 60여 개의 선거 규정을 변경하면서 선거인단 유권자 수를 2016년의 24만6440명에서 97%나 줄인 7971명으로 정했다. 과거 선거인단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개인 유권자를 없애고 각 조직과 분야를대표하는 기업 유권자만으로 개편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선거가 13개 분야에서만 치러지면서 관련 분야 표를 행사하는 유권자 수는 4889명에 불과하게 됐다. 그런데다 선거를 앞두고 일부 유권자 그룹은 누구를 선택할지 토론했고, 일부는그룹 리더의 결정에 전적으로 따르기로 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SCMP는 전했다.

홍콩 경찰은 유권자보다 많은 6000명의 경찰관을 전체 5개 투표소에 배치해 철통방어에 나섰다. 그 결과 야당인 사회민주연선 소속 4명의 활동가와 19세 남성이 투표소 앞에서 시위를 펼친 것 외에는 별다른 사건없이 선거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19세 남성은 ‘선거제를 개혁했다고? 이것은 선거가 아니며 그들은 그저 다른 의견을 가진 자들을 말살하려고 하는 것이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취재진 앞에서 시위를 펼쳤다.

앞서 전날 한정(韓正)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부총리는 광둥성 선전에서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을 면담하고 선거인단 선거를 포함해 홍콩에서 진행될 세 차례 선거가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중국중앙(CC)TV는 “한정 부총리는 홍콩 정부가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 원칙을 이행하고 세 차례 핵심 선거를 법에 따라 조직하기를 희망했다”고 전했다.

홍콩은 이날 선거인단 선거를 시작으로 12월 입법회(의회) 선거, 내년 3월 행정장관 선거까지 세 차례 중요한 선거를 잇달아 진행한다. 지난해 6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시행되고 올해 5월 선거제가 개편되면서 홍콩 야당의 정치권 진입이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에서 중국은 선거와 관련해 어떠한 문제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SCMP는 "중국 정부가 ‘애국자’만 참여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예전보다 훨씬 작은 규모로 선거가 치러지면서 투표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 정부 관리들은 유권자 수가 대폭 줄어든 것에 대해 개인 유권자가 큰 비중을 차지했던 과거와 달리 기업 유권자 위주로 개편한 것이 더 대표성이 있다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선전대 홍콩마카오 기본법연구센터 쑹시오충 교수는 중국 정부가 이번 선거의 중요성을 매우 강조하고 대부분 기업과 조직을 대표하는 유권자들에게 투표를 독려하면서 투표율이 높게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이징항공항천대 홍콩 문제 전문가 톈페이룽은 SCMP에 “이번 선거는 12월 입법회 선거를 앞두고 온건한 민주 진영 후보와 ‘충성스러운 야당’이 여전히 환영받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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