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은 걸으며 자요" 학교 다니며 월500만원 버는 10대 CEO들

박건 입력 2021. 9. 19. 21:36 수정 2021. 9. 20.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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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수업과 종례가 모두 끝난 오후 5시. 고등학생 손지우(17)양은 집에 가는 버스에 올라탄다. 또래 친구들은 학원에 갈 시간이다. 손양은 스마트폰을 켜고 방과 중 들어온 ‘네일팁’(장식용 인조손톱) 주문 요청을 확인한다. 집에 도착한 손양은 책상에 앉아 2㎝ 남짓한 인조손톱을 직접 꾸미며 작은 큐빅도 붙인다. 가을이 되자 버건디처럼 차분한 색상의 제품 주문이 늘었다는 게 손양의 설명이다. 작업이 끝나면 제품 설명과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린다. 일을 마치고 나면 새벽 2시. 3시간 후면 일어나 등교해야 한다.

학교 다니면서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손양이 들려준 하루다. 창업한 지 석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정식으로 사업자 등록까지 마친 어엿한 사업주다. 주문 접수부터 제작, 발송, 매출 관리까지 혼자 해내야 하는 1인 사업이라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손양은 “친구들이 ‘자면서 걸어 다닌다’고 놀릴 정도로 피곤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좋아서 시작한 사업이니 앞으로 규모를 더 키워보고 싶다”고 말했다.
손지우(17)양이 사업과 함께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 유튜브 '델리만쥬' 캡처


좋아하는 일 하다 보니…월 매출 500만원


손양처럼 학교생활과 개인 사업을 병행하는 ‘학생 사장’이 늘고 있다. 유튜브와 소셜미디어에 ‘10대 사장’, ‘학생 사장’을 검색하면 자신의 손재주와 수완을 살려 사업하는 청소년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문구나 액세서리 등 직접 만든 수공예품부터 도매상에서 직접 구한 옷까지 판매 품목도 다양하다.

미술대학 입시를 준비했던 손양은 손수 꾸민 인조손톱을 팔고 있다. 지난 7월 사업을 시작했는데 소셜미디어에서 입소문을 탄 덕에 매주 주문이 40~50건씩 밀려들고 있다고 한다. 적성에 안 맞는 공부보다는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하다 보니 지금에 이르렀다는 게 학생 사장들의 말이다.

어린 시절부터 옷에 관심이 많았던 김수은(18)양은 월 매출 500만원의 온라인 의류 쇼핑몰 사장이 됐다. 고등학교 3학년인 김양은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진로가 더 확실해졌다. 얼마 전 대학교 패션디자인학과에 수시 지원했는데 졸업하면 직접 디자인한 옷을 판매해보고 싶다”고 전했다.
김수은(18)양이 운영하는 온라인 의류 쇼핑몰. 김양이 직접 모델 역할까지 한다고 한다. 브랜디 캡처


‘스마트폰 인류’ Z세대…“경제 인재 탄생 기대”


이러한 ‘Z세대(1997~2012년 출생자) 사장님’이 등장한 건 자녀에게 “공부하라”는 성화 대신 “하고 싶은 거 하라”는 ‘쿨한’ X세대(1965~1981년 출생자) 부모의 영향 때문이다. 김양은 “고3 딸이 사업을 하겠다고 하니 부모님께서 걱정하셨지만, 이내 ‘원하면 해보라’며 응원해주셨다”고 했다. 손양도 “사업가인 아버지가 세금 문제 등 내가 잘 모르는 부분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한 청소년들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쉽게 창업할 수 있게 된 것을 현상의 배경으로 꼽는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Z세대는 전자상거래가 경제 활동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이를 통해 성공한 사람을 많이 보면서 자랐기 때문에 어린 나이에 창업에 뛰어드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했다.

이어 구 교수는 “해외의 내로라하는 기업가들이 20~30대 때 스타트업을 차려 큰 성공을 거둔 것처럼 우리 학생들이 어린 나이에 사업에 눈뜨는 건 미래 경제 인재를 키우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학교생활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사회화 과정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건 기자 park.k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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